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유학 온 대학원생 만나서 결혼했어요.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집에서 한국어 쓰게 하셔서 한국어 매우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편과 같은 대학원에 있다가 연애했고, 결혼한지 벌써 7년이에요. 취직 후에 결혼했는데 미국식으로 했어요. 일찍 독립해서 대학원은 장학금으로 다녔고 19살부터 제 힘으로 살았어요. 처음 결혼할 때 제가 살던 집에 남편이 몸만 들어와서 살았어요. 반지나 다른 건 하나도 안 했고 신혼여행도 돈을 아끼자고 해서 안 가고 주말에 근처에서 1박 했어요. 결혼식 때 받은 돈은 양쪽 부모님한테 기념선물로 드렸어요. 전혀 아쉽지도 않았고 둘이 돈도 열심히 벌었어요. 버는 건 둘이 공동으로 관리합니다. 각각 용돈 똑같이 쓰고 생활비는 통장에서 맞춰 쓰고 카드는 둘이 합의한 것에만 씁니다.
시부모님 얼굴은 미국에서 결혼하기 전에 뵙고 인사한 게 다였어요. 그렇게 살다가 2년 전에 남편이 한국으로 직장을 얻어 함께 들어왔어요. 저도 물론 한국에 직장을 얻었구요. 연봉도 항상 제가 많았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쓰여요. 결혼 전에 남편은 저에게 한국 여자들은 이기적으로 남자한테 기대고 사는데 저는 그런 게 없어 좋다고 했어요. 어쨌든 그래서 한국에 왔는데, 온 첫 해부터 너무나 안 맞아요. 이해 안 가는 일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1. 앞뒷말이 하나도 안 맞아요
딸처럼 생각한다고 하시는데 어쩌다 시댁에 가면 남편보고만 피곤하겠다고 하고 쉬래요. (근무시간은 제가 훨씬 길고 체력도 더 약해요.) 남편 먹을 것과 시누이 먹을 것만 챙기십니다. (시누이는 저보다 2살 어려요.) 솔직히 웃겼지만 저는 남편의 엄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랄 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자꾸 딸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니까 웃겨요.
2. 부엌일 저만 시켜요
시댁에 가서 남편하고 함께 일하려고 하면 부엌 좁다고 남편보고만 들어가서 쉬라고 하고 부엌일 안 해봐서 못한다고 하셔서, 저도 시댁이 낯설고 힘들다고 했어요. 그리고 둘 다 초보니까 함께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본인은 아들 귀하게 키웠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말했어요. 결혼했으니 함께 일해야 한다고요. 시어머니는 남편이 저보다 나이도 많으니 어린 제가 하는 게 맞대요. 그것도 이해가 안 갔어요. 나이 순이면 시누이가 막내니까 시누이가 해야 맞다고 했더니 화내면서 본인이 하시겠대요. 사실 시어머니 집이니까 시어머니가 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3. 자꾸 이모님들께 선물하래요
이건 진짜 이해가 안 가요. 선물은 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 왜 시어머니가 선물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모님 환갑이라고 해서 선물 해 드렸어요. 저와 남편이 열심히 골라서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드렸는데 더 비싼 거 안 했다고 뭐라고 하세요. 환갑 생일이라고 해서 저는 기쁜 마음으로 백화점에서 50만원 정도하는 가방을 산 건데, 예전에 시어머니 환갑 때 더 비싼 거 받으셨대요. 그래서 비싼 선물 받으신 분은 시어머니인데 왜 제가 그거와 똑같이 값을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선물이라는 건 자기 형편에 맞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씀 드렸어요. 화 내셨어요.
4. 생활비 때문에 걱정이래요
자꾸 제 월급 물어보시고 본인의 생활비를 걱정하세요. 남편하고 이야기했는데 남편은 별다른 말이 없어요. 동네에 아는 아줌마가 있어서 물어보니까 그건 생활비 좀 달라는 뜻이래요. 생활비가 없으면 본인이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건강하시고 지금 하시는 일이 큰 체력을 요구하지도 않고 아버님도 버시고 있어요.) 남편이 듣기만 하고 신경쓰지 말라고 해서 그냥 있었는데, 자꾸 저만 잡고 이야기하니까 남편한테 말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화를 내세요.
5. 저랑 본인을 비교하세요
제가 새옷을 사 입으면 너는 니 시어머니 생각 안 나느냐 하세요. 남편이 옷 사 입을 때는 아무말 없으시고 좋다고만 하시는데 제 옷만 자꾸 뭐라고 합니다. 가방도 제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저는 제 돈으로 샀어요. 쇼핑하다가 시어머니 생각이 나거나 괜찮겠다 싶은 거 있으면 사 드려요. (이건 제 용돈에서 사 드려요. 제 선물이니까요.) 근데 매번 시어머니 생각이 나는 건 아니잖아요. 자꾸 강요하니까 기분도 안 좋고 선물이 아니라 상납하는 거 같아요.
6. 제 직장을 무시하는 말을 해요
이런 거 비교하는 게 웃긴 건데, 남편보다 월급도 더 많고 직위도 높은 제 직업을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 남편 직장이 힘들다고 걱정하셔서 저도 제 직장 힘들지만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저보고 너는 성격상 나가서 일하는 게 맞는 사람이고 니 직장은 쉬엄쉬엄 해도 돈 잘 주는 곳 아니냐 하시더라고요. 쉬엄쉬엄 해도 돈 잘 주는 직장이란 건 없습니다 했어요. 그랬더니 ‘니 직장은 미국 날라리 회사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7. 남편 집안일시키지 말래요
저희는 집안일을 당연히 나눠서 합니다. 그런데 저보고 자꾸 남편 집안일시키지 말고 제가 하래요. 이거야말로 진짜 말이 안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둘이 살면서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는데 왜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 제 집이기는 하지만 남편 집이기도 한데 이해가 안 가서, 둘이 사니까 둘이 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원래 남편은 그런 거 안 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동안 안 했으면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서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본인이 보기 싫으시답니다. 시어머니 가정이 아닌데 왜 시어머니가 보기 싫으신지 이해를 못하겠고, 가정의 일원이 가정일에 소홀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화내세요.
8. 자꾸 시댁에 놀러 오래요
회사일 바빠서 힘든데 자꾸 놀러 오라고 합니다. 바빠서 못 간다고 하면 서운하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남편보고 가라고 했는데 남편도 싫대요. 피곤하고 주말에는 쉬고 싶다고요. 남편이 피곤하다고 시어머니한테 말하니까 저라도 오래요. 저도 일 더 많고 피곤한데 제 부모집도 아니고 제가 왜 가야 하는 지 이해가 안 가요. 그래서 안 갔더니 저보고 미국 살아서 이기적이라 고 하세요. 몇 년 전까지 남남이었던 사람인데 왜 저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이기적이라고까지 말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래서 시어머님이 낳은 자식이 안 간다는 건 이기적이라고 말 안 하면서 왜 저한테는 이기적이라고 하시는지 이해를 못하겠고 어머님이 더 이기적인 것 같다고 했어요. 화내셨어요.
9. 말대답 말고 듣기만 하래요
이거 때문에 제일 트러블이 많이 생기는 거 같은데, 자꾸 말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하래서 듣기만 했더니 나중엔 왜 대답을 안 하냐고 합니다. 어쩌라는 거냐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말을 들으래요. 어른이 이야기하면 ‘잘못했구나’ 반성하고 빌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잘못한 거면 사과드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거면 사과할 수 없다고 했어요. 화내세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 생각 있어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한참 저한테 말하고 나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물으시니까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요. 그래서 결혼했다고 어른들 말을 무조건 따르는 건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부모님한테 뭘 배웠냐고 막 화를 내세요. 저도 막 화가 났어요. 그래서 부모님한테서 서로 존중하라고 배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너처럼 어이 없는 애는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10. 자꾸 전화하라고 합니다
할 말이 없는데 왜 전화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친구와 고민상담하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전화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눈이 많이 왔을 때는 괜찮으신가 싶어서 전화 당연히 했어요. 알려드릴 일 있을 때는 당연히 전화하고요. 그래서 지난번에는 왜 자꾸 전화 안 하냐고 해서 전화할 일이 없어서 안 한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넌 시부모 안부가 안 궁금하냐고 해서 남편이 전화할 때 안부 묻지 않느냐고 했더니 따로 전화하래요. 며느리는 그래야 한다고. 며느리가 무슨 마법의 단어도 아니고 며느리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뭔가 할 것이 굉장히 많은 것처럼 말하셔서 ‘저 팔려온 느낌이다. 결혼하면서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할 것이 많냐’고 했더니 그게 전통이래요. 그래서 예전에는 전화가 없었으니 전통은 아니지 않냐고 했어요. 그리고 전통이라는 것은 그걸로 인해 사람이 행복해야 하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고 불편하면 악습이라고 했어요. 화 엄청 내셨어요.
지금 시어머니는 저 때문에 속상해서 입원하시겠다고 해요. 속상해서 입원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말하면 더 화내실까봐 그냥 있어요. 좋은 충고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덧글에 대한 글쓴이의 답글
1. 시부모님한테는 한국 명절, 생일, 어버이날 또 종종 선물 드려요. 근데 자꾸 다른 친척들 것도 하라고 해서 그럴 돈 없다고 말씀드리고 남편보고는 원하면 남편 용돈에서 하라고 했더니 남편은 안 해요.
2. 가장 큰 고민은 말대답 문제인 것 같아요. 대답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요. 근데 자꾸 대답을 강요하세요. 그래서 강요하지 마시라 했더니 또 말대답 한다고 해요.
3. 자꾸 ‘니 꺼 중에 뭐 예쁘다, 좋다’ 하셔서 처음에는 가격을 알고 싶어하시나 하고 가격을 알려드렸더니, 너는 눈치가 없어서 어디 가서 예쁨 못 받겠다 하세요. 뭐 특별히 예쁨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은 없지만 자꾸 싫은 소리하니까 저도 기분 나빠요.
4. 자꾸 저보고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말하세요. 그래서 인생이 짧은데 하기 싫은 일을 합당한 이유나 보상이 없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며느리라는 게 합당한 이유고 왜 자꾸 말대꾸 콩콩 하느냐 하십니다.
5. 대답만 ‘네’ 하고는 안 했더니 시어머니 속였다고 더 화를 내시고, 나가라고 하셔서 나갔더니 왜 또 나갔냐고 하고… 그래서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 거라고 했더니 또 화를 내십니다.
6. 회사에 있는데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무슨 일로 화가 나셨는지 소리를 지르시기에 전화 매너를 지키시라고 했어요. 그래도 자꾸 소리치시기에 “매너를 안 지키시면 전화 끊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급한 일 아니면 근무 중에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했는데 끊어버리셨어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자꾸 화가 난다 하시니까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나시는지 이해를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출처 : 마이클럽 (m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