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가는 이유
“스타벅스 매장은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하워드 슐츠
표면적으로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그런데 커피 한 잔에 2,000원도 안 하는 저가 커피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굳이 더 비싼 돈을 내고 스타벅스에 가는 걸까요?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가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스타벅스의 이 이야기는 제가 사업에서 차별화에 대해 고민할 때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표면적인 이유와 진짜 이유를 파악하게 되면 경쟁사가 가지지 못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사는 이유
그렇다면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주거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알듯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훨씬 더 싼 가격에 같은 평수의 빌라나 오피스텔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굳이 더 비싼 돈을 주고 아파트를 사는 진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부심입니다. ‘나는 어느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이런 진짜 이유를 파악한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아파트에 멋진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타워팰리스, 롯데캐슬, 힐스테이트, 레미안, 자이, 푸르지오, e편한세상, 더샵, 아이파크, 두산위브, SK뷰, 하늘채 등 입주민들이 자랑스럽게 어디 살고 있는지 말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아파트들과 차별화된 포인트를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모든 아파트 건설회사들이 멋진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초기에 이런 네이밍 전략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훌륭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식당에 가는 이유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갑니다. 점심 때가 되어 배가 고프니 정말 딱 밥을 먹으러 아무 식당에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녁에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 사람 중에는 다른 진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저녁식사만 필요하다면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식당에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손님들의 이런 진짜 이유를 이해하는 식당은 당연히 맛있는 음식도 준비하지만, 그에 더해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친구들과 마음 편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에 그냥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우리 식당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 목적에 맞는 식당 인테리어가 필요합니다.’라고 명확한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차별화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매트리스를 사는 이유
제가 아는 대표님은 매트리스를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은 표면적으로 매트리스가 필요해 구매합니다. 하지만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진짜 이유는 편안한 잠을 자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 대표님은 소비자들이 진정한 숙면을 취하도록 돕기 위해 매트리스에 전자센서를 부착해 자동 온도조절 기능을 제공하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진짜 이유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별화된 매트리스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차별화 포인트
앞에서 이야기한 스타벅스는 고객들에게 제3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3의 공간이란 제1의 공간인 가정과 제2의 공간인 직장과는 다른 ‘정겨운 공간(The great good place)’으로,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집처럼 편안한 비공식적인 공공장소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이 목적에 충실하게 무료 와이파이와 노트북 충전이 가능한 콘센트를 제공합니다.
이와 달리, 기존 커피숍들은 테이블 회전율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무료 와이파이나 노트북 콘센트를 제공하면 손님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출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3의 공간이라는 진짜 이유를 파악하고 다른 커피숍들과는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했습니다.
제가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는 YC컬리지 영어학원은 표면적으로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러 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영어만 필요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를 통해서 이민, 유학, 어학연수, 외국인 친구 사귀기, 해외여행 같은 자기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옵니다. 그래서 YC컬리지에서는 수강생들이 그들의 꿈을 더 잘 이루도록 돕기 위해 진로 관련 강연이나 인생 버킷리스트 작성 같은 특별활동 시간을 기획해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희망하는 수강생들과 함께 책을 출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수강생들이 영어를 배우는 진짜 이유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별화된 전략들이 도출된 것입니다. 당연히 수강생들의 브랜드 호감도나 충성도도 올라갔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가 고객들이 그것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고민을 통해 경쟁사가 갖지 못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꼭 시간을 내어 이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해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