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시댁으로 휴가
저는 결혼 3년차 직장 여성입니다. 결혼할 때 반반결혼으로 돈도 똑같이 합쳤고, 지금도 열심히 직장 생활하며 돈 벌고 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저보다 5살 많다는 이유로 맨날 어른인 척, 저한테 어른노릇(?)을 해요. 내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는 식으로요. 그러면서 결혼 후 지금까지 3년째 시댁으로 휴가(?)를 왔어요.
제가 3년 내내 “휴가는 시댁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 아직 우리 아기 없을 때 여행다니고 싶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음식 타박할 때 너무 힘들다. 그러니 시댁 가면 오빠도 좀 도와라. 나만 혼자 시댁에 놔두고 친구들 만나러 가지 마라. 그래도 꼭 만나야 한다면 좀 일찍 들어와라. 제발 술 많이 먹고 오지 마라…….”
정말 셀 수 없이 얘기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저는 시댁에 휴가 와서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 빨래, 청소까지 전부 다 하는데, 남편은 자기집이라고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처가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시댁에 오기 전에 남편이 말하기를, “내가 처가에 얼마나 잘하는데! 내가 처가에 하는 거 반만 해봐라.” 하길래, 완전 작심하고 ‘어디 한번 엿먹어봐라’하는 심정으로 남편이 저희 친정에 와서 하는 고대로 해주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하는 고대로
지난 토요일에 시댁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바로 드러누웠습니다. 남편도 저희 친정에 가면 누워만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계속 누워만 있으니까 시어머니가 “저녁 뭐할 거니?” 하시더라고요.
“여기가 제 집도 아니고 저는 손님인데, 제가 음식을 해야 돼요???” 하고는 그냥 계속 TV를 봤어요.
저희는 친정에 가면 항상 외식을 해요. 남편이 주로 돈을 내니까 고깃집에 가서 고기는 안 먹고 냉면만 먹고 와요. 그러고는 자기가 냉면값 계산한다고 엄청 생색을 내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똑같이 고깃집 가서 메뉴도 안 물어보고 물냉면 네 개 시키고 2만 4천원 제가 계산하고 왔어요.

어제는 제가 아침에 눈 떠서 제 밥만 먹고 설거지, 청소, 빨래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나가서 놀다 왔어요. 남편이 자기 친구들 만나러 가거나 말거나 그냥 무시하고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저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너는 여기 처먹고 놀려고 왔냐?” 하시더라고요.
“그럼요. 휴가를 처먹고 놀려고 가는 거지,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어요? 남편이 휴가를 여기로 오자고 해서 저는 지금 휴가중인데 처먹고 놀아야죠.” 했더니 시어머니가 당장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저는 남편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남편이 저희집에 가면 저희 부모님한테 용돈 드려요. 엄마 5만원, 아빠 5만원. 그래서 저도 똑같이 오자마자 5만원씩 드렸어요. 그리고 남편은 친정 가면 손 하나 까딱 안 해서 저도 남편이 하는 고대로 하는 거예요.”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
그러자 시어머니가 저 들으라고 마루에서 남편한테 막 소리를 지르시길래, 제가 남편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야, 효도 좀 해라. 엄마 속 좀 썩이지 말고. 너, 니네 엄마아빠 죽으면 후회해.”
이건 남편이 저한테 하는 단골 대사거든요. 그러자 시어머니는 물론이고 시아버지까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 그따위 말을 어디서 배운 거냐? 어른들한테 니네 엄마아빠가 뭐야?” 하시더라고요.
“아, 남편이 맨날 저한테 하는 말인데, 저는 두 분한테 배워온 줄 알았죠.” 이랬어요. 그러자 두 분이 아무말도 못하고 방에 들어가셨어요.

평소에나 똑바로 해
월요일에 시부모님 두 분 다 출근하시고 집에 저희만 있었어요. 남편은 자기 부모님 기분 풀어준다고 무슨 요리를 해놓는다고 장보러 나가고, 저는 진짜 오래간만에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었어요. 저희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남편이 친정에 한 만큼 고대로 하고 있어.” 했더니, 엄마 왈, “그럼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거네?” ㅋㅋㅋㅋㅋ

남편이 차린 저녁은 유명한 요리 프로그램 보고 만든 건데, 맛이 너무 없었어요. 남편은 제가 만든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하는 단골 멘트가 있어요.
“어휴… 이거 뭐하러 만들었냐? 돈 아깝고 시간 아깝게…”
그래서 저도 똑같이 해줬죠. 남편의 단골 멘트 하나 더 얹어서.
“갑자기 안 하던 짓 하지 말고, 평소에나 똑바로 해.”
시부모님도 자기 아들이 만든 음식이 맛이 없으니까 이제 와서 하시는 말씀이, “얘야, 니가 한 국수 좀 먹어보자.” 하시네요. 제가 멸치국수를 나름… 좀 잘하기는 하는데, 이 더운 여름에 불 앞에서 멸치육수내고 국수 삶으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예전에도 기껏 해드리면 짜다, 싱겁다, 국물이 탁하다, 고명이 많다, 적다 잔소리만 하셨어요.

갑자기 왜 그래?
남편이 저녁 먹고 갑자기 집에 가서 얘기 좀 하자고, 짐 싸자고 하네요. 휴가는 아직 한참 더 남았는데.ㅎㅎㅎ 그래서 남편 말투 그대로,
“야, 집에 가자. 짐 다 쌌어. 니가 가자고 했잖아. 빨리 가. 나는 지금 휴가중인데, 바라는 게 뭐 이렇게 많아?” 이러고 방으로 들어오니까 남편이 후다닥 따라들어옵니다.
“야, 너 미쳤냐? 왜 이러는 거야? 뭐 잘못 먹었어?” 이러길래,
“뭔 소리야? 니가 처가에 하는 거 반만 해보라며? 나는 아직 반도 못했는데?” 했죠.
“내가 이랬다고? 나는 처가에 가면 설거지는 하거든?”
“하…ㅋㅋㅋㅋ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야, 그건 2년 전 설날에 3만원짜리 윷놀이판에서 지고 니가 돈내기 싫다고 설거지 한 거잖아. 그 뒤로 니가 우리집 갈 때마다 한 거 내가 고대로 하고 있는 거야.”

그러자 갑자기 남편이 엄청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면 말을 해줬어야지,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 이러고 있네요.
“갑자기? 내가 3년 내내 얘기했는데 갑자기? 나도 휴가야. 쉬러 온 거라고. 난 쉴 테니까 너나 눈치 봐.”
그랬더니 이제서야 자기가 다 잘못했대요.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가 잘못했을 때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거 아니거든? 됐어. 그게 사과야?” 이건데, 제가 이 소리 한 10분 계속했더니,
“야, 제발 그만해라 쫌!” 이래요.
“쫌? 나는 3년 동안 당한 걸 너는 3일도 못 견디면서 어디서 큰소리야?” 했더니, 그냥 다 포기한 표정으로 이제라도 휴가 가잡니다. 그래서 남편이 저한테 했던 말 그대로 해줬죠.
“니가 알아서 내 맘에 들게 계획 짜 와 봐. 일단 그걸 보고난 뒤에 가든지 말든지 내가 결정할 테니까 당장 짜 와!”
제가 이번에 다른 데로 휴가 가자니까 저한테 이렇게 말하고, 제가 짠 계획 보더니, “야, 별로다. 맘에 안 들어. 그냥 우리집 가자!” 이랬어요.

남편이 주말에 일어나면 “나 밥~!!! 방으로 갖다줘!” 이러는데,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북 하길래 제가, “나 밥~!!! 방으로 갖다줘!” 했어요. 그걸 본 시어머니가 혀를 차시며 저더러 정신나간 년이라고 하고, 시아버지는 살살 구슬리려고 하시네요. 저 이번 명절부터 아무것도 안 할 건데, “정신나간 년 음식으로 제사 지내시려구요? 정신 나가셨어요?” 이럴려구요.
휴~ 가끔 미쳐야 숨 쉬고 살겠네요. 여러분은 좋은 휴가들 보내세요.
출처 : 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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