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 하버드 아시안 학생 차별하는 인종 쿼터제 폐지
지난 6월 29일 연방 대법원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대와 사립대인 UNC 채플힐과 하버드대의 인종 쿼터제 입시 정책에 철퇴를 가한 후, 지난 27일 UNC 채플힐의 이사회가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하는 입시 정책(Affirmative Action)을 완전히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UNC 채플힐 이사회는 “인종을 이유로 개인이나 그룹에 ‘우대’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며, 에세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 ‘인종 기반 선호도’를 전제로 하는 제도를 수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버드대 역시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결정을 확실히 따를 것”이지만, “대학은 소외된 이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장소가 되어야 하며, ‘다양성’이라는 하버드의 가치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문 자녀 우대 입학제도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로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학들의 동문·기부자 자녀 우대 입학제도(레거시 입학제도, Legacy Admissions)에도 후폭풍이 불고 있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LCR, Lawyers for Civil Rights)’ 단체는 레거시 입학제도로 하버드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70%가 백인이며, 레거시 입학의 합격 가능성이 일반 지원자의 6~7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제도로 백인들이 압도적 이익을 받고, 반대로 자격 있는 유색인종 지원자들이 차별을 받았다며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지난 25일 연방 교육부가 하버드대 레거시 입학 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부유한 백인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레거시 입학제도의 특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 왔다. 실제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75%가 레거시 입학제도를 반대한다. 따라서 MIT, 존스홉킨스대 등 100여개의 대학이 “명문대 출신 부모의 부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레거시 입학제도는 불평등의 상징”이라며 2015년 이후 이 제도를 폐지했다. 또한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라지 체티(Raj Chetty) 교수팀은 “명문대 재학생 6명 중 1명이 상위 1% 가정 출신으로, 성적이 같아도 대학 입시에서 부자가 2배 더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레거시 입학이 더 문제”라며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하버드 졸업생 28% 동문 자녀
레거시 입학제도는 동문 자녀나 기부자 자녀를 우대하는 특례 입학 제도이다. 이 제도는 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고착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미국 대학의 약 75%가 레거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AP 통신이 미국 주요 대학의 레거시 입학생 비율을 조사한 결과, 적게는 4%에서 많게는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레거시 입학생 비율은 약 15%에 달한다. 올해 예일대 졸업생 4,000명 가운데 12%가 레거시 수혜자였고, 프린스턴대의 경우 레거시 입학률이 30%까지 치솟았다가 매년 꾸준히 줄어 지금은 10%에 머물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2019년 졸업생의 약 28%가 동문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거시 제도 폐지 수순
하버드는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고 대학이 열린 기회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시아계 입시 차별 소송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ALDC(운동선수, 레거시, 교직원 자녀, 학장 추천)로 입학한 백인 합격자가 무려 43%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는 “동문 자녀 입학 우대정책은 소속감 형성에 도움이 되고, 저소득층 장학금 재원 마련 목적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실상은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하며 ‘다양성’을 추구하고, 레거시 제도를 통해 그들만의 ‘소속감’을 도모해 온 셈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과 교육부 조사로 인해 레거시 제도를 스스로 폐지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웨슬리안대학과 미네소타대학교는 이번 7월부터 레거시 제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레거시 제도는 머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입시제도 변화의 최대 수혜자는 아시안 학생들이 될 것이다. 대학이 진정한 기회의 장소가 되어서 더 많은 아시안 학생들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