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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트럼프] 17. “대선에서 지면 승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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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트럼프] 17. “대선에서 지면 승복하시겠습니까?”
트럼프와 힐러리의 3차 TV 토론회 장면 ©CNN.com

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공화당의 분열

트럼프가 2차 토론회에서 승기를 잡고 음담패설 사건에서 벗어나 이제 힐러리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시작하려는 찰나, 이번에는 공화당 내부에서 그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 폴 라이언(Paul Ryan)이 더 이상 트럼프의 논란에 대해 그를 변호하거나 옹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반트럼프 언론들은 이 호재를 놓칠세라 트럼프와 폴 라이언 사이에 싸움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하원의장 폴 라이언

폴 라이언은 1970년생 위스콘신 주 출신이다. 그는 1998년 처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계속 하원의원을 지냈고,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람니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5년 10월,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선출하는 하원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트럼프 대신 라이언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와 싸움을 붙이기 위해 공화당 최고위 공직자인 라이언에게 코멘트를 요청하며 미끼를 던졌다. 그들은 주로 라이언이 한 말 중에서 앞뒤를 자르고 인용하는 방법으로 트럼프와의 싸움을 유도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만약 중도하차한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이 폴 라이언이었다. 따라서 반트럼프 언론들은 트럼프를 싫어하는 그룹이 트럼프의 대안으로 라이언을 밀고 있으며, 라이언 자신도 대선 후보 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트럼프의 음담패설 사건 이후 언론들은 영향력 있는 공화당 정치인들을 찾아가 “아직도 트럼프를 계속 지지하십니까?” 하고 물으며 트럼프와 공화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었다.

2차 토론회가 끝난 다음날 라이언은 공화당 의원들과 컨퍼런스 콜을 가진 자리에서 자신은 더 이상 트럼프의 논란거리에 대해 트럼프를 변호하거나 옹호하지 않고 대신 하원의원 당선운동과 공화당의 의제 홍보에만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언론들은 라이언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낮으니 대선을 포기하고 다수당 유지에만 신경을 쓰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반격

이번에도 트럼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라이언이 매우 유약하고 무능한 리더라고 공격했다. 또한 그는 공화당 정치 기득권 세력을 향해 트윗을 날렸다. “나에게 씌워진 족쇄가 풀렸고, 이제 내 방식으로 미국을 위해 싸우게 되어 매우 기쁘다.(It is so nice that the shackles have been taken off me and I can now fight for America the way I want to.)”

이 말은 공화당 정치 기득권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이상, 자신은 더이상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싸우겠다는 선언이었다.

트럼프가 공화당 내 경선에서 승리할 때까지는 거침없는 막말과 언론 플레이를 해왔다. 그런데 공화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된 후, 공화당 내 반트럼프 그룹을 포함한 집토끼들을 모두 끌어안아야 했기 때문에 트럼프식 언행을 자제하는 조건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기득권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음담패설 사건을 기화로 반트럼프 그룹이 다시 등을 돌리자 트럼프도 더 이상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선거 운동을 해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3차 TV 토론회

마지막 3차 TV 토론회는 2016년 10월 19일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었다. 3차 토론회의 가장 큰 화두는 트럼프가 만약 대선에서 진다면 패배를 인정할 것인가였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기사와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기자 회견이 잇달아 터지자 트럼프의 지지율은 힐러리와 최대 20%까지 벌어졌고, 선거일까지 약 3주밖에 남지 않아 지지율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3차 토론 진행자가 트럼프에게 선거에서 질 경우 패배에 승복할 것인지 질문했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언론들이 불공정한 편파보도를 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선거에 해당된다며 만약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선거에 질 경우, 그때 가서 상황을 보고 승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를 대대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미국 선거 역사에서 트럼프처럼 승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승복을 안 하면 지지자들과 폭동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이냐며 트럼프가 이미 대선에서 패배한 것처럼 몰아갔다.

언론과의 전쟁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힐러리를 지지하던 언론들과 지지자들이 오히려 전국적인 대선 불복 시위, 재검표 소송, 러시아 해킹 의혹 등을 이어가며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의 당선 후에도 주류 언론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백악관 출입기자실에서 주류 언론들이 차지하고 있던 지정석을 없애고, 그들의 질문순서도 뒤로 밀어버렸다. 나아가 언론 대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자 언론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언론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