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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트럼프] 14. 트럼프와 힐러리의 1차 TV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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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트럼프] 14. 트럼프와 힐러리의 1차 TV 토론회
트럼프와 힐러리의 1차 TV 토론 장면 ©Wall Street Journal

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힐러리의 실신

힐러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미국과 전 세계 언론의 지지를 받으며 여유 있게 트럼프를 리드해 나갔다. 사람들은 세기의 대결이 될 트럼프와 힐러리의 1차 TV 토론회를 높은 기대감 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힐러리에게 갑작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뉴욕시 9.11 테러 추모식에 참석한 힐러리가 실신한 것이었다. TV에서는 본식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힐러리가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고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아 차에 오르다가 쓰러지는 영상이 속보로 보도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부터 몇 차례 수술을 받으며 건강 문제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런 사건이 발생하자 힐러리의 건강 문제가 전 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었다.

대통령직은 날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자리이고, 미국 역사에서는 실제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임기 중에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자 영부인 에디스가 대통령직을 대행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과거 대선에서도 후보들의 건강 문제는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였다. 물론, 지금은 대통령이 면직, 사망, 사직 또는 그 외 다른 이유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부통령이 그 직을 승계하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나 트럼프 모두 이제 곧 70대에 접어드는 나이로 고령 후보였기 때문에 힐러리가 실신한 사건은 미국 국민들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힐러리의 건강 문제

당시까지 언론에 알려진 힐러리의 건강 문제를 정리해 보면, 2005년 1월, 힐러리가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연설 도중 정신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이어 2009년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국무성에서 차를 타러 가다가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2012년에는 장염으로 실신하면서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뇌진탕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힐러리는 한 달 이상 국무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힐러리가 또 다시 실신하자 전문가들은 뇌진탕의 후유증이거나 혹은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뇌질환을 의심했으며, 힐러리가 대선 기간 중 유세를 할 때 계속 기침을 하는 점을 들어 심각한 건강 이상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6년 9월 5일 클리블랜드 유세 중에 힐러리가 계속 기침을 심하게 하다가 잠시 유세를 멈춘 적이 있었다. 어쨌든 이 사건 이후 민주당에서는 후보 교체설이 거론될 정도로 힐러리의 건강 문제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1차 TV 토론회

미국 대선에서는 항상 양측 후보들간에 세 차례의 TV 토론이 진행되는데, 그 중에서도 첫 번째 TV 토론이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왜냐하면 두 후보의 첫 번째 정면대결이고, 여기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첫 번째 TV 토론회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와 남성 후보의 대결이었고, 게다가 그 대상이 미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후보인 트럼프였다.

이에 더해 전당대회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지켜온 힐러리를 상대로 트럼프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그리고 9. 11 추모식에서 실신한 이후 힐러리가 어떤 모습으로 TV 토론회에 등장할지 등의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제1차 TV 토론회는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었다.

때문에 언론들은 토론회가 있기 한참 전부터 마치 월드 시리즈 결승전을 예고하듯 들뜬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세기의 대결

트럼프와 힐러리의 1차 TV 토론회는 2016년 9월 26일 월요일,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호프스트라(Hofstra) 대학에서 90분 동안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보름 전에 쓰러졌던 힐러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토론장에 나와 무사히 토론회를 마치면서 그녀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그리고 두 후보는 비교적 차분하게 설전을 이어갔다.

힐러리는 고등학교 토론반부터 시작해 로스쿨과 변호사를 거쳐 2008년 대선 때 오바마와 여러 차례의 토론 경험을 가진 노련한 토론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무역 불공정 문제와 일자리 문제, 그리고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TPP(Trans-Pacipic Partnership)를 지지했다고 몰아세우며 선전했지만, 정치 토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세련된 느낌은 부족했다.

1차 TV 토론회가 힐러리의 우세로 마무리되면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와 트럼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현재 연재되고 있는 『트럼프와 대한민국』을 책으로 구입하고 싶으신 분은 [email protected]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종이책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