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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변화가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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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변화가 어려운 이유
변화는 처음에는 어렵고, 중간에는 엉망진창이지만, 끝은 정말 정말 멋집니다. ©KOREAN LIFE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사람은 안 변한다
2023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우리는 연초에 결심했던 일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배에 식스펙을 만들어 보겠다든가, 한 주에 한 권씩 책을 읽겠다든가, 카드빚을 없애겠다든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든가, 여러 가지 변화를 굳게 마음 먹었다. 그 중에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인 변화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도에서 흐지부지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게리 콜린스의 저서 에서는 우리가 변화에 저항하는 몇 가지 이유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나는 이게 편해
첫째는 우리가 예상가능하고 익숙하며 안전한 상황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상담소를 찾지만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생활패턴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루 종일 커튼을 열지 않고 집에서 꼼짝도 안 한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컨디션이 나아지게 하는 음식이나 운동에도 소홀하기 마련이다. 과거의 삶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울증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익숙한 환경, 익숙한 스케줄은 적어도 예상가능하다. 익숙한 삶은 일단 위험하지 않다. 그리고 우울증이 있으면 분명 편한 점도 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우울증이 나아지면 그 후에 시도해야 할 변화들이 두려울 수 있다. 좋은 변화조차 익숙하지 않은 도전이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게 더 좋은지 모르겠어
변화하기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변화된 삶이 지금보다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도, 돈도 없어서 힘들지만, 그렇다고 파트타임 일이라도 할라치면 지금 받고 있는 Medicaid나 복지혜택이 끊어질까봐 그냥 일하기를 포기한다. 심지어 마약을 팔다가 감옥에 다녀와도 마약을 팔지 않는 삶이 더 나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다시 마약을 판다.
술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정말 더 나은 선택인지 확신이 없다. 함께 술 마시는 친구들, 힘든 일을 잠시 잊게 해주고 삶의 도피처,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것 등 술이 가진 장점들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게다가 술친구들조차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매일 밤 술 없이 어떻게 잠들 수 있을지 막막하다.
새롭고 건강한 삶의 패턴을 만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약이나 술이 없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져서 주변의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변화된 삶이 더 좋으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어떤 변화를 시도해도 결국 과거의 익숙한 삶으로 쉽게 돌아가고 만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
변화가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우리에게 변화를 시작하고 지속할 능력, 지식, 기술, 경험, 자원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부부들이 주구장창 투닥거리고 싸우며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고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자와 다정하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서로에게 빈정거리거나 화 내지 않고, 감정을 중립적으로 표현하며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기술이 없다.
마약을 팔지 않으면 당장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몰라 계속 마약을 파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건전하게 돈을 벌어본 경험도, 능력도, 자신도 없기에 그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변화를 가로막는다.
때로는 재택근무를 하거나 혹은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고 싶지만, 그에 걸맞은 자격요건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갑자기 상황이 변해서 좋은 기회가 나에게 저절로 찾아오기를 바라기보다는, 그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지식과 기술과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 변화를 불러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완벽하고 싶어
변화가 어려운 네 번째 이유는, 너무 비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늘 50점을 맞던 아이에게 갑자기 90점을 맞으라고 하면 아이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이제 막 유학 온 학생이 1~2년만에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게 되리라 기대한다면 2년 후에는 공부를 아예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완벽하고 싶은 욕구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주저앉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완벽하게 잘 해낼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똑똑하고, 완벽하게 일을 해내며, 완벽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기대가 변화를 시작하고 긴 시간 노력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든다. 수학점수가 5점만 올랐어도, 아이한테 소리 지르는 일을 한 번만 참았어도, 그 작은 변화는 인정 받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외국인에게 한마디도 못하다가 자기소개 세 문장이라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면 스스로를 칭찬해야 한다. 작은 성공이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
변화가 어려운 다섯 번째 이유는, 내가 아닌 제3자가 원할 때이다. 상담에서 가장 어려운 케이스가 바로 엄마에게 끌려온 청소년이다. 부모들은 게임만 하는 자녀가 걱정되어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변화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한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변하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자는 이에 저항한다. 타인이 변화를 요구하고 나를 움직이려 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저항하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변화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내가 변화하면 상대방도 변한다.
변화에는 순서가 있다. 요한복음 5:6에서 예수님은 38년이나 누워 지내던 병자에게 이렇게 물으신다. “네 병이 낫기를 원하느냐?” 너무나 당연한 걸 왜 굳이 물으실까? 그런데 예수님은 이를 먼저 확인하신다. 너는 정말 낫기를 원하느냐? 네가 진정으로 변화하기를 원하느냐? 변화의 시작은 바로 이 질문에 스스로 정직하게 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