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을 기점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미국 고용인구의 비율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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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2030년 미래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상상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서 예상되는 사회 경제적 구조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참고로, 전문가들은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르는 시점까지는 어느 정도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하여 인공지능 자체도 인공지능에 의해 향상되고 혁신되는 지능 폭발 현상과 그 시점을 말한다. 그런데 특이점에 도달한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일자리 계속 줄어

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들어서 디지털 경제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부의 집중을 더욱 가속화하는 자동화가 대부분의 직업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 측면에서 볼 때, 4차 산업 혁명기의 자동화는 그 이전까지의 자동화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이전까지는 자동화에 의해 사라진 일자리를 대신해 새로운 일자리, 종종 더 좋은,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지만, 4차 산업혁명기의 자동화는 사라진 일자리에 비해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현저히 적어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위 첫번째 그래프는 2002년부터 미국의 노동 가능 인구 중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비율의 폭발적 증가 ©Eleven Dollars and Sense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미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위 그래프 참조). 여기서 비정규직이란 정규직이 아닌 모든 종류의 노동자를 말한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소득이 낮고 불안정하며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의 상위 0.1%가 하위 90%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

1980년대에는 초고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저소득층의 증가율보다 낮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초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은 마이너스인 반면 초고소득층의 증가율은 치솟고 있다. 소득이 초고소득층으로 집중됨에 따라 현재 미국의 상위 0.1%가 하위 90%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는 심각한 부의 양극화 현상이 초래되었다 (위 그래프 참조).

흔들리는 자본주의

디지털 경제와 자동화는 우리 사회에 이렇게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의 원리를 거스르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3차 산업혁명에서 이미 확인되었 듯이, 부가가치가 물질에서 정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경제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5대 기업-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 알리바바-은 본질적으로 정보기술 회사이다.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물질 상품에서도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정보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나 삼성 휴대폰의 대부분의 가치는 휴대폰 생산에 드는 여러 가지 기술들과 디자인, 그리고 그 안의 소프트웨어에 있다.

디지털 경제는 기존의 물질 기반 경제와 비교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 상품 : 정보와 서비스

▶ 상품복제비용 : 거의 제로.
정보나 서비스의 복사에 드는 비용이 거의 제로다. 한 사람에게 팔거나 백만 명에게 팔거나 총 생산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 유통비용 : 거의 제로.
주요 유통로가 인터넷이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 시장 :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

제품이 생산되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성격인데, 디지털 상품은 그 첫 제품이 생산되면 그 상품에 대한 희소성이 없어지고 공급이 무한대가 되며 가격은 제로로 수렴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거슬러 인위적으로 가격을 정하거나 무료가 된다. 이러한 특징은 희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또한 디지털 경제는 승자독식 체제를 부추긴다. 물질 기반 경제에서는 예를 들어 아무리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회사라도 공급 규모를 늘리려면 공장설비와 직원수를 늘리고 유통망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계 시장에서 승자독식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에서는 전세계인들이 인터넷 상에서 모든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1%라도 나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몰리게 된다. 따라서 승자는 수입의 독식으로 경쟁자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주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된다. 실제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의 거대 기업들이 착시현상을 일으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미국의 기업 창업이 줄어들고 있다. 1977년 한 해 거의 60만개의 기업이 창업된 데 반해, 최근에는 겨우 40~45만개 정도의 기업이 창업되고 있을 뿐이다.

개미들의 반격

19세기 20세기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서 착취만 당하지 않고 자본과 맞서 싸워 보편적 복지를 쟁취했다. 21세기에는 인구의 대부분이 무직 또는 형편 없는 일자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이에 맞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다.

지난 수십년간 정보와 부의 집중이 심화되면서 그동안 인류가 축적해온 자산의 혜택이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이 강구되었다. 중앙집중적, 관료적, 권위주의적인 거대 기업과 정반대의 길을 걸은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인 예이다.

위키피디아는 분산 및 수평 구조 를 갖고 전세계 각지의 다양한 기고자들과 200명 남짓한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에도 Alexa 웹사이트 순위에서 세계 5위를 차지한다. 위키피디아 이전에 권위를 갖고 세계를 호령하던 거대 자본의 Encyclopedia Britannica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종이로 된 사전을 출판하지 않는다.

그런데 Encyclopedia Britannica를 무너뜨린 위키피디아 같은 움직임은 커다란 장점과 함께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기고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였다. 주요 보상은 보람과 명예뿐, 삶을 지탱할 만한 수입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경제에서 수입으로 보상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와 정보와 부의 독점, 그리고 승자독식 체제에 대한 반발은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을 가져왔다. 정보를 분산시키는 블록체인 기술은 현재 빠르게 발전하면서 정보독식, 승자독식 체제에 제동을 걸고, 중앙집중적인 정치 경제 구조를 분산구조로 바꾸어 양극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정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 없는 자본주의, 수입은?

디지털 경제는 인간의 노동 없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이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구매력이 떨어지며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게 된다.

역사는 사회에 불평등과 불안정성이 증가할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잘 알려준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방안 중 두 가지 방안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보편적 기본소득(UBI – Universal Basic Income)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은 비교적 오래 전에 탄생했고 최근에 와서 캐나다, 핀란드 등에서 시험운영되었다. 국민 누구나 조건 없이 기초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소득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방식이다. 이는 집중된 부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국민 모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는 시도이다.

분산경제(decentralized economy)

분산경제는 부가 생성되는 순간부터 집중을 막으려는 시도이다. 은행, 이베이, 우버, 페이스북 등의 중간자들은 사용자들의 정보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지만 사용자들에게 그 이익을 거의 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잘 이용하면 이 중간자들을 없애고 데이터를 주인에게 돌려주어 사용자 각자가 자기 정보에 대한 권한을 행사해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사회관계망(SNS)과 같은 소비공간을 분산해 자본가들이 소비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고, 상품 추천이나 후기를 작성함으로써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또한 위키피디아나 다른 많은 open source 기고자들도 암호화폐를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인 생산과 시장 그리고 노동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화폐와 금융, 기업, 정치 구조 등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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