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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길 칼럼] 한국계 미국 대통령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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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길 칼럼] 한국계 미국 대통령 멀지 않았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법학박사, 변호사)

한인들이 명실상부한 미국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하다면 지금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된다.

아프리칸 어메리칸은 현재 미국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그들은 1600년대 초에 미국땅에 노예로 팔려와 담배 농장, 면화 농장, 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강제 노동을 했고, 남북전쟁 후 1865년에 노예제도가 공식 폐지되면서 점차 자유인이 되었다. 노예 신분에서 법적인 자유인이 되기까지 약 250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여전히 차별로 가득했다. 1955년 로자 파크스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절해 기소당했다. 그러자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의장으로 한 단체를 만들어 이에 항의하는 비폭력 시위와 버스 보이콧 운동을 벌였고, 결국 1956년 대법원의 판결로 그들은 버스에서 동등한 권리를 쟁취했다. 나아가 그들은 투표, 교육, 고용, 공공시설 이용 등에서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얻기 위해 계속 힘을 합쳐 싸웠고, 1964년에 드디어 민권법이 통과되어 법적으로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68년 4월, 흑인 인권 운동의 중심이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다. 그리고 많은 흑인들이 백인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심한 구타를 당하거나 사망했다. 그러자 그들의 분노는 폭동으로 터져 나왔다. 지금도 그들은 경찰의 과잉대응 사건이 불거지면 수많은 단체들과 연대하여 거리 시위를 벌인다. 그런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지 40년만인 2008년에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단 ’40년’만에 이토록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내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미국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아프리칸 어메리칸 중 미국의 상원과 하원을 거쳐간 인물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국회의원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칸 어메리칸 최초의 대법관인 서굿 마셜(Thurgood Marshall)과 그의 뒤를 이은 클래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 대법관을 비롯해 미 전역에 역시 셀 수 없이 많은 아프리칸 어메리칸 판사들이 있다. 2018년 현재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이 미국의 입법, 사법, 행정 기관 곳곳에 포진해 있다. 13%의 인구로 그들은 이제 명실상부한 미국의 주인이 된 것이다.

미국의 아시안 어메리칸 인구는 약 6%, 그 중 코리안 어메리칸은 약 0.6%다. 지금은 6%밖에 안 되는 이 숫자가 약 ’40년’ 후인 2055년이 되면 14%까지 증가하면서 아프리칸 어메리칸 인구를 추월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이 그랬듯, 우리도 하나로 똘똘 뭉쳐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우고, 1.5세, 2세들이 입법, 사법, 행정 기관에 활발히 진출하고, 미국 대통령에 도전해 당선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미국의 주인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