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죽지 않는 나무 ©shogong.com

나무 앞에서

나무는 결코 죽지 않는다
잘리고 깎이고 못 박혀도
죽지 않는다

기둥으로 문짝으로
안방 장롱으로 침대로
밥상으로 도마로
다시 살아난다

세상은
나무들의 천국
장롱이며 문들을
닦고 또 닦아주시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세상 나무들 깎고 다듬어
새사람 만드시는
목수, 그분을 생각한다

▶ 작가의 말
나무는 살아서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죽어서도 좋은 일을 많이 합니다. 아니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 나무는 베어져 잘리고 깎이고 못박혀도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기둥으로 문짝으로 장롱으로 침대로 혹은 책상이나 밥상으로 도마로 다시 살아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나무들의 천국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매일매일 장롱이며 마루, 문들을 닦고 또 닦아 주셨지요. 나무 가구들을 보면 그래서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나무들을 보면 또 생각나는 분이 계십니다.
세상에 오셔서 나무를 깎고 다듬는 목수 일을 하셨던 그분, 나무 십자가에 못박히고도 살아나신 그분, 지금도 세상 나무들을 깎고 다듬어 새사람을 만들고 계신 그분이 생각납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