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우리 자신과 다른 민족들을 부르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이제는 우리 한인들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인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인들은 미국의 주인이라는 점이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많은 한인 1세들이 현지인들을 부를 때 ‘미국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백인을 표현할 때는 ‘미국 사람’, 중남미 사람들은 ‘스페니쉬’,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은 ‘흑인’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맨 처음 이민 온 유럽 백인들만 ‘미국 사람’이고, 한인들을 포함한 다른 민족은 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은 운 좋은 이민자’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옳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 자신과 2세들에게 매우 큰 해악을 끼친다.
굳이 이민의 선후를 따지자면 미국의 원래 주인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었고, 그들은 1만 2천년 전에 베링 해협을 건너온 아시아인들이다. 500여년 전에 미국을 발견한 콜럼버스보다 1만년 앞서 미국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원래 ‘미국 사람’이고 ‘주인’인가?
또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사람’이라는 말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에서 미국 국민으로 살면서도 우리 스스로 ‘미국의 이민자’ 내지 ‘임시 방문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2세들까지도 그 생각을 물려 받을 수 있다. ‘너는 아시아인이니까 미국 사람들에게 차별 받지 않으려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조언도 때로는 2세들에게 ‘나는 반쪽짜리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각자가 ‘나는 이 나라 미국의 온전한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자국민의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한국도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한다. 따라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100% 한국 사람이면서 동시에 100% 미국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영어로 Korean-American이 아닌가. 한인들도 American, 즉 미국 사람이며 미국의 온전한 주인이다. 1세들은 물론,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은 더더욱 미국 사람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인 우리가 인종 때문에 차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똑같은 미국 사람으로서 그것을 조심하고 감내할 이유가 무엇인가?
특히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관련해 우리 한인들은 미국의 ‘주인’으로서 국민의 대리인인 정치인들에게 합당한 요구를 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마치 ‘발언권이 없는 손님’의 태도로 ‘미국의 주인’들이 알아서 잘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미국의 주인이다. 주인으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가 곧 미국의 평화와 직결되니, 이는 곧 100% 한국인이자 100% 미국인으로서 가장 공의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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