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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인 시어머니 입맛 사로잡은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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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미국인 시어머니 입맛 사로잡은 한국 음식
돼지 등갈비찜 ©Zuyi's House Style

낯선 음식 안 드시는 시어머니
시부모님이 와 계시는 동안 시부모님과 저희 부부가 번갈아 가며 하루씩 저녁식사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홈메이드 피자를 만들었고, 또 하루는 파스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아웃백 스테이크에서 파는 투움바 파스타! 이 투움바 파스타가 미국 아웃백에는 없거든요. 그런데 정말 맛있잖아요? 그래서 시부모님께서도 좋아하실 듯해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 시어머니가 엄청나게 입맛이 까다로운 분이거든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낯선 음식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강해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일은 거의 없구요, 알고 있는 음식이라도 들어간 재료나 양념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면 절대로 드시지 않아요. 그러니 외국 음식은 당연히 드시지않고, 심지어는 새우도 지금까지 한번도 드신 적이 없답니다.

투움바 스파게티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그래서 우선 새우를 좋아하시냐고 물어봤더니, “음, 먹어본 적은 없지만, 올해부터 1년에 하나씩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어. 올해는 새우에 도전하는 걸로 해보지 뭐.” 하시며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를 만들겠다는 제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 일단 말씀은 이렇게 해주셨어요. 그러나 투움바 파스타를 만든 날 저녁, 시어머니를 안 보는 척하면서 곁눈으로 흘끔흘끔 관찰한 결과, 새우는 절.대.로. 안 드시고, 파스타 면만 드시더라고요. 대신 시아버지는 너무 맛있다며 두 그릇이나 드셨답니다.

한국식 돼지 등갈비찜
투움바 파스타 이후, 제가 정한 메뉴는 돼지 등갈비로 만든 갈비찜이었는데, 100% 홈메이드 양념으로 만든다면 시어머니도 분명 좋아하실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갈비 양념에 들어가는 게 간장, 양파, 마늘, 설탕 등 주로 요리할 때 기본이 되는 재료들이니까요.

다행히 간장은 시어머니도 요리할 때 사용하시는지라 거부감이 없어서 분명 갈비 양념은 좋아하시리라 생각했죠.

다만 문제는… 제가 홈메이드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시판 갈비 양념 소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소스가 들어가는 걸 보신다면 아무리 맛있는 냄새가 나도, 맛있어 보여도 안 드실 게 뻔했어요. 그래서 일단 시어머니께 오늘은 한국 요리를 한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오늘은 코리안 BBQ를 만들 거예요. 재료도 간단하게 간장, 사과, 양파, 다진 마늘, 뭐 그 정도예요.”

시어머니도 다 친근한 재료들이라 그런지 “That sounds good!”으로 응답하셨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저녁 시간이 되어 제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역시나 어떤 재료가 들어가나 신경이 쓰인 시어머니는 둘째 제제를 안고 주방 근처를 배회하시며 제가 재료 준비하는 걸 보는 척하시며 감시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아주 당당하게 어머님이 보고 계시는 동안 양파와 사과를 썰어서 믹서에 갈아 등갈비가 담긴 냄비에 부어주었죠. 그리고 그 다음 단계인 갈비 소스를 부어야 하는데, 시어머님이 저리 지켜보고 계시니… 이거 뭐 음식에 독약 타는 것도 아닌데 자꾸 심장이 쿵쾅거리고, 시어머니 안 가시나 흘끔흘끔 눈치보고, 이리저리 바쁜 척 주방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이 엄마의 좌불안석 초조함의 텔레파시가 제제에게 통했는지 갑자기 제제가 팀웍을 발휘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더군요. 고… 고맙다, 아들아~!

제제를 달래기 위해 시어머니가 거실로 가셔서 기저귀를 확인하셨고, 저는 그 사이에 갈비 소스를 냄비에 냅다 들이부었습니다. ㅎㅎㅎ 미션 석세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푸욱~ 졸여주었죠. 이미 집안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하고, 시어머니도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운명의 순간
드디어 등갈비찜이 완성되어 접시에 내놓았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과연 이 생소한 요리에 도전해 보실 것인가!!! 이 심정은 요리경영대회 나가서 심사위원의 평가를 기다리는 느낌보다는, 백설공주가 계모가 준 독이 든 사과를 과연 먹을 것인가에 더 가까운 심정이었습죠. 맛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였으니까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등갈비 한쪽을 집어 들지 뭡니까? 그리고는 한 입 드시더니 맛있다며 한쪽을 다 드시고 개인 접시에 듬뿍 담아서 정말 맛있게 드시지 않겠습니까?

이 요리에 분명 비밀 레시피가 있을 거야!
시어머니가 정말 손도 안 대실까봐 걱정했는데, 결국은 시어머니가 제일 많이 드셨답니다.ㅎㅎㅎ 당연하죠, 다른 것도 아니고 한국식 갈비 양념으로 만든 건데! 코리안 BBQ는 외국인들에게 정말 실패가 없는 요리거든요. 심지어 요즘 미드에서도 코리안 BBQ가 등장하기도 하드만요.

아무튼 시어머니께서 제일 많이 드시고는 처음 먹어본 돼지 등갈비찜이 맛있었는지 옆에 계신 시아버지께, “이거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뒀어요?”라고 물어보셨고, 시아버지께서는 “이 요리에 분명 비밀 레시피가 있을 거!”라고 말씀하셔서 순간 뜨끔했어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아니에요. 그냥 간단하게 간장, 양파, 사과, 마늘만 넣으면 돼요.” 하셔서 아~, 이 진실을 그냥 묻어야 하나, 밝혀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있죠, 비밀 레시피! 그건 바로 코리안 바베큐 소스~!!!” 하며 양념장이 들어 있던 병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러자 너무너무너무 당황하신 시어머니!!!

정체불명의 소스가 들어간 걸 알았다면 절대로 먹지 않았을 텐데…이미 너무 맛있게 먹어버려서 시어머니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미 때는 늦었고, 맛은 있었으니 등갈비찜을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하신 듯, “이 소스 미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거니?” ㅎㅎㅎ

“그럼요~ 타겟이나 월마트의 아시안 푸드 섹션에 가면 있어요.” “이 소스 한 병과 사과, 양파, 물만 넣고 1시간 동안 졸여주면 되는거지?” 라고 레시피까지 확인하셨어요.

시어머니께 한국 음식을 소개한 방법이 정정당당(?)하지는 못했지만, 결론은 미국인 시어머니도 한국식 돼지 등갈비찜 맛에 반하셨다는 거!

그리고 시어머니도 낯선 음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면 맛있는 세상이 열린다는걸 배우지 않으셨을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