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은 시댁에서
신혼 초에 매주 일요일 아침은 시댁에 와서 먹으라는 말씀에 어이가 없었지만, 시집온지 달랑 2주된 28살 새댁이어서 우선은 입 다물고 3주를 갔습니다. (차로 20분 거리)
그냥 가서 아침만 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재료만 있고 저보고 밥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고 식재료도 있으니 저보고 만들어 내라는 식이었습니다.
남편에게 나도 맞벌이인데 일요일 아침마다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남편 왈, 처음부터 무조건 싫다고 하면 반항하는 걸로 보이니까 한 반년(!)만 해주고 그때가서 횟수를 줄이거나 없애자고 얘기하자고 하더군요.

이거 왜 하는 거죠?
그런데 3주 해보니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4주째 되는 날 아침에 가서 시어머니께 저 이거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전업주부도 아니고 맞벌이인데, 소중한 주말에 늦잠도 못자고, 평일에 바빠서 미뤄둔 집안일도 못하고 이렇게 고생할 이유를 모르겠다고요. 시댁에 생일이나 경조사가 있으면 당연히 찾아뵙겠지만, 이거 도대체 왜 하느냐고요. 그랬더니 요리를 가르치고 살림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하시더군요.
저 혼자 산지 8년이 넘어서 웬만한 살림이며 요리 다 할줄 알고, 그리고 살림을 배운다면 왜 내 집 놔두고 다른 데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그런 이유라면 저는 이렇게 일요일 아침에 억지로 와서 요리할 필요 없으니 앞으로는 오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내가 뭐랬어!
그러자 신랑은 마치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놀란 표정으로 어버버 거리고, 시어머니는 정수리까지 빨개져서 금방이라도 소리지를 것 같더니 시아버지 눈치를 보시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시아버지가, 그러게 내가 뭐랬냐고, 쓸데없이 시어머니 권위를 보이네 어쩌네 하면서 애를 들들 볶더니 당신이 말한 권위가 이런 거냐며 한심한 여편네라고 소리지르셨어요. 그러시고는, “말 잘했다. 어서 집에 가라. 그리고 내가 부를 때까지 오지 마라. 오고 싶으면 며칠 전에 연락해서 약속 잡고 와라. 나도 주말 아침부터 내 집에 며느리든 아들놈이든 들이닥치는 거 귀찮다.”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쫓겨났습니다.

제가 왜요?
그 후로도 시어머니 권위 포기 못하시고 끄떡하면 이상한 거 요구하시더라고요.
친정 엄마가 브랜드 미시옷 매장 하시는데 한번 구경가고 싶다 하셔서 모시고 갔더니 너무나 당연하게 옷 얻어가시면서 “아들 잘 키웠더니 이런 것도 얻어 입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다음 시즌에 또 가자 하시길래, “제가 왜요?” 그랬어요.
한여름 삼복 더위에 지방 사시는 시이모님 올라오신다며 평일 오전에 저보고 터미널 가서 모셔 오라시기에, “제가 왜요?”
생일도 아니고 용돈도 매달 드리는데, 여름에 세일한다며 갑자기 모피를 사달라시기에, “제가 왜요?”
여름 휴가를 시삼촌네 댁에서 보내자며 신랑이랑 제 휴가 날짜를 맞추라고 하시길래, “제가 왜요?”
저랑 동갑인 도련님한테 (아직 대학생이라 돈도 없고 전망도 별로임) 여자 좀 소개시켜주라고 하시길래, “제가 왜요?”
남편이 중재 역할을 못해주니 저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요.

출처 : 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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