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둘만 남은 것처럼
임문혁
새해에는
이 세상에 딱 둘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이 세상에
딱 둘만 남게 된다면
하나에게 있어
하나는
얼마나 소중할까
이 세상에
딱 둘만 남게 된다면
하나의 고독은
하나가 덜어 주고
하나의 병고는
하나가 보살펴 주고
하나의 열매는
하나와 나누어 먹고
하나의 일은
하나가 도울 수밖에 없는데
그러므로
하나는 하나가 아니요
둘이며,
둘은 둘이 아니고
하난데
이 세상에
딱 둘만 남았을 때
하나가 없다면?
그런데, 우주에는
딱 하나씩만 살고 있는 별도
있다고 한다.
새해에는
이 세상에 딱 둘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 시 해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은 너무 험하고 힘들고 삭막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세상을 좀 더 다정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 수 없을까 그런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좀 엉뚱하지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지요.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이 세상에 남은 단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시를 읽고 쓰면서 시와 같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시와 같은 삶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둘만 남은 세상의 이야기를 해보죠.
이 세상에 딱 둘만 남게 된다면 그 하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겠죠. 하나의 고독은 하나가 덜어주고, 하나의 병고는 하나가 보살펴주고, 하나가 과일을 따오거나 사냥을 해오면 다른 하나와 나누어 먹고, 하나의 일은 하나가 도와야 하겠지요. 그러므로, 둘은 둘이 아니고 하나나 다름없겠지요.
그런데 지금 지구별에는 마치 저 혼자만 사는 양, 저밖에 모르고, 제 이익, 제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이 세상에 딱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