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에는 진보 언론은 많은데 보수 언론은 별로 없는가?
지난 호에 이어 한인들이 미국의 주인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CNN 창설자 테드 터너 曰, “CNN 너무 정치적, 균형 잡아야”
바로 어제인 9월 30일, CNN의창설자 테드 터너(Ted Turner)가 CBS의 ‘CBS Sunday Morning’에 출연해 CNN이 정치적으로 너무 편중되어 있다고 말하며 CNN이 조금 더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원문: “I think they’re sticking with politics a little too much … [t]hey’d do better to have a more balanced agenda.”).
실제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반대하는 미국 주류 언론의 선봉격인 CNN은 죽기 살기식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대선이 치러진 2016년 말에는 가짜 뉴스가 무수히 양산되면서 그해 연말에 Gallup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류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했음을 볼 수 있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류 언론들을 “Fake News”라고 부르며 자신의 트위터나 기자회견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그들의 질문을 거절하며 팽팽한 긴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한국인의 주관과 균형감 유지해야
이처럼 트럼프 시대의 언론 현상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매우 특수하고 극단적인 상황이다. 이 상황은 2020년에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앞으로 최소 6년간은 지속되고 심화될 것이다.
앞으로 6년간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 체제와 통일의 초석을 놓는 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주류언론은 북한을 미국의 주적으로 간주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로 규정하는데, 트럼프에 대해서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보다 더 싫어한다. 즉, 트럼프를 미국의 적보다 더 싫은 최악의 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를 깎아내리기 위해 오히려 북한의 김정은이 트럼프보다 낫다거나 중국의 시진핑이 트럼프보다 낫다는 식으로 자국의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비하하는 뉴스를 계속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우리 한인들이 미국의 주류 언론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남북미 관계에서 십중팔구 잘못된 판단을 하기 십상이다. 미국의 주류 언론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다 해도 그들은 남북미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트럼프의 전략을 올바르게 분석하고 전달하지 못하며, 또한 트럼프를 찍은 50% 이상의 미국 국민들의 뜻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균형 위해 보수 언론에 귀 기울여야
따라서 목소리가 작고 소수일지라도 반드시 미국의 보수 언론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야 우리 스스로 미국 정치와 언론에 대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미국 보수 언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FOX 뉴스이고, 방송인으로서 미국 보수 성향 국민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지난 호에서 소개한 러쉬 림보(Rush Limbaugh)이다.
마치 한국에서 조중동의 반대편에 한겨레와 경향이 있음을 알고 있듯이, 한국 정부와 언론인, 그리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미국 언론에 대해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의 반대편에 FOX와 러쉬 림보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양쪽 언론의 정치색은 한국 이상으로 강하며 서로에 대한 비난과 혐오도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매우 노골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한쪽의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다보면 우리의 주관을 잃어버리고 그쪽의 생각과 감정에 물들기 쉬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양쪽의 이야기를 계속 같이 보면서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인의 주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언론인들에게는 앞으로 6년간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며,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역시 동참할 필요가 있다.
보수 언론의 좌장 러쉬 림보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6년 대선 때 미국을 비롯한 거의 전세계 언론들이 힐러리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을 때 주류 언론의 Fake News에 맞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고 증명한 보수 언론의 좌장 러쉬 림보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림보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에 기여한 바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역할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사건 이후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날마다 방송에 나와 트럼프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갈 때였다. 주류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힐러리에게 12%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림보는 이에 대해 집중 반박하며 트럼프 지지자들을 안심시켰다.
당시 주류 언론들은 여론조사의 우위를 앞세워 이제 대선은 끝났다며 힐러리 대통령 시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대선 패배 후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여 회사가 망할 수도 있으며 더 이상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은퇴해서 플로리다로 갈 거라며 트럼프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했다. 나아가 이제 대선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의회를 장악해야 한다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었다.
주류 언론이 이 정도로 대선 파장 분위기를 잡아가자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과 부동층 유권자들은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때 림보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림보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조작의 근거들과 더불어, 과거 1980년 레이건과 카터의 예를 들며 트럼프가 이길 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레이건과 카터의 대선 구도가 트럼프와 힐러리의 경우와 매우 유사했는데, 특히 언론들이 카터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했고 여론조사 역시 카터가 매우 우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레이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러한 사례들을 들어 림보는 불안에 흔들리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안심시켜 나갔다. 결과는 림보의 예측대로 트럼프의 승리였다. 이는 그에게 600여명의 막강한 스탭들이 엄청난 양의 리서치를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림보는 매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라디오 방송을 하고, 방송이 끝나는 대로 자신의 홈페이지(www.rushlimbaugh.com)에 방송 음성 파일과 원고(transcript)를 올려놓기 때문에 언제든지 그의 방송을 다시 듣거나 읽을 수 있다.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 언론인, 그리고 한인들이 꼭 체크해야 할 중요한 인물임에도 러쉬 림보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드렸다.
다음 기사에서는 미국에 진보 언론은 너무나 많은데 FOX같은 보수 언론이 왜 별로 없는지에 대해 러쉬림보가 자신의 스탭들과 함께 연구 분석한 자료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미국의 진보 언론을 대부분 재벌이나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다음 호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