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받지 않고 퇴임
이재철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 기념교회 목사의 퇴임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이재철 목사는 지난 11월 17일 주일예배를 끝으로 경남 거창군 시골마을로 낙향했습니다. 그는 2005년 7월 100주년기념교회 초대 담임목사를 맡아 13년 4개월 동안 사역해왔는데, 정년을 7개월 앞두고 조기퇴임을 한 것입니다.
이 목사는 퇴임식, 이취임식, 감사예배 등 일체의 행사를 열지 않았습니다. 1~4부 예배에서 마지막 설교를 한 뒤 짐을 정리해 아내와 함께 표표히 교회를 떠났습니다.
이 목사는 교회로부터 퇴직금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남은 삶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설교
이재철 목사의 마지막 설교는 울림이 컸습니다. 이 목사는 ‘버림’을 강조했습니다.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육체의 소욕을 거침없이 버려야 깊은 영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을 거침없이 버려야 새로운 내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낡은 부대를 거침없이 버려야 새 포도주를 담을 새 부대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부터 ‘버림’을 실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의 유익을 위해 100주년기념교회 담임이 된 게 아닙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따른 마르튀스(증인)와 휘페르테스(종)의 소임을 다한 뒤에 100주년기념교회를 떠나기 위해 담임이 되었고,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담임목사를 철저히 버려야
이 목사는 오랫동안 교회를 이끌어온 담임목사인 자신 역시 교우들에게 ‘버림’의 대상임을 일깨웠습니다. 또한 자신의 ‘버림’은 신도들의 ‘버림’으로 완성된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후임 공동 담임목사님들을 통해 거침없이 내려주실 새로운 차원의 은혜를 얻기 원하신다면 교우님들은 이제부터 이재철을 버리셔야 합니다. 이재철을 버리시되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버리셔야 합니다. 이재철을 크게 버리면 크게 버릴수록 후임 공동 담임목사님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거침없이 내려주실 새로운 차원의 은혜를 더 크게 누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목사는 자신이 시골로 낙향하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저희가 후임자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양화진에서 계속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저희 부부를 위해 택정해 놓으신 땅으로 낙향합니다.”
예수님 자리에 자신을 놓지 않아
한국 교회에서 이재철 목사의 자취는 특별합니다. 교계에서는 이 목사가 한국 교회에 남긴 가장 큰 공로는 예수님의 자리에 결코 자신을 들여 놓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주신 주기도문을 외우고 예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 분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예수님의 자리에 놓는 잘못을 범하곤 합니다. 자신이 키운 교회라는 왕국의 제왕이 되어 타락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버림’을 잊지 않음으로써 그런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신도 1만 6천의 개척교회
1988년 이재철 목사는 서울 강남에 주님의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교회를 시작할 때의 약속대로 10년 임기가 끝나자 곧바로 사임한 뒤 파송 선교사로 스위스 제네바 한인교회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의 한 작은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초기 선교사들의 무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듣고 2005년 서울 마포에 있는 양화진에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가 교회를 개척했다는 얘기가 퍼져나가면서 100주년기념교회에 신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신도 수가 1만 6천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또 다른 버림
그런데 이 목사는 또 다른 ‘버림’을 준비했습니다. 은퇴 3년 전인 2016년부터 퇴임 준비를 위해 교회 안에 미래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정관 개정과 후임자 인선 등을 추진 한 것이지요.
이어서 이 목사는 목사 신임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장로와 권사를 ‘직분’에서 ‘호칭’으로 바꿨습니다. 장로와 권사를 교회 안의 직급이 아니라 존경할만한 연장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쓰도록 한 것입니다.
교회의 직분은 목사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 교회에서 장로나 권사와 같은 직분을 가진 이들이 목사의 수족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 직분을 이용해 신도들에게 군림하기도 합니다.
이 목사는 자신의 뒤를 이어 4명의 목사가 교회를 이끌어 가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제왕적 목회자의 탄생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지금 100주년 기념교회는 정한조(영성 총괄), 이영란(교회학교 총괄), 김광욱(목회 총괄), 김영준(대외 업무 총괄) 4명의 목사가 공동 담임목사로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재철 목사의 믿음의 결단과 모범은 국내외 많은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김완수 목사 peacewoo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