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세 번째 흑인 대법관을 지명하였다. (맨 위) ©KOREAN LIFE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email protected]

애틀랜타 총격사건 1주년 아시안 희생자 추모
지난 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생명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사건 1주년을 맞아 지난 3월 15일 노스 캐롤라이나 ECU 대학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이어 3월 16일에는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주애틀랜타 박윤주 총영사를 비롯한 한인들과 연방 및 지역 정치인들이 함께 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친서를 보내 “1년 전 6명의 아시안 여성이 안타깝게 희생되었고, 이 충격적인 사건 직후 나와 부통령은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소수계,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고 아시안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시안 대법관 차례
올해 1월 27일, 스티븐 브라이어(Stephen Breyer) 대법관이 은퇴를 발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 후임으로 DC 항소법원의 케탄지 브라운 잭슨(Ketanji Brown Jackson) 판사(이하 ‘잭슨 판사’)를 지명하였다. 이번 4월에 상원에서 인준이 되면 잭슨 판사는 흑인 여성 최초로 종신직 연방대법관이 된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를 ‘역사적인 사건’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한인이자 아시안으로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시점에 아시안이 아닌, 또 한 명의 흑인 대법관을 지명한 것에 대해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잭슨 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이는 벌써 세 번째 흑인 대법관이 탄생하는 것이지만, 아시안 대법관은 아직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잭슨 판사가 대법관이 되면 대법관의 인종별 구성은 백인 6명, 흑인 2명, 라틴계 1명이 된다. 그렇다면 아시안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지난 2020년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인종별 인구 비율은 백인 61.63%, 라틴계 18.73%, 흑인 12.40%, 아시아인 6%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백인 대법관이 은퇴한 자리에 또 한 명의 흑인 대법관이 아니라 아시안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순리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아시안의 인권
한인들을 포함한 많은 아시안들이 이민 정책과 소수인종 우대정책 등의 이유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그리고 소수민족의 입장에서 지난 2020년에 일어난 흑인 인권 운동(Black Lives Matter)에 대해서도 많은 아시안들이 이에 공감하고 공개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코로사 사태 이후 한인들을 포함한 많은 아시안들이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었고, 특히 한인들에게 잔인한 묻지마 폭행을 자행한 이들 중 다수가 흑인들인 것을 보면서 충격과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아시안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Asian Lives Matter를 외치며 ‘ALM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들었다. 이런 때에 민주당이 진정 소수민족을 우대한다면 6% 아시안의 생명과 인권을 대변할 아시안 대법관을 지명했어야 옳다.

아시안의 목소리
1967년 존슨 대통령은 써굿 마샬(Thurgood Marshall) 판사를 최초의 흑인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당시 흑인 인구 비율은 10% 미만이었다. 이후 1991년 부시 대통령은 마샬 대법관의 뒤를 이어 클래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 판사를 두 번째 흑인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아 소토마이어(Sonia Sotomayor) 판사를 최초의 라틴계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당시 중남미계 인구 비율은 약 15% 수준이었고, 언론에서는 이를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불렀다.
만약 2022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최초의 아시안 대법관을 지명했다면 이것이야말로 모든 소수민족을 아우르는 진정으로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보아 잭슨 판사는 상원에서 인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인준이 부결된다면, 미국의 전 아시안들은 한 목소리로 바이든 정부에 아시안 대법관 임명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대법관은 반드시 아시안 대법관이 되어야 함을 강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