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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일남이와 끝순이, 출생 순서에 담긴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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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칼럼] 일남이와 끝순이, 출생 순서에 담긴 심리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출생 순서별로 모여라
가족의 구조에 대해 배우는 수업에서 자주 하는 그룹활동이 있다. 학생들을 출생 순서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눈다. 장남, 장녀 그룹, 막내들 그룹, 그 중간에 태어난 middle child의 그룹, 그리고 독자들 그룹.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고 발표할 과제를 준다. 과제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그룹이 과제를 하면서 보여주는 재미있는 특징과 패턴이다.

장남, 장녀그룹은 진지하게 토론을 시작하며 기록자, 발표자를 정한다. 그리고 토론의 주제와 과정, 발표 내용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막내들 그룹은 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듯하다가 이내 웃음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고,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듯하다. 중간에 태어난 그룹은 다른 그룹이 얼마나 했는지 관심이 많고 전체 분위기를 살핀다. 독자들 그룹은 뭔가 하긴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발표를 했는지 별로 기억에 없다.

출생 순서에 숨겨진 심리
한 개인이나 가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출생 순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들은 대부분 책임감이 높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익숙하다. 가족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웅’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양심적이고 모범생 스타일이 많은 반면, 그래서 좀 꽉 막힌 듯 답답한 면도 있다. 첫째로서 무엇이든지 처음으로 경험하고, 많은 것을 제일 먼저 공급받기 때문에 종종 이기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중간에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를 써야만 하는 입장에서 자라난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주 경쟁적이거나, 아주 착하거나, 아니면 엄청 말썽을 부리는 다소 극단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관심끌기를 포기하게 되면 아예 뒤로 물러나 방관자나 비판자가 되기도 한다. 눈치가 빨라서 분위기 파악을 잘하고, 끼어들 때와 빠질 때를 잘 안다.

막내들은 보통 활달하고 사교적이며 융통성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존재 자체로 사랑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별로 어려워 하지 않는다. 대신 부모님을 비롯해 나이 많은 형제들까지 자기 위에 보스가 한둘이 아니다. “네가 뭘 알아?” 하는 말을 자주 듣고 자라서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점이 늘 속상하다.

독자들은 첫째와 막내의 특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가 되어 어른처럼 굴지않으면 끼어서 놀 데가 없다. 관심과 선물을 나눌 필요가 없으니 경쟁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 누군가와 기숙사를 나누어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늘 자신에게 집중되는 그 모든 관심과 기대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도 하다.

이처럼 출생 순서는 개인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가족 내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사회에서 나가서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 안주한 남편
최근에 한 여자분이 상담소를 찾았다. 방금 전에 남편의 책을 몽땅 찢어놓고 왔다고 했다. 남편이 대학 때 쓰던 전공 서적들과 남편이 즐겨 모으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갈갈이 찢어서 뿌려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물으니, 남편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지 하소연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녀의 남편은 한 학기를 남겨 놓고 대학 졸업을 포기했다. 마지막 3과목을 계속 F학점을 받으면서 졸업이 불투명해졌던 것이다.

지금은 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그 수입으로 가정을 꾸려가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받는 패스트푸드점 시간제 일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는 남편이 야망도 없고 미래도 없는 실패자 ‘Loser’로 보였다.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워 가야 하는 시점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남편의 모습에 그녀는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러웠다.

막내와 결혼한 중간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은 집안에서 막내로 자랐다. 늘 귀여움을 받았고, 별로 뛰어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가족들은 막내에게 ‘어린 네가 뭘 하겠냐? 그냥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도와줄게.’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도 막내가 뭔가를 뛰어나게 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본인 스스로 뭔가에 도전하고 이루어내는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상담소에 앉아서 그 남편을 개조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자매에게 물었다. 자매의 삶에서 바라고 이루어 졌으면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그녀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그녀는 중간에 끼어 태어난 middle child로서 특징이 없는 아이로 자라왔다고 했다. 그래서 크게 성공해서 사람들 앞에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루는 데 남편이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자 그 분노가 폭발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쌓여온 상처만큼 커져온 분노를 자신을 실망시킨 남편에게 쏟아부은 것이었다. 그 분노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온 자신에 대한 분노임을 깨닫자 자매는 울음을 그쳤다.

Middle child로서 존재감 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남편에게 변화시켜 달라고 떼 쓰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자매는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쏟아부었던 폭언과 행동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가족 내에서 맡았던 역할은 이렇게 결혼을 해서 새로 꾸린 가정, 사회, 그리고 교회 내에서 계속 반복된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니 출생의 순서에서 벗어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더 넓게 사랑하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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