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최근에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을 개관해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그 주요 현상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작동 원리와 오늘날 실용단계까지 오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자율주행 자동차는 많은 센서들, 소프트웨어, 특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동하는 수백 개의 컴퓨터 프로세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탑재된 소프트웨어 수는 전투기나 페이스북, 또는 이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주변 인식 시스템
주변 인식 시스템은 가로수, 건물들, 표지판 등 고정된 사물은 물론, 도로 위 전면, 후면, 좌우 측면의 차량, 보행자, 보행자와 함께 걷는 동물, 자전거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상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 없이 많은 조건에서 이 모든 움직이는 대상과 사물들을 미리 입력해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학습 능력이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소화해 ‘배운’ 다음 비로소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인 Deep Learning이라는 신경망 위에 구축된 인식 시스템은 비디오 카메라, 레이더 센서, 그리고 레이더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전자파인 laser를 사용하는 LiDAR센서에서 오는 정보를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분석해 물체를 인식한다.
2. 주변 변화 예측 시스템
주변의 여러 가지 물체나 대상을 인식한 다음에는 그들이 수 초 이내에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판단한다.
3. 제어 결정 시스템
위 두 가지 시스템의 정보를 바탕으로 감속, 가속, 방향 전환 등을 결정하여 자동차가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지난 3월에 우버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밤에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일어났다. 분석 결과 차량의 인식 시스템이 보행자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나아가 그 보행자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판단하지 못했다. 자동차의 제어 결정 시스템이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없자 자동차에 탑승하고 있는 운전자에게 경고를 했지만, 상황을 주시하지 않고 있던 운전자가 1.6초라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혹자는 이 사고에서 보여준 자율주행 자동차의 치명적인 미숙함으로 인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신기술의 초창기에는 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항공기나 기존의 자동차처럼 기술이 완숙 단계에 이른 분야에서도 이따금씩 사고는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술을 폐기하지 않는 이유는 실보다는 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의 정의 5단계
미국연방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에서는 자율주행 5단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단계 0: 자율주행 기능이 전혀 없어 운전자가 조향, 감속, 가속 등을 직접 해야 하는 20세기 차량 단계
단계 1: 운전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조향, 감속, 가속 기능을 각각 보조 받는다.
단계 2: 이 단계에서 사용되는 운전보조 시스템은 조향, 감속, 가속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단계 3: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자동 주차기능과 같이 특정한 상황에서만 가동될 수 있다.
단계 4: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모든 주행 기능을 수행하고, 운전자가 수동 모드로 직접 주행을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행을 맡을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단계 5: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량을 작동해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궁극의 단계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 중인 회사들은 양산차가 단계 4에 도달하는 시점을 2021년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양산차가 아닌 시제품은 이미 단계 5를 시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2014년에 운전대, 브레이크 페달, 가속 페달이 없는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 운영을 해 오고 있다.
2004 자율주행 자동차들의 경주가 시작되다 – Grand Challenge
미국 고등국방연구소는 2004년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었다. 그 이전부터 이 연구소는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었는데, 수억 달러를 들이고도 별 진전이 없자 학계와 민간의 지혜를 이용하여 자율자동차, 특히 군 보급용 자율자동차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완주를 조건으로 우승상금은 백만불.
2004년 3월에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142마일 코스에 도전한 차량은 총 15대였다. 수천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형편 없었다. 아무도 완주하지 못했고, 가장 멀리 간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개발한 차는 고작 7.32 마일을 갔을 뿐이었다.
이듬해 같은 지역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는 일취월장한 실력들을 보여 주었다. 참가 차량 23대 중 1대만 빼고 모두 1차 대회 최고 성적보다 나았으며 5대는 완주했다. 그 중에 스탠포드대, 카네기멜론대가 1, 2위를 차지했다.
2년 뒤인 2007년에 열린 3차 대회는 1, 2차 대회와는 달리 도시 지역 60마일 코스에서 진행되었다. 카네기멜론과 스탠포드 등의 대학들이 각각 지엠,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팀을 이루어 11개 차량이 참여했다. 카네기멜론과 지엠이 우승해서 2백만불의 상금을, 스탠포드와 폭스바겐이 준우승으로 백만불, 버지니아텍과 포드가 3위를 해서 오십만불의 상금을 가져 갔다.
이들의 성공은 여러 회사들의 상용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구글, 테슬라, 우버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기존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뒤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고등국방연구소는 완주한 팀들 중 몇몇과 군용 자율장비를 개발하게 되어 산· 학·관 협력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구글
구글은 2009년 인공지능 전문인력과 스탠포드의 Grand Challenge 대회에 참여한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웨이모(Waymo)를 출범시켰다. 초창기에 몇 대로 시작한 자율주행 시험 운행은 현재 수천 대의 미니밴으로 시험 중이다. 실리콘 밸리, 특히 웨이모 본사가 있는 마운튼 뷰 지역에서는 Waymo 로고와 지붕에 LiDAR를 장착한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구글의 자율운행은 비디오 카메라, RADAR, LiDAR뿐 아니라, Google Maps도 이용한다. 지금까지 웨이모 자율주행 자동차들의 자율운행 합계는 8백만 마일을 넘겼고, 데이터를 이용한 가상 자율운행 거리는 50억 마일을 넘겼다.
테슬라
테슬라는 단계 3+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를 판매해 왔다. 그리고 판매된 테슬라 자동차로부터 데이터를 계속 확보해 왔는데, 지금까지 누계 50억 마일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테슬라 단계 3+ 자율주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양산차라는 점 외에도 LiDAR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 발생한 테슬라 운전자 사망 사건은 탑재된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전 자율기능이 아닌 반자율임에도 운전자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자율운행 상황을 주시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우버(Uber)
2015년, 자율운행 자동차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서 우버는 카네기멜론 대학이 있는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 고등기술연구소를 세우고 많은 로봇공학 연구자를을 고용해서 자율운행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DMV에 의해 자율주행 차량 등록이 취소되자 아리조나로 옮겨서 시험 운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채 시험 운행을 해 오던 중, 올 3월에 보행자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현재는 시험 운행을 중단한 상태이다.
트럭 자율운행 키트 OTTO
2016년에 구글 출신 창업자 3명이 세운 벤쳐기업 OTTO는 기존의 대형 운송트럭을 자율주행 차로 전환해 주는 키트를 3만불에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환된 트럭은 단계 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게 되어 고속도로(free way)에서는 자율주행이 가능하여 운전자가 쉴 수 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올 때는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하게 된다. 장거리 트럭들은 대부분의 주행을 고속도로에서 수행하므로, 통상 필요한 운전자를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일 수 있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OTTO는 창업한지 불과 7개월 만에 약 6억 8천만 달러에 우버에 팔렸다.
드론
드론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군용이다. 특히 인명 살상용 드론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민간 분야에서도 취미같은 가벼운 용도로부터 농업, 재난현장, 건축, 운송 등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하늘에서의 자율주행인 자율운항 기술을 이용해 아마존이 호주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달을 시작했고, 자율운항 항공택시를 Kitty Hawk Fly, Uber 등 20여 개 회사들이 개발 중에 있다. 기존의 헬리콥터와 조종사보다 더 믿을 수 있고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항공 택시의 자율운항 시스템이 성숙되면 사용자가 항공기 조종면허를 딸 필요가 없으므로 항공택시는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자동차간 통신기술
위에서 살펴본 것 처럼 여러 기업들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자율운행 자동차 시대에 대비하여 도로상에서 자동차들 사이에 직접 통신을 할 수 있는 통신 협약(protocol)이 마련되어 개선 중에 있다. 자동차들 간에 직접 통신이 이루어지면, 자율주행이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자율주행과 자율운항 운송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이들 자율 시스템의 핵심은 Deep Learning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 Deep Learning은 지난 10년 동안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큰 공헌을 했지만 약점 또한 가지고 있다. 유사하지만 처음 접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버와 테슬라의 사고 데이터가 이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약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율 시스템이 100%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인간보다 조금 더 나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는 잠시 눈을 2차 산업으로 돌려서 생산공장에서의 4차 산업혁명 진행 상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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