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비즈니스 [업소탐방] 샬롯에서 가볍게 회를 먹고 싶을 때, 스시야!

[업소탐방] 샬롯에서 가볍게 회를 먹고 싶을 때, 스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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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샬롯에서 일을 보다가 저녁 먹을 시간을 놓치고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났다. 짬짬이 차 안에 있던 간식을 먹어서 아주 허기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건너뛰기엔 허전하고 문 연 식당은 술집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문득 예전에 늦은 시간에 밥 먹으러 갔던 스시야가 떠올랐다. 영업시간을 확인해 보니 평일엔 10시, 금토는10:30까지였다. 야호! 햄버거가 아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9시 30분쯤 도착해서 이 시간에주문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했다. 식당 마감할 때 들어오는 손님은 식당 주인도 안 반긴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좀 미안했다. 그런데 활달한 한국인 알바생이 당연히 된다고 하여, 우리는 배가 별로 안 고프니 밥보다는 회를 먹기로 했다. 디럭스 회를 시키고 이걸로 둘이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약간 부족하실 수도 있다고 해서 저녁메뉴 중에 제일 저렴한 튀김우동을 추가했다.

그리고 가게 안을 둘러보니 미국인 손님들이 안쪽과 바깥 테이블에 두 팀이 있고, 스시맨 두 분과 알바생 너댓 명이 마감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알바생들은 대학생들 같았는데, 분위기가 젊고 발랄해서 보기 좋았다. 한국인과 미국인 학생들이 섞여 있었고 서로 일을 가르치고 배우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는데 오랜만에 회를 먹게 돼서 너무 기뻤다. 미국에 살면서 제일 아쉬운 게 푸짐한 한국 횟집이었다. 수십 가지 곁들이 반찬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져 나오는 횟집에 가서 식구들과 백세주나 매실주 한 잔씩 곁들여 먹던 기억이 마음 한켠에 향수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미국 일식집에서 둘이 정종 한 병에 회 좀 양껏 먹으려면 가격 부담 때문에 일식집은 아주 특별한 날이나 가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튀김우동의 튀김과 우동이 따로따로 나와서 결국 우리는 회 한 접시와 튀김 한 접시, 그리고 우동 한 그릇을 놓고 늦은 만찬을 즐기게 된 것이다. 아이구야, 양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어쩐다? 이럴 땐 제일 맛있는 것부터 먹는 게 순서.

회는 역시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었다. 아, 그런데 초고추장이 없네! 회도 어떤 건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고, 또 어떤 건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는 법. 서버를 부르니 미국인 여학생이 와서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앗, 이 신선한 문화충격. 마치 태권도장에서 미국인 학생이 사범님께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나는 그 공손한 여학생이 왠지 초고추장도 알고 있을 것 같아 “초고추장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초…, 초…, 한번만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하며 미안해 한다. 그러자 한국인 여학생이 듣고 “Spicy chilly sauce!”라고 알려 주었다. 덕분에 나도 하나 배웠다. 그녀가 아직도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를 띄고 Spicy chilly sauce를 두 손으로 공손히 가져다 주며 미안하다고 다시 인사를 했다. 괜찮다고 했더니 그녀가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와우, 그녀의 노력하는 마음이 참 예쁘고 감동적이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Bethany라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식당 서버의 이름이 궁금해진 것도 처음이고, 서버의 마음이 고맙고 예뻐서 팁을 많이 주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어쨌든 초고추장과 함께 맛있는 회와 바삭한 튀김과 달큰한 우동 국물을 먹는 맛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맛이었다.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는 건 나의 착각이었는지 우리는 앞에 놓인 음식을 거의 다 비웠고, 영업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손님이 한 명 들어와서 포장이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놀라서 시계를 봤는데, 10:21분. 정확히 영업 마감 9분 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인 여학생이 웃으며 흔쾌히 주문을 받았고 스시맨 두 분도 바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손님이 되레 놀라며, “Wow, what a nice service!” 하며 감탄을 했다.

남편 말에 따르면 애틀랜타 영사가 방문했을 때 여기서 저녁식사를 했다고 한다. 맛도 가격도 서비스도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서버들이 있어서 좋았다. Thank you, Beth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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