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경로를 보면 인류가 한 뿌리임을 알 수 있다. ©Wikipedia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착하고 충직한 사람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들은 중남미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식당, 세탁소, 식품점, 건축, 농장 등을 운영하는 많은 한인 업주들이 중남미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업주들은 대부분의 중남미 출신 직원들이 일을 잘하고 충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장기간 고용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한다. 일부 영화나 범죄 뉴스 때문에 중남미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중남미인들은 착하고 순하다. 특히 가족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점에서 우리 한인들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 칼럼에서는 중남미인들의 뿌리가 우리와 같은 아시안이라는 점을 살펴봄으로써 중남미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형제애를 발휘하여 서로 더욱 더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중남미 원주민은 동아시아인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인류학과의 벤 폴 교수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지리유전학센터 교수팀은 2013년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1만 1,500년 전 어린이 유골 화석 ‘USR1’의 DNA를 분석한 결과, 미국 원주민은 동아시아인의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지리유전학센터의 호세 빅터 모레노 메이어 박사는 “미국 원주민의 게놈 가운데 3분의 1은 고대의 북동 유라시아인에게서 유래했으며, 약 2만 5,000년 전까지 고대 동아시아인과 유전적 교류가 활발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극심한 빙하기로 바닷물이 줄어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고,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지역이 두꺼운 얼음 덩어리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약 2만 년 전, 동아시아의 고대 인류가 알래스카 지역으로 넘어갔고, 그 가운데 일부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가 현재 북미와 남미에 거주하는 원주민이 된 것이다.
스탠포드대학에서는 전 세계 51개 지역에서 약 1,000명의 유전자를 수집해 추적한 결과, 시베리아 지역 원주민과 멕시코, 중앙 아메리카, 콜롬비아, 브라질의 원주민들 사이에 강력한 유전적 유사성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UCLA대학의 HLA센터의 연구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멕시코는 맥이족의 땅?
동아시아인, 특히 한반도 고대 인류가 북미와 남미 대륙으로 이동했다면 알래스카 유골 화석 외에도 언어적, 문화적 공통점이 존재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지난 2007년, 한국인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돌’이 알래스카와 시베리아를 잇는 알류산 열도에서 4기나 발굴되었다. 그리고 온돌 터에서 고래 뼈로 만든 얼굴 모양의 탈이 함께 발굴되었는데, 이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에 새겨진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탈 ‘부구’는 고래 사냥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고래사냥 방법과 일치한다. 이 온돌 터를 발굴한 애버딘대학교 고고학과 릭크넥 교수는 “분명한 것은 고대에 한국과 미 대륙 북쪽 지역 사이에 여러 가지 교류가 있었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배재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손성태 교수는 멕시코의 아즈텍과 잉카인들의 언어와 문화가 한민족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멕시코를 정복한 스페인의 신부들이 기록한 내용을 보면, “당신들은 어떤 민족이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고리족과 맥이족”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리족은 과거 만주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고, 맥이족은 요동에 살던 맥족 또는 예맥족이다. 맥족은 고구려가 계승한 한민족의 직계 조상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은 멕시코를 ‘메히꼬’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맥이곳(맥이족이 사는 땅)’에서 유래했다고 손 교수는 말한다.
또한 아즈텍인들 역시 온돌을 사용했으며, 우리와 같이 윷놀이, 공기놀이, 팽이치기, 말뚝박기를 하며 놀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음식을 먹기 전에 ‘고수레’를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들의 머리와 의복은 한복에 가까웠고, 남성들은 상투를 틀고 지게를 졌다. 그들의 언어는 한국어 어순과 같고, 젖을 줄 때 ‘찌찌’, 닭 울음소리 ‘꼬꼬’, 내집(nechib, 내 집), 아시키(ashkii, 아이), 태백(tepec, 산), 다조타(tazota, 다 좋다) 등 우리가 들으면 뜻을 바로 알 수 있는 어휘들도 상당히 많이 조사되었다. 이처럼 중남미인들이 우리와 같은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들은 우리의 형제들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중남미인들에 대해 더욱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시안과 중남미계가 정치적으로 의견을 공유한다면 미국 내 소수 인종으로서의 권익을 향상하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