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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한 템포 쉬고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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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한 템포 쉬고 말하기
한 템포만 쉬고 말한다면 훨씬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lovepanky.com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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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말
군인 출신이던 아버지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침착하고 깔끔한 분이었다. 군인정신이 몸에 배어 정리정돈은 물론, 모든 물건은 제 자리에, 주변은 늘 청결하게 관리했고, 주무실 때도 차렷 자세로 주무셨다. 말이 많지 않고, 낯을 많이 가렸다.
어머니는 정반대 스타일이었다. 활달하고, 외향적이고, 대인관계가 좋으셨다. 늘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집에 돌아오실 때는 100미터 전방부터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를 물으며 온 동네 참견을 다 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옷도 아무 데나, 지갑도 여기저기. 그러다 보니 외출할 때마다 뭔가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잘하셨지만 급한 말 때문에 두 분이 자주 다투셨다. 급한 성격에 화가 나면 그걸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했다. 그러다 보면 별일 아닌 일이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한 템포만 쉬었으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한 템포 쉬고 하는 말
그러데 나 역시 그런 어머니를 닮아 성격이 급하고 덜렁거린다. 잃어버리기 선수다. 늘 무언가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말을 할 때도 상대를 잘 배려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얘기는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성향으로 보면 나 역시 자주 싸워야 할 것 같은데 결혼생활 40년 동안 싸워본 기억이 없다.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00% 아내의 공이다. 아내의 지혜로운 처신 덕분이다. 아내는 말에 관한 한 스승이다. 언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지금이 말을 해야 할 순간인지 아닌지 잘 안다. 아내의 주특기는 한 템포 쉬기다. 아내는 그걸 잘한다. 타고난 성향인 듯 싶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재향아, 너는 말하기 전에 꼭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구나. 참 좋은 습관이다.”
화가 나도 절대로 쏘아 붙이지 않는다. 내게도 그렇고, 자식들에게도 그렇다. 한 템포 쉬고 다음날 얘기하거나, 아니면 며칠 지난 후에 얘기한다. 그때쯤 되면 서로 온전한 정신으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 싸움으로 번질 일이 없다. 그 덕분에 부부싸움 없이 잘 지내왔다. 만약 내가 내키는 대로 막 퍼붓는 여자와 살았다면 이미 이혼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말버릇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로 말을 하는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일단 털어놓는가? 앞뒤 가리지 않고 쏟아부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인가? 그러고 나서 ‘나는 뒤끝은 없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곧 말인 사람들이 있다. 뭔가 생각이 나면 바로 얘기를 하고 따지고 든다. 본인은 자신이 똑똑한 줄로 착각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의 기분은 풀릴지 몰라도 주변 사람이나 어린 자식들은 그런 필터링 없는 말에 깊은 상처를 입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헛똑똑이’라고 부른다. 자신은 뒤끝이 없을지 몰라도 그에게 언어 폭력을 당한 사람의 상처는 평생 갈 수 있다.

재앙을 불러오는 입
대부분의 재앙은 입에서 비롯된다. 말을 안 해서 후회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을 잘못해서 불러온 비극도 많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는 한 템포 쉬며 생각하는 게 좋다. 그것만 해도 실수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면 대개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말의 목적이 싸움은 아니다. 따라서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 때는 작전상 후퇴하는 것이 현명하다. 뭔가 따지고 싶을 때 한 템포만 쉬어도 불필요한 싸움이 줄어들고 영혼이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