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 정희성
(1945~ ) 시인.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에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 돌아보면 문득 』등이 있다.

 

▶ 시 해설
우리 삶을 이끌어 가는 힘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권력에의 의지’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쾌락에의 의지’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의미에의 의지’라고 말한다.

정희성 시인은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 ‘그리움’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시에서 시인은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자신의 마음을 나무에 의탁해 고백하고 있다.

나무는 고정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로 다가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애틋한 그리움을 팔을 뻗듯이 가지를 뻗어 멀리서 사랑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것이다.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속절없는 마음이 애닯아서 꽃을 피우고, 벌 나비를 불러 그 그리운 마음을 대신 전해보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것도, 바람에 향기가 날리는 것도 나무의 간절한 그리움 때문이리라.

우리 모두가 마음 속에 누군가에 대한 이렇게 애닯고도 아름다운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된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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