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교육 [프랑스 여행기] 빈센트 반 고흐의 집, 오베르 마을을 다녀와서

[프랑스 여행기] 빈센트 반 고흐의 집, 오베르 마을을 다녀와서

0
[프랑스 여행기] 빈센트 반 고흐의 집, 오베르 마을을 다녀와서
이온유 (Christina Lee) UNC Charlotte 2학년 학생, International Studies 전공

프랑스 파리를 처음 여행한다면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을 꼭 가봐야 하는 리스트에 올려 놓고 관광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파리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거나 혹은 일정이 좀 여유로운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명소, 빈센트 반 고흐의 집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를 소개해 드립니다.

화가의 산책로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파리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파리 근교에 위치해 있습니다. 파리 지하철 북역(Gare du Nord)에서 출발하는 H 기차를 타고 퐁투아즈(Pontoise)역까지 가면, 이 역에서 오베르(Auvers)역까지 바로 연결되는 기차가 있습니다.

오베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화가의 산책로(The Painter’s Walk)”입니다. 이 산책로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오베르에 살면서 그린 모든 풍경과 건물들이 있는 장소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시간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오베르 성당

고흐가 그린 오베르 성당 그림과 실제 성당의 모습 © Culture Trip

산책로의 초입에서 반 고흐가 그린 오베르 성당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고흐가 그린 그림과 실제 성당을 비교해 보면 성당의 모습이 예전과 거의 그대로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물론, 그림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고흐 자신만의 해석과 붓터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의 무덤 © KLM Blog

오베르 성당을 나와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을 지나면 드넓은 밀밭을 만나게 됩니다. 고흐가 그렸던 밀밭 들판을 걷는 동안 나는 광대하고 끝없는 바다를 볼 때 느끼는 내면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삭파삭한 밀밭의 한가운데서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들판을 간질이고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걷는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그가 그린 하늘, 까마귀, 구름과 물결치는 밀밭 속을 걷다가 마침내 그가 그림을 그렸던 그 각도, 그 위치에 섰을때 고흐의 그림은 하나의 그림을 넘어 그 당시 고흐의 현실 세계로 나를 이끄는 듯했습니다.
지난 번 파리 여행 때 ‘까마귀가 나는 밀밭’ 그림을 박물관에서 보았는데, 그 그림의 실제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런 현장감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기’가 그려진 파리 근교의 바르비종(Barbizon)을 방문해 이런 생동감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덧 밀밭의 끝에 이르자 길은 마법의 숲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무들이 우거져 자연스런 터널을 만들고, 그 건강하고 꽉 찬 녹색의 그늘 속을 걷다보면 여기 저기서 새 소리가 들리고, 마치 동화속 요정들이 내 눈 앞으로 지나갈 것만 같은 매혹적인 숲길이었습니다.

오베르 마을
숲길을 지나면 오베르 마을에서 마지막 작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흐가 그린 오베르 시청과(Mairie d’Auvres-sur-Oise)과 다비니 정원(Le Jardin de Duabigny)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고흐의 눈으로 재해석된 자연과 건축물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빈센트 반 고흐의 집이 보입니다. 고흐가 마지막에 자살한 2층 침실을 직접 가볼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보는 게 편안하지 않아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어둠과 평화
이 작은 마을을 걷는 동안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주 밝고 편안했지만, 고흐의 그림들은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둠’이었습니다. 그가 이 마을에 사는 동안 그렸던 모든 그림에서 그가 안고 있던 어둠과 그가 죽기 전에 느꼈던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노란 밀밭조차 어둡고 피곤하게 보였습니다. 고흐의 그림 대부분이 그가 자살했던 1890년에 채색되었습니다. 나는 그가 내면의 고통과 더 이상 싸울 수 없어 이 그림들을 통해 표현하며 마지막 삶의 의지를 그림에 걸고 살았다고 느꼈습니다. 그가 붓을 든 하루하루는 그가 살고자 했던 하루였을 것입니다.

오베르 수르 우아즈를 방문한 후 나는 오르세 박물관(Orsay Museum)을 방문해 고흐가 그린 그림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보면서 밀밭에 부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 고흐의 내면에서 일렁이던 불안과 평화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베르 마을과 그곳에서 보낸 고흐의 마지막 시간,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나의 감정들이 이 그림들 속에서 더 분명하게 이해되고 조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도 이 아름다운 마을에 가서 어느 평범한 화가가 예술 역사에 자신의 길을 닦으며 느꼈던 어둠과 한 줄기 평화를 같이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