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빌(SC) 한국문화원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Kayla Makai 선생님. Bob Jones University, international Study 4학년에 재학중 ©제롬
제롬, 사진가 [email protected]

신선한 문화충격
그린빌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딸이 처음 태권도를 배우러 갔을 때 태권도 사범이 미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미국 사람이 한국인에게 한국의 전통무술인 태권도를 가르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에 산다는 것은 늘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는 일의 연속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예상 밖의 상황을 마주하고 신선한 문화충격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또 한번의 커다란 문화충격을 선사한 사람이 바로 오늘 마주 이야기의 주인공 Kayla Makai 선생님이다.

매주 토요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그린빌 한국문화원 한국학교에 가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한글 선생님을 보게 된다. 참고로 Kayla 선생님은 현재 이 지역에서 유명한 침례교 신학대학교인 Bob Jones University 4학년에 재학 중이며, ‘국제학’과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있다.

Kayla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땐 아무리 한국말을 잘한다 해도 미국 학생이 한글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와 한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오히려 어설픈 한인 1.5세나 2세보다 발음이 더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존댓말과 존칭 사용이 매우 적절해서 얼굴을 안 보고 목소리만 들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그녀의 문화충격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작은 동네인 그린빌에서 딱히 그렇게 인지도가 높을 것 같지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한국에서 유학 온 한국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 친구들과 같이 한국 교회의 금요예배에 나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본 한국 사람들의 서로 반가워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기하고 좋아서 한국어를 배워보기로 했어요.

덕분에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알게 됐고, 작년에 한국문화원의 한가위 노래자랑에서 대상까지 받게 됐어요. 그러면서 한국문화원의 원장님의 눈에 띄어서 한국학교 선생님까지 하게 됐어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이다가 다시 갸우뚱하게 된다. 단지 한국에서 온 유학생 친구들을 만나고, 한국 교회에서 한국 사람들을 보았다고 해서 이렇게 쉽게 한국을 좋아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다른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도 많을 텐데…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나름의 선입견도 있지 않았을까?

한국의 자화상
“사실 제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은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진 분단 국가라는 것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교 때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가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어요. 그 친구가 말하기를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올 정도면 한국에서 가난한 가정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의 공부 스트레스가 엄청나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사회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사실이니까. 필자와 필자의 아내 역시 한국보다 수입은 훨씬 적어졌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삶을 짓누르는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최소한 내 입장에서는 사실인 셈이다.

한국인의 의리와 예의
지금까지 만난 한국인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지난 몇 년간 한국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여러 한국 사람들을 만나 보았으니 미운정 고운정을 다 경험해 보았을 법도 한데….

“한국 사람들은 친화력이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친구간에 의리가 있어요. 윗사람에 대해 존경을 표현하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고, 특히 어른들에게 쓰는 존댓말이 따로 있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리고 한국인들은 동갑이어야 친구가 된다는 말에 처음엔 좀 놀랐지만, 그 때문에 친구들간에 애정이 더 돈독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또 ‘언니, 오빠’ 같은 단어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영어에도 Sister, Brother 같은 말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냥 관계잖아요. 그런데 한국어는 호칭도 그렇게 부르고 1살이라도 많으면 그에 맞는 대접을 해주잖아요. 그런 부분이 신기했어요.”

영어는 천천히, 정확하게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니 첫번째 화두는 역시 영어다.

“미국에 와서 영어를 빨리 배우려고만 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부터 배웠으면 좋겠어요. 말을 빨리 하려다가 우리가 못 알아들으면 목소리가 점점 움츠러 들잖아요. 그래서 천천히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이 못 알아듣더라도 반복해서 말하고 반복해서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두려움을 낮추고 부딪혀 볼 용기를 기르는 데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이 말은 아무래도 나를 두고 하는 충고인 듯 느껴진다.

첫번째 한국행
내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가서 한국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갓 스무살을 넘긴 파란 눈에 금발 아가씨 Kayla 선생님. 그린빌의 한인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그녀에게 한국인으로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내년에 한국에 가게 된다면 그녀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십분 발휘해서 한국의 다양한 곳을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낮과 밤의 서로 다른 분위기 속에서 약동하는 Dynamic Korea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고 또 즐기고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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