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아시안 차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한인 변호사 미셸 리 ©Fenton PR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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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아시안 차별
지난 9월 16일 스탠퍼드 의대의 아시아건강연구센터(CARE)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반아시안 정서로 인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물리적 공격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베트남계(58%), 중국계(51%), 한국계(41%)가 가장 큰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대조군인 백인에 비해 약 5배나 높은 수치였다.
그런데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길거리에서 잔인하게 구타를 당하고, 비방과 욕설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직장 내에서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아시안은 미국에서 가장 교육을 많이 받고 소득이 높은 그룹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많은 교육과 경험을 쌓더라도 경영진과 임원급으로 승진하기는 쉽지 않다. Bain & Company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시안은 직장에서 고위직으로의 승진을 가로막는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을 포함한 수많은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인력의 9%가 아시안이지만, CEO는 2% 미만이다.
또한 202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6%에 해당하는 아시안이 최상위 비즈니스 스쿨에는 과도하게 많지만, 실제 자산관리 산업 분야에서는 1% 미만의 자본만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변화’
아시아계 인재들은 그동안 직장에서의 차별을 묵묵히 견뎌왔지만, 팬데믹 이후 아시안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경험하며 인내의 한계치에 도달해 마침내 언론과 법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이민 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미셸 리(Michelle Lee) 씨는 최근 15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상대로 인종차별과 부당 대우로 인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는 코네티컷에 위치한 투자회사의 법무팀에서 일하는 동안 승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승진을 하더라도 백인 동료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아야 했다. 또한 자신을 ‘얼음공주(ice queen)’라고 놀리며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성희롱도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열심히 일하며 참고 지냈지만, 내가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나무 천장’에 직면했습니다.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시안에 대한 비유와 고정관념에 맞써 싸워 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목소리를 높여 싸우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계속해서 똑같은 편견과 차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아시안에 대한 이중차별 반대
미셸 리의 말처럼 아시안 학생들은 현재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대학 입시와 직장에서 이중적인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으로 인해 좋은 성적과 스펙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수 인종에게 입학 기회를 빼앗기고, 직장에서는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대우받으며 동시에 리더로서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며 승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입시에서 인종적 요소를 고려할 수 없도록 법제화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캘리포니아 공대의 아시아계 합격률이 25%에서 42%로 급등했고, UC 버클리의 경우 아시아계 신입생이 42.3%로 백인(24.2%)을 압도했다.
만약 인종을 고려하지 않고 입시가 결정되고, 대학 성적을 기반으로 취업이 결정된다면 아시안은 단연코 미국 최고 기업에 가장 많이 들어가고, 경영진과 임원의 50%는 아시안으로 채워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가장 우수했던 아시안 학생들이 직장에서는 능력이 부족해 임원급으로 승진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는 10월 31일 드디어 대법원에서 대학 입시 관련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구두변론이 열린다. 그동안 아시안은 과감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펜데믹 이후 부당한 폭력과 차별에는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제 아시안이 하나로 뭉쳐 ‘온순한 아시안’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