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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칼럼] 착한 사장님 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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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칼럼] 착한 사장님 컴플렉스
20년 전 가격 그대로 짜장면 1500원에 파는 착한 식당 ©유투브 허미노MINO 채널
문영호
마케팅 & 브랜딩 전문가
<팬을 만드는 마케팅> 저자
YC College 영어학원 대표 [email protected]

착한 사장님
제가 아는 대표님 중에 성품이 참 좋은 분이 계십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늘 사람 좋다는 칭찬을 듣는 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업적으로는 그다지 성과가 좋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잘하고, 주위 거래처에도 잘하십니다. 그런데 착한 사장, 좋은 사람으로 주위에서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사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착한 성품 때문에 사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유능한 사장’은 회사의 매출과 순이익을 높이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간혹 유능한 사장과 착한 사장을 동일시하는 대표님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은 보통 성격이 유해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거나,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직원들에게 늘 칭찬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좋아하는 일만 시킬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착한 사장님들은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어도 직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면 아무에게도 시키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결국 본인이 합니다.
거래처와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결제를 받아야 하는데 거래처에 돈 달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서 차일피일 미룹니다. 물론, 거래처가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무작정 찾아가 윽박지르며 돈을 받아와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사장이라는 자리에 앉았으면 최소한 공과 사는 구별하고, 비즈니스 관계는 비즈니스로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평소 개인적으로는 하기 어려운 얘기일지라도 비즈니스상 반드시 해야 할 말은 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은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업은 사업
사업의 핵심은 매출을 발생시키고 순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전제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매출이나 순이익에는 관심이 없지만 사업에는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영리사업보다는 자선사업을 해보시도록 추천 드립니다.
물론, 사장으로서 직원들이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사업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사장은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간혹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직원들의 행복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돈 버는 것에만 신경을 써야 하나요?”라고 반문하십니다. 당연히 직원들이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고, 회사도 수익을 창출한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다만, 직원 행복이 최우선순위가 되어서 회사가 매출을 창출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간혹 모든 직원이 즐겁게 일하면 매출과 순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맹신하는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즐거운 일만 할 수는 없습니다. 사장은 회사의 매출과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때로는 설득도 하고,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한 번 두 번 자꾸 피하다보면 회사가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현상유지 편향
인간이 가진 특성 중에 현상유지 편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지금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심리입니다. 그런데 외부 환경과 시장 상황이 늘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사업에서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생존의 필수 요소입니다. 따라서 사장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업무를 지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현상유지 편향을 가진 많은 직원들이 새로운 업무 지시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기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착한 사장님이 직원들이 싫어하는 새로운 업무를 시키지 못하고 원래 하던 일만 계속 하게 한다면 회사의 매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착한 가게의 함정
착한 사장 컴플렉스를 가진 사장님들 중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싸게 팔면 착한 가게라는 칭호를 주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격을 올릴 때 원가에 10배, 100배를 붙여서 팔라는 게 아닙니다. 또한 지금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는데 굳이 가격을 더 올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대상은 현재 순이익이 너무 작아서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운영할 여력이 안 되는 사장님들입니다. 혹은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계속 하시는 분들입니다.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모든 사업체가 제품을 저렴하게 팔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가게 앞에 ‘착한 식당’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줍니다. 착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당연히 착한 사장님이 됩니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적절한 이익을 내면서도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은 좋은 사업입니다. 하지만 거의 적자에 가깝게 혹은 손해를 보면서도 제품을 저렴하게 판다면 그것은 사업을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종종 가던 식당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남는 게 있는지 항상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손님도 적당히 있었고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으니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착한 가격에 파는 가게였지만 사업은 꾸준히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사업하는 게 맞을까요?

좋은 아빠부터 됩시다
수익도 내고 매출도 높이면서 착한 사장이 되면 좋습니다. 하지만 착한 사장이라는 이름을 쫓다가 사업의 본질을 놓친다면 결코 좋은 사업가는 아닙니다. 제가 아는 대표님께 이런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착한 사장이 되기 전에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고요. 직원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마진도 거의 없이 제품을 팔면 착한 사장이라는 칭호는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이익이 거의 없어서 집에 필요한 생활비를 주지 못하면 좋은 아빠는 되지 못합니다. 물론 착한 사장과 좋은 아빠가 동시에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줄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니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매출을 높이고 순이익을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