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면, 이 집 남자의 조언을 눈여겨 보자. ©msnews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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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남자의 조건
사주팔자 때문에 이혼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 아내의 사주는 흙이고, 저는 물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만나면 진흙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웃자고 한 얘기다. 그런데 당신의 부부관계는 어떠신지? 좋은 남편, 좋은 아내로 살고 계신지?
나이가 들수록 남자에게 아내의 소중함은 더욱 극명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아내에게 남편의 존재란 어떨까? 남편이 아내를 필요로 하는 만큼 아내도 남편을 필요로 할까? 만약 나이 들어서도 아내가 남편을 꼭 필요로 한다면 그 남자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 그러니 남자들이라면 한번 생각해보라. 나는 아내에게 어떤 존재일까?

젊어서는 아내와 싸우고 경쟁할 수 있다. 화면 조정 시간이고, 맞춰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바뀌어야 한다. 나이 든 노인이 아내 말 안 듣고 바득바득 자기 고집을 피우는 건 보기 민망하다. 난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내와의 전쟁에서 이기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 국가에서 무슨 포상이라도 주나? 아니면, ‘그동안 아내와 싸우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내와의 전쟁에서 이기길 바랍니다.’라며 칭찬이라도 받을까?
나는 차라리 그 힘을 아껴 열심히 일하고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 아내에게 갖다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집 안에서는 힘을 빼고, 밖에서 힘을 쓰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는 태생적으로 싸우는 걸 싫어해서 신혼 때도 거의 싸운 적이 없었다. 일단 게임이 되지 않았다. 아내는 나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데이터를 갖고 있었는데, 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싸움이란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한데, 아내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넘사벽’이었다. 그래서 나는 투쟁 대신 복종의 전략(Surrender Strategy)을 선택했다.

복종의 전략
한용운의 ‘복종’이란 시가 있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신’의 자리에 ‘아내’를 대입하면 그대로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자유로운 독거노인보다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 남편으로 남고 싶다. 아내의 지시를 거역하다 쫓겨나는 중년 남성보다는 아내에게 복종하면서 사랑받는 남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내의 잔소리와 지시가 내게는 사랑 고백으로 들린다.

현명한 남자의 미덕
가정에서 내 처세술의 핵심은 ‘의견이 없는 것’이다. 내가 정말 아무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아내의 말을 따른다. 그런 처신해 온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제법 괜찮은 전략이다. 우선 편하다. 마찰이 없다. 별다른 노력도 필요 없다. 그저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아내 귀에는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
아내가 화를 내면 방비는 단단히 하되, 얌전히 샌드백이 되는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에 정면으로 맞서봐야 어차피 이길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뱃사공처럼 그저 몸을 움츠리고 뭔가 딴 생각을 하며 태풍의 회오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복종의 전략을 잘 쓰는 것도 현명한 남자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