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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칼럼] 2. 영어가 왜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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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칼럼] 2. 영어가 왜 어려운가
대니얼 김 KoreanEnglish.org 운영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자

영어와 씨름해 본 학습자들에게 왜 영어가 어려운지 물어보면 꽤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각자의 대답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오늘 칼럼에서 영어가 왜 어려운지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영어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익히기 위해 한국 성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어학연수 1년만에 원어민이 된 외국인

30대 초반에 유럽을 여행하던 중 비엔나 기차역에서 한 오스트리아 대학생을 만났습니다. 기차 시간이 남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어를 너무 잘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20대 중반에 어학연수 경험이 있어 영어를 아주 못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 그냥 간단한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죠. 오스트리아에 며칠 머무는 동안 길거리나 쇼핑센터에서 오스트리아 사람들과 대화를 해본 경험으로 그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친구는 거의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물어 보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1년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어 공부라면 나도 10년을 넘게 했고, 그 친구처럼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음에도 그와의 대화는 아이와 성인의 대화 같았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인해 실망하고 좌절한 경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세계에서 가장 근면성실하고 어느 민족 못지않게 명석한 두뇌를 가진 한국인이 영어학습에 이렇게 어려움을 겪느냐 하는 것입니다. 왜 남미 학생들은 영문법 테스트는 50점을 맞는데, 미국 생활 몇 개월이면 원어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걸까요? 우리가 한국에서 배운 영문법이 정말 쓸모 없고 실제 회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이론 설명이어서 그런 걸까요?

공동체 중심의 한국어 vs 개인 중심의 영어

오랜 시간 영어에 대해 고민하고 씨름해 온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된 결론에 도달합니다. 영어가 한국어와 너무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중심의 한국어와 개인 중심의 영어의 문화적 배경에서부터 단어나 발음 등의 언어 구성 체계가 다를 뿐만 아니라, 두뇌에서 생각이 조합되고 언어로 표현되는 관점이 너무나 다른 것입니다. 한국어가 모국어로 세팅돼 있다는 것은 사물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어로 맞춰져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어식 관점이 20년 이상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나의 일부가 되어 있는데, 그것을 영어식 관점으로 바꾼다는 것은 마치 오른팔과 왼팔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도전적인 일이지요.

단적인 예로, 영어는 주체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먼저 언급하고 그 주변 상황을 설명합니다. 반면에 한국어는 주변 상황이 어떤지를 먼저 설명하고 마지막에 주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언급합니다. 영어는 ‘나’로부터 점점 확장되어 나가고, 한국어는 외부에서부터 ‘나’로 수렴되는 방식입니다. 이런 차이가 우리가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모든 상황에서 맞바람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맞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한데,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성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그만한 추진력을 갖기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어식 사고가 덜 훈련된 어린 아이일수록 영어를 배우기가 쉽고, 나이가 들수록 이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늦은 나이에 다시 영어를 붙잡으며 그랬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장점도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보다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기에 하나의 제대로 된 기회를 만나게 되면 ‘이번에는 제발 꼭 해내자.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도 결국 못할 테니까.’ 하는 굳은 결심과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궁지에 몰린 생쥐가 고양이 앞에서 호랑이같은 힘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바쁜 하루 중에 시간을 내어 영어를 배우고 하는 것은 취미 생활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까운 미래에 보다 나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보다 나은 직업과 사업 기회를 얻고, 미국 주류 사회 사람들과 더 자유롭고 편안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보다 당당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성인 학습자에게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 늘 맞바람이 있으며, 내가 그보다 더 강한 힘을 내서 한 걸음 한 걸음 밀고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 영어에 대한 미련과 갈증이 남아 있으시다면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결심을 해 볼까?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는 더 못할 테니, 강한 마음을 먹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해 볼까?

1세들을 위한 영어학습 실천방안

두 번째 칼럼에서 여러분께 요청 드리는 실천사항은 목표 설정과 학습 스케줄 작성입니다.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이 부분부터 막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스케줄 작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설정된 목표와 학습 스케줄이 있다면 100점이고, 없다면 0점입니다.

먼저 영어공부 노트를 하나 준비하신 후, 올 해의 목표 (단기목표)5년 후 목표 (장기목표)를 생각해 적어보세요. 영어학습 목표에 이어, 올 해 자신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굵직한 목표들 몇 가지와, 5년 후 나의 사업, 건강, 인간관계 등과 관련된 큰 목표들도 몇 가지 적어 보세요. 이 과정은 영어학습이 5년 후 내 삶의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더 강한 목표의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를 설정했다면, 그 목표들 속에 자신의 영어학습 스케줄을 작성해 보세요. 어떤 형태로도 좋습니다. 하루 학습시간, 주당 학습시간, 학습방법 등. 이와 같은 학습 스케줄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평소에 적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에이,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는 기록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반대로 기록하면 변화가 쉬워집니다. 자신의 패턴을 자기 눈으로 확인하며 자신의 약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고, 실패할 때 내가 왜 실패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기업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 프로젝트도 종종 실패하곤 합니다. 하물며 계획이 없는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성인 학습자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계획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영어학습에서는 ‘투자 시간’이 아주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학습 스케줄은 반드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를 떠올리고 학습 스케줄을 계획하는 일은 현재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스케줄이 완성되면 그 스케줄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여러분의 건투를 빌며, 저는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칼럼에 대한 회신은 [email protected]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