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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새해, 또 한번 주어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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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새해, 또 한번 주어진 시작
우리 삶을 다시 한번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새해가 밝아온다. ©Pixabay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새해 첫날

새해를 여는 첫날인 1월 1일은 작년 12월 31일과 단 하루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찌 보면 여느 때와 똑같은 아침이고 또 하나의 하루일 뿐이지만, 새해의 첫날은 연말 동안 느슨해진 우리의 삶을 다시 재정비하는 기회가 된다. 느려지거나 멈춰버린 컴퓨터를 다시 시작하는 리셋 버튼이 되는 셈이다. 어제를 묵상하기보다는 새로운 내일을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또한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제의 이야기

상담의 초기 과정에서 사람들은 보통 어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과거의 스토리를 말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바람을 피웠던 아버지 때문에 현재의 나는 남자를 믿을 수도 존경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사귀기라도 할 때면 그 남자가 언젠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날 거라는 예견을 하고 먼저 의심하고 밀어낸다.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를 버려야 상처가 덜날 것 같아 주위 사람들을 쳐낸다.

또는 반대로, 감정적으로 늘 불안정하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던 어머니 때문에 현재의 자신 역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산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까이 하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도 못한다. 다른 사람 옆에 있다가는 언제 날벼락이 떨어져 된통 당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담의 초기 과정에서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는데 과거의 이야기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 사람의 현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 아픔을 받아주고 공감해 줌으로써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그러나 아픈 어제와 불행한 현재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삶은 느려지고 멈추게 된다. 오래된 컴퓨터처럼 현재 상태에 고정되어 버린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와 맞닥뜨릴 때마다 똑같은 반응을 반복하며 산다.

나를 망친 가족들

M은 4년 전 필자와 처음 상담을 시작했다.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일찌감치 이혼한 부모님은 대드는 M의 반항을 감당하지 못했다. 새아버지는 M을 쓰레기라고 부르며 매를 댔고, 어머니는 남편을 말리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가 더 이상 자신을 새아버지의 매질로부터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집을 뛰쳐나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맨 처음 배운 생존기술은 남이 나를 해치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밑천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마약 거래를 시작했다. 조직폭력배들이 그의 가족이 되었다.

길거리와 감옥을 오가던 어느 날 기적처럼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 여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고 정말 쓰레기 같던 삶에서 건져 줄 구원자 같았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며 직장 없이 빈둥대는 M을 먹여살렸다. 그러자 M은 그녀를 위해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났다. M의 아내는 끝없는 일에 지쳐 있었고 넉넉치 않은 살림에 불안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이 다시 학교를 다녀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는 것도, 운전을 배워 새로운 직장을 찾아보는 것도 원하지 않는 듯 했다. M이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기를 바랐다. M이 밖으로 나가면 길거리의 조직폭력배들과 다시 어울리게 되지 않을까, 또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내가 답답해진 M은 이 결혼생활에서 탈출을 꿈꾸기 시작했다. 지난 날 자신을 망쳐 놓은 가족과 지금 자신을 망치고 있는 아내는 M에게 충분한 분노의 이유를 제공했다. 그의 삶은 그들로 인해 계속 불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흐르며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던 어느 날 필자가 M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셈인가요?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당신의 가족과 아내에게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계획인가요? 그걸 원한다면 앞으로도 한 10년간 다른 사람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드릴 수 있는데요.”

M과의 상담 과정에서 가장 도전적인 고비이면서 또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던 마지막 과정은 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였다. 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로 계속 돌아갈 때마다 컴퓨터의 리셋 버튼을 누르도록 도와야 했다. “그래서 당신은 이제 무엇을 할 건가요?”

우리가 자주 다른 사람들의 문제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그것이 우리 스스로의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가 그곳으로 도망쳐 버리지 않도록, 우리가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응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새해, 또 한번의 리셋 버튼

새해는 리셋 버튼이다. 2018년이 얼마나 힘들고 슬픈 한 해였든, 아니면 마음에 품었던 소원이 다 이루어진 풍성한 한 해였든 간에 지나간 묵은 해에 작별을 고할 때이다.

우리에게 다시 한번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아쉬음, 불만, 상처와 미움을 놓아버리고, 새해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할 것인지 새롭게 결단하는 시작의 순간이다. 새해에 모두에게 하늘의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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