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부모님은 정말 말로는 다 못할 정도로 가족, 가족, 가족을 강조하시고 저한테 딸 같은 며느리를 찾으시길래 시부모님 소원을 들어 드렸습니다.

매주 연락 없이 들이 닥쳐서 사사건건 간섭하시며 하루 종일 머물다 가시고 주말마다 아기 데리고 와서 자고 가라고 강요하셔서 그 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걸 마음 편히 받아들이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시부모님께 최대한 예의를 차려 대접을 해 드리고 싶지만 자꾸 “가족같이, 딸같이”를 원하시니 어쩌겠어요. 며느리인 제가 양보하고 두 분 원하시는 대로 해 드려야지요.

자꾸 연락도 없이 집에 오셔선 점심 저녁 다 저희 집에서 해결하고 밤 늦게 돌아가시면서, 우린 가족이니까, 너는 딸같이 편하니까, 너도 우릴 친부모라 생각하고 편히 해라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내가 어찌 그리하겠나 했지만 정말 정말 너무나 강요를 하셔서 몇 주 전부터는 친딸같이 편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답니다.

일단, 오시든 말든 점심 저녁 신경도 안 쓰고 딸같이 편한 마음으로 저희 먹는 반찬 그대로 밥상에 내고 라면을 끓여 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딸이니까요.

아직 돌도 안 된 우리 아기 발 동동거리며 키우는데, 거기다 일까지 하고 집에 오면 너무 힘들고 피곤해요. 그래도 예전에는 며느리의 도리 다 하느라 아무리 피곤해도 와서 밥 차리고…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게다가 시부모님이 언제 오실지 몰라서 청소도 항상 해 둬야 하고요. 그런데 딸처럼 편히 하라고 해 주시니, 저야 뭐 너무나 감사하죠. 그래서 지금은 청소는커녕, 귀찮을 땐 설거지도 그냥 쌓아 둡니다.

그러다 지난 목요일. 이 날은 제가 7시가 넘어 온 몸이 녹초가 돼서 돌아왔는데, 저 올 때까지 저녁을 안 드시고 계시길래 양념통닭 한 마리 시켜드리고 닭다리는 제가 얼른 집어 먹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딸이니까요. 제가 닭다리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그날은 열도 나고 너무 피곤해서 남편에게 아기 목욕과 설거지를 부탁하고 저 먼저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다음날 얘기 들어보니, 시아버지께서 남편하고 같이 아기 목욕을 시켰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시아버지는 당연히 저를 이해해 주셨겠죠? 당신 딸이 아파서 그런 거니까요.

이번 주말에도 자꾸 시댁에 와서 자고 가라 하시길래 편한 마음으로 기꺼이 갔습니다. 아기랑 놀고 있는데 점심 차려 주시길래 먹고 나서 설거지 도와 드렸어요. 두 아들(남편과 시동생)은 손가락 까딱도 안 하는데, 딸인 제가 도와 드렸으니 엄청 기쁘셨겠죠?

후식으로 과일을 가져 오셨는데 제 앞으로 놓아 주시네요. 딸 같아서 특별히 챙겨주시는 건지… 남편은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저도 별로 생각이 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깎아서 주시네요? 먹을 생각 없었지만 깎아서 주시니 부모님 마음을 생각해서 몇 조각 먹어 드렸어요. 저는 딸이니까요.

오후에 두 분이 아기랑 재미있게 노시길래 저는 들어와서 낮잠을 잤어요. 왜냐하면 저는 딸이니까요. 얼마만에 자는 낮잠인지 너무 좋네요. 피곤이 싹 풀렸어요.

푹 자고 일어나니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저녁에 닭고기를 구우셨더라고요. 구워 주신 닭고기 맛있게 먹고,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크림도 꺼내 먹고, 배불러서 한동안 쉬다가 아기 재우고 남편하고 나가서 데이트하고 오니 설거지랑 뒷정리가 다 되어 있습니다. 딸인 제가 할까 싶어 당신께서 미리 해 두셨나봐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늦잠을 잤네요. 밖으로 나가보니 아침에 오믈렛을 해 놓으셨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고 아주 맛있게 싹싹 비웠어요. 저는 딸이니까요.

아기 데리고 성당엘 가신다기에 잘 다녀오시라 배웅해 드리고 저는 집에서 쉬었어요. 전에는 어디든 쫓아다니며 똥기저귀부터 온갖 수발을 다 들었지만, 아마 제가 집에서 쉬는 게 당신 마음에 더 좋으실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딸이니까요.

딸같이 하니까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걸 왜 지금까지 이걸 모르고 혼자 스트레스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작 딸같이 편하게 할 걸! 요즘은 주말에 와서 자고 가라는 말에 얼른 “네~”하고 대답하게 돼요.

출처 :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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