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영감을 준 사람은 어머니 김순자
“제 부모님은 과학자도 아니었고, 어머니는 심지어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항상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셨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셨어요.”
‘2023 삼성호암상’ 의학상을 받은 마샤 헤이기스(Marcia C. Haigis) 하버드 의대 교수의 말이다. 헤이기스 교수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 공군인 아버지가 한국에서 복무할 때 어머니를 만났고, 5살때까지 의정부에 살았다.
그가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사람은 “어머니 김순자”라고 힘주어 말한다.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서 대가족이 함께 살았어요. 그때 팀워크의 소중함을 배웠어요. 오늘날 과학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팀워크가 중요한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됐어요.”
어린 시절 헤이기스 교수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진 소녀였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의대가 아닌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헤이기스 박사는 암 대사학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손꼽힌다. 세포 대사활동의 노폐물인 암모니아를 암 세포가 영양분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암 세포의 증식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세포 내 암모니아 재활용 억제를 통해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연 공로로 호암 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현재 헤이기스 박사는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다나파버 하버드암센터 연구원 및 폴글렌 노화생물학연구센터 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또한 동료 과학자이자 남편인 케빈 헤이기스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의 사이에 세 명의 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