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캠프에서 만난 매우 놀라운 두 분이 있다. 조앤과 데비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각각 한국 아이들을 2명씩 입양해 키우면서 아이들의 뿌리를 찾아주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갓난아기때 입양된 아이들이 문화적으로는 미국인지만, 자라면서 외모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로 인한 충격을 줄여주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 방문이 20년을 넘어가고,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알아갈수록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한국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되어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함에 담긴 골무 100개(100 Thimbles in a Box)』라는 책까지 펴냈다. 매년 봄 가을에 2번씩 한국을 방문하여 20년 동안 공예, 도자기, 옹기, 섬유, 한지, 상감, 회화 등 7가지 분야의 44가지 공예품을 집대성한 책이다.

조앤과 데비가 함께 집필하여 출판한 책『함에 담긴 골무 100개』

데비는 크고 화려하고 강렬한 중국 공예와 절제된 비장미의 일본 공예와 달리 그 중간 지점에서 적절한 우아함과 쉽게 즐길 수 있는 크기와 유머를 지닌 한국 공예품을 사랑한다고 했다. 특히 무섭고 위험한 호랑이를 어리숙하고 친숙하게 표현한 민화나 석조물의 유머감각이 참 놀랍다고 했다. 조앤 역시 호랑이, 해태, 도깨비 등의 야수나 괴물을 웃고 있는 형상으로 표현한 곳은 한국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조앤과 데비가 한국말로 호랑이, 해태, 까치 등을 유창하게 말해서 너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조앤과 데비는 지금도 1년에 2번씩 한국에 가서 한국 공예품들을 많이 사가지고 온다. 그리고 무궁화 캠프 같은 한국인 입양아들을 위한 행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 이유가 참 감동적인데, 많은 한국인 입양아들이 한국 식당도 없고 한국 식품점도 없고, 다른 한국 사람도 없는 시골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상기시켜줄 아름다운 ‘한국 물건’을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펼쳐 놓은 부스에는 아름다운 문양의 책갈피부터 생활소품, 장신구, 의류까지 매우 다양한 아이템들이 엄청나게 전시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들이 한국 민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소재로 재미있는 동화책을 썼다는 사실이다. 제목은 『호랑이 이야기(Tale of Korean Tiger』인데, 동물 일러스트 작가 이웅기님의 삽화를 곁들인 아주 재미난 이야기였다. 한국 민화 속 호랑이, 까치, 도깨비 등의 상징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미국식 써프라이즈 파티의 개념이 절묘하게 결합된 새로운 이야기였다. 지금은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야기도 재미있고, 삽화도 재치가 넘치는 동화책이어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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