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형 얘기 한번 들어볼래?”

편집자주 – 어느 인터넷 웹사이트의 좌절 게시판에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차라리 자살하고 싶다”는 어떤 학생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글에 달린 댓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삶에 지친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 싶어 KOREAN LIFE 지면에 소개합니다.

콩가루 집안
나는 9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빠와 함께 새엄마랑 살았어. 그리고 11살 때 아빠가 외도를 해서 새엄마 새아빠와 살게 됐지. 한마디로 말해서 완전 콩가루 집안…
어린 나이에 새엄마 새아빠랑 사는 기분이 어땠을지 너는 상상이나 할 수 있겠니? 소풍이나 이럴 때 김밥도 못 싸갔고, 돈 못 낸다고 선생님한테 맞기도 했어.
아… 그때부터 나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았어. 부모(?)라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았고, 공부도 안 했지. 너무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머리가 멍해지더라고.

고1 자퇴와 우울증
중학교에 올라가서 3년 내내 왕따를 당하다가 결국 고1 올라가서 딱 이틀 다니고 자퇴를 했다. 우울증 때문에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고, 그 덕분(?)에 병원에도 많이 갔지. 그때 내 마음은 친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하는 정도의 아픔이 아니었어. 그냥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기분? 친구들이 엄마 얘기할 때 혹은 아빠가 뭐 사줬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작아졌어…

검정고시 준비
그러다가 내가 18살이 됐을 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아,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우선 뭐가 됐든 시작을 해보고, 아무리 힘들어도 성공까지 가보자…’
그렇게 첫 목표로 잡은 게 검정고시. 그런데 하도 공부를 안 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우선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검정고시는 필수과목 6개와 선택과목 2개를 합쳐서 총 8과목이었어.
그런데 이 책들을 사려니까 돈이 11만원이 필요하네? 그래서 안 사도 되겠다 싶은 것은 안 사고, 꼭 필요한 것만 사면 5만원이면 되겠더라. 하지만 나는 그 5만원도 없었지. 그래서 5일 동안 전단지를 뿌리고 돈을 벌어서 접수비까지 충당하고 접수하고 오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한 거야. 뭔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느낌???
그래서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 4시간씩 치킨 배달을 했어. 그런데 치킨집 배달하면서 사고가 그렇게 많이 나는 줄 처음 알았다. 내가 아무리 신호를 잘 지켜도 소용 없더라. 한번은 신호대기 중인데 어떤 차가 갑자기 옆으로 밀고 들어와서 내 발가락이 다 나갔어. 철심 박고 병원에 누워 있었지. 물론 내 돈 드는 건 아니었으니까 병원에서 그냥 하루종일 공부만 했어. 공부 말고는 할 게 없었거든.
그렇게 딱 4달 동안 공부했거든? 그런데 점수가 너무 잘 나온 거야. 평균 83! 검정고시는 평균 60점만 맞으면 합격이야.

단칸방 생활
그런데 좋은 일은 같이 온다고 해야 되나? 그때 친엄마가 전화가 와서 나더러 같이 살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친엄마, 남동생, 여동생 이렇게 네 명이서 월 30만원짜리 17평 원룸에서 살게 됐어.
여름엔 엄청 더웠고, 겨울엔 난방비 아낀다고 엄청 추웠어. 당시 엄마가 도서관 청소해서 버는 돈이 한달에 83만원. 거기서 월세 30만원 내고 전기세 등등 이것저것 내면 얼마나 남겠어.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렇다고 내 미래를 포기할 순 없잖아?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결국 나온 답은 두 가지. 부사관을 가느냐, 아니면 산업체를 가느냐…
산업체는 3년, 부사관은 4년. 그런데 혜택이나 수당 같은 걸 보니까 부사관이 더 좋더라고. 그래서 부사관 시험을 준비했지. 다행히 그닥 어렵진 않았다. 필기는 쉽게 합격했고, 실기에서 조금 애를 먹긴 했었는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1500m 달리기 등… 어찌어찌 합격하고 15주 훈련 후에 자대배치를 받았어.

군대 부사관 시절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을 엄청 무시하더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게 불쑥 나타나서 자기들 관리한다니까 그럴 만도 했겠지. 아무리 내가 자기들보다 짬이 낮아도 그래도 상관인데, 바로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고 욕하고… 그래도 꾹꾹 참았지. ‘여기서 참는 거? 내 인생에서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받은 돈이 109만 얼마였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주는데, 그 휴가를 반납하면 10만원 정도 나와. 엄마한테 바로 100만원 부쳐 드렸지. 나야 기숙사에서 먹고 자고, 밖에 나가봐야 돈만 쓰니까 휴가도 안 나갔어.
그리고 다음 달부터 한 달에 70만원씩 군용 적금 붓고, 엄마한테는 50만원씩 부쳐드렸다.

방송통신대 영문과 진학
군대에서 지원해주는 대학이 있어. 그래서 인터넷으로 수업 듣고 시험날만 학교가는 방통대를 들어갔지. 영어가 좋아서 영어영문과를 지원했어. 5시에 땡하면 무조건 씻고 들어와서 매일 1~2시간씩 공부했어. 그리고 결국 4년제 학사학위를 땄지. 방통대는 스스로 공부해야 되고 또 시험 성적에 따라서 학점을 주니까 졸업하기가 만만치 않아. 아니 굉장히 힘들어.
내가 4년 동안 흘린 눈물이나 고생, 그리고 동생들 학비 대주고 했던 거, 진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세상이 준대로 그대로 항복하면? 물론 편하긴 하겠지. 그런데 난 그러지 않았어. 왜냐고??? 그렇게 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난 진즉에 알았거든.

사회로 복귀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부사관으로 4년이라는 시간이 꽉 차고 제대해야 할 시간이 됐을 때 정말 엄청난 고민을 했다. 진급시험을 보고 말뚝을 박을까, 아니면 사회에 나가서 영어 전공을 할까? (당시 3학년)
“에이!!! 그래, 일단 벌어둔 돈도 있고 퇴직금도 있으니까 나가보자! 나가서 해보자!!!”
군용 적금 3,700만원과 엄마가 모은 돈 2천만원을 합쳐서 5,500짜리 전세를 얻었지. 정말 내 인생에… 그렇게 신났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비록 전세라고는 해도 우리집… 더 이상 월세 낼 걱정도 없고, 여동생 방도 만들어주고 책상도 사줬어.

호주 유학
제대하고 방통대 4학년을 다니는데 학교에서 나의 성실한 면을 눈여겨 봤나봐.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서 유학을 보내주네??? 여차저차 준비해서 호주 시드니에 도착. 나는 시드니가 호주 수도인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고. ㅋㅋㅋ 아무튼 가서 그쪽 교수님들과 인사를 하는데, 말이 안 통하잖아… 아무리 영문과 학생이라도 맨날 영시만 해석해댔는데 말이 통하겠냐? 하여간 그렇게 연수를 갔다오니 학교에서 표창장을 주네??? 그리고 3학년 때부터 꾸준히 봐오던 토익도 810점까지 땄고.

취업과 또 다른 꿈
드디어 졸업 시즌이 다가오고, 이곳저곳에 막 이력서를 썼다. 토익점수다, 호주 유학이다, 부사관 출신이다, 뭐 조금이라도 도움된다 싶은 건 다 썼지. 그랬는데 오잉??? 당시 내가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1차 탈락이 하나도 없고 다들 와서 면접을 보라는 겨?
그리고 더 웃긴 건 뭔줄 아냐? 거기서 내 토익점수나 유학 경험을 묻는 게 아니라 가정환경을 물어보더라고??? 그때 깨달았지. 스펙보다 내 가정환경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며 살아온 걸 더 높게 평가한다는 걸. CNQ 면접보시던 과장님이 날더러 정말 대단하다며 진짜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더라. 그리고 합격…
연봉도 괜찮다. 얼마 전엔 차도 샀지. 이제 융자 받아서 진짜 내 집을 마련하고 가족들과 다 함께 살 계획이야. 그리고 열심히 벌어서 여동생 혼수도 해주고, 어머니 좋은 것도 많이 해드리고 말이지.
그리고 최근에 꿈이 하나 생겼는데, 박사학위를 따서 영문학 교수가 되고 싶어. 그래서 회사에 말했는데, 지원을 해준다고 하네??? 언제부터 할 거냐 묻는데 내심 걱정이 되기는 한다.ㅎㅎㅎ 교수면 학생들 가르쳐야 되는데,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태까지 어려운 것도 많이 해왔으니까. 그리고 나는 나를 믿거든…

네 자신을 믿어
어때, 동생아! 형 인생 이야기 참 길고 힘들지? 형은 그렇게 생각한다. 너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너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대해 그렇게 불평을 하는 것 같아. 그런데 나중에 네 나이 50살 정도 먹었을 때 이런 환경에서 내가 이만큼 해냈다!!! 라고 생각해봐. 얼마나 멋진 일이냐!!!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너를 비교하지마. 나도 인정하긴 싫지만 세상이 원래 그래.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다들 출발선이 다르지… 물론 출발선이 다른 건 네 탓이 아니야. 그래서 화가 나고 원망도 하고 세상이 더럽지. 다 이해해. 그래도 절대 포기는 하지 마라. 비록 내 출발선은 비루하고 늦어도 그 결승선에 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러니 소중한 목숨 버릴 생각 하지 말고 스스로를 좀 더 믿어봐. 힘을 내… 그리고 이 악물고 버텨. 사는게 힘들어서 그만큼 울어봤으면 이젠 웃어도 봐야지… 안 그래???
네 인생 앞날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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