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함민복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 해설자의 말
아주 짧은 시이지만,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참신한 시입니다. 한 줄 한 줄 음미할수록 깊은 생각과 깨달음을 줍니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시인은 바다를 물울타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울타리는 다른 울타리와는 다르게 울타리가 가장 낮습니다. 거기다가 한술 더 뜹니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라는군요. 바닷물은 섬을 육지로부터 분리시키는 장애물입니다. 즉, 나와 외부를 차단시키는 장애물이지요. 그러나 생각을 뒤집으면 섬을 둘러싼 바닷물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뱃길이기도 합니다.
어찌 섬과 바다뿐이겠습니까. 우리의 삶에도 울타리가 많이 있습니다. 그 울타리가 모두 길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