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시 해설
첫사랑!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특이하게도, 물리학의 개념을 끌어와 첫사랑 얘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질량의 크기’, ‘부피’, ‘비례’, ‘지구’, ‘뉴턴의 만유인력’, ‘진자운동’ 등의 물리학 용어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상황에 딱 들어맞습니다.
제비꽃같이 작고,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녀가 지구보다도 더 큰 질량으로 시적 화자를 끌어당깁니다. 질량의 크기가 부피와 비례하지 않습니다. 일반물리학과는 다른, 사랑의 물리학의 법칙입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사과가 굴러 떨어지듯이, 사랑의 포로는 그녀에게로 사정없이 굴러 떨어집니다.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심장이 쿵쿵 마구 뜁니다.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이 계속됩니다. 첫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 김인육 (1963~ )
2000년 ‘시와 생명’으로 등단. 교단문예상, 미네르바 문학상 수상. 시집 『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 』, 『 잘 가라, 여우 』, 『 사랑의 물리학 』등이 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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