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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택 칼럼] 절망에서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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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택 칼럼] 절망에서 희망으로
조성택 前 전라남도의회 의원
태권도 공인 9단 (국기원)

매미의 메시지
메모리얼 데이를 지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시원한 매미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매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매미가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떠올리곤 한다.
굼벵이가 매미로 탄생하기까지는 평균 6~7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땅속에서 나무 뿌리의 진액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여름날 비가 내린 다음날 매미 애벌레들이 부드러운 대지를 뚫고 우화(羽化: 번데기가 날개 있는 성충으로 변화)하기 좋은 나뭇가지나 풀잎사귀 등에 자리를 잡고 매미로서의 짧은 생을 시작한다.
굼벵이가 매미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매미보다 긴 세월을 살아가는 우리도 녹녹치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미처럼 희망을 가지고 기(氣)를 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
나에게 희망의 표상으로 남아 있는 분이 있다. 한국의 15대 대통령 김대중. 그의 정치 인생 40년은 파란과 시련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6.25 전정 때 인민군에게 붙잡혀 총살 직전에 도망쳤고, 1971년에는 국회의원 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목포에서 광주로 이동하던 중 14톤짜리 대형트럭이 덮치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공화당 모씨가 경영하던 운수회사 소속).
그리고 1973년 동경에서 납치되어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이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전두환의 시나리오에 의에 ‘정부 전복 음모’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정치적 박해로 네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길 만큼 험난한 정치 역정이었다.

27년간의 수감생활
지난 2013년, 95세로 타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역시 또 하나의 희망의 표상이다. 그는 19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들어가서 “넬슨”이라는 서양식 이름을 받았다. 얼마 후 아버지가 사망하자 부족왕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여 광산회사 경비원과 법률회사 사환 등으로 일하면서 대학을 마쳤다. 그 후 민주화 운동의 중심 정당이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회합에 참가하고 입당하게 된다.
1951년 ANC 청년동맹 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벌이다가 체포된다. 1956년에는 내란 혐의로 체포되어 기소된다. 1962년에는 해외에서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남아공을 탈출했다가 복귀한 후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1963년 교도소에서 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그 후 무려 27년이 지난 1990년에 마침내 석방된다. 그 후 만델라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부총재로 선출되고, 1993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이어 1994년에 남아공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그는 정치범으로 무려 27년간의 옥고를 치르면서도 백인정권의 강고한 아파르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투쟁하였다. 그리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는 용서와 화합의 정신으로 흑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남아공을 건설했다. 그 긴 절망의 시간 동안 그는 희망의 세상을 그려왔던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다. 죽고 싶을 만큼 절망 스러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 무엇이 우리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신의 존재를 통해 영적인 삶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또 어떤 이는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우며 절망의 시간을 서로 위로하며 견뎌나간다.
나는 절망의 순간에 다섯 번이나 죽음의 목전에서 하늘에 간절히 기도했을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한다. 그리고 27년의 수감생활 동안 한 줄기 희망을 품고 평생을 기다렸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생각한다. 그들에게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면 아마 포기해도 여러 번 포기했고, 죽어도 여러 번 죽었을 것이다.
특히 나의 잘못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잘못과 배신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원한과 복수심으로 더 큰 괴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럴 때 이 두 사람을 기억하면 어떨까?
김대중과 만델라 두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유로 가장 극심하고 잔인한 형태의 박해를 받았지만, 자신들을 박해한 사람들에게 보복하지 않았다. 마치 변학도에게 부당하게 고문 당하고 생명에 위협을 받았던 춘향이의 한(限)은 이도령을 만남으로써 풀리는 것이지 변학도에게 똑같이 복수함으로써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름이 오면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도록 하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며 열심히 살았다면 매미가 우는 한여름에는 지친 일상과 무거운 절망에서 벗어나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편안히 쉬며 새롭게 회복할 시간을 주자.
우리에게는 매일 여러 가지 고비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며 그 고비를 넘어가야 한다.
또한 삶의 고비는 나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며 긴 인생의 여정을 함께 힘을 내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