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기빙 만찬 준비
11월은 뭐니 뭐니 해도 땡스기빙의 달이잖아요. 미국 사람들 중에 어떤 이는 땡스기빙을 가장 큰 명절로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크리스마스를 가장 큰 명절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땡스기빙을 가장 큰 명절로 생각하는 그 어떤 이 중 한 명이 바로 우리 와플이 아부지입니다.
가족, 친척, 친구들 다 모여서 음식 나눠 먹고 북적북적해야 명절 분위기가 날 텐데, 결혼 후 지금까지 그렇게 대가족이 모여 함께 명절을 보낼 기회가 없었고, 또 그동안 잦은 이사로 인해서 땡스기빙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어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살 때 처음으로 터키를 한 번 구워 봤던 게 전부였네요. 그런데 작년에 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제 좀 정착을 한 기분도 들고 해서 우리 가족끼리 명절 분위기를 내보기로 하고 집에서 같이 땡스기빙 만찬을 준비했답니다. 그때 여러 가지 레시피를 찾아보며 나름 저만의 레시피를 정리해 두었는데, 그 비장의 무기를 오늘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이름하여, 엘리네 땡스기빙 만찬 특별 레시피입니다.
미국은 집안마다 대물림되는 가족 레시피가 있다고 하잖아요. ‘올해는 우리도 집에서 땡스기빙 분위기 좀 내볼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이 레시피들을 참고하셔서 우리집만의 땡스기빙 만찬 레시피를 만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땡스기빙의 메인인 터키 요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 갈릭 터키 구이
사실 저는 터키 특유의 냄새 때문에 터키를 즐기지는 않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와플이를 출산한 직후 병원 식사에 수육이 나와서 정말정말 맛있게 먹었답니다. 상추와 쌈장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미국 병원에서 ‘수육+상추+쌈장’ 조합의 소울 푸드를 알 리가 없으니 그저 수육만으로도 감사하며 먹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출산의 고통으로 잠시 혼미해진 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답니다. 그게 수육이 아니라 터키였어요! 하긴 미국 병원에서 수육이 웬 말이겠어요?!?! ㅋㅋㅋ
그런데 아무리 허기진 배와 혼미한 전두엽이 쌍쌍바 오류를 일으켰다고 해도 터키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었고, 고기의 식감이 정말 돼지고기에 가까운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건 분명 조리법의 차이다!!!’라고 생각하고, 터키의 수육화를 목표로 최대한 잡내를 없애고, 속살은 부드럽게, 그러나 겉은 바삭하게. 아! 이걸 ‘겉바속촉’이라고 한다믄서요? 아무튼 그렇게 터키를 구웠는데, 오우~~ 성공한 것 같습니다! 뭐, 아무리 해도 제 기억 속의 그 수육 터키맛을 재현할 수는 없었지만, 잡내 없고 겉바속촉한 터키 구이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레시피 덕분에 이제 땡스기빙 터키 요리도 자신 있답니다~!!!
▶ 재료
터키는 8~9 파운드 정도 되는 걸 사용했고, 냉동된 터키는 요리하기 3~4일 전부터 냉장실로 옮겨 천천히 해동시켜주세요.
• 터키 시즈닝 재료
무염 버터 1 컵(실온 상태로 준비), 소금 2큰술, 스모크드 파프리카 1큰술, 건조 바질잎 1큰술, 건조 오레가노 1큰술, 건조 타임 1큰술, 갈릭 파우더 1큰술, 어니언 파우더 1큰술 + 1/2 작은술
• 터키 속 채우기 재료
양파 1개, 레몬 2개, 오렌지 2개, 깐 마늘 20알 정도, 프레쉬 타임 2~3줄기, 프레쉬 로즈마리 2~3줄기
* 녹인 버터 1/2컵, 치킨 브로쓰 1컵 따로 준비 (2시간 로스팅 후에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사용)
▶ 조리 순서
1. 해동된 터키는 흐르는 물에 겉과 속을 깨끗하게 씻은 후 키친타올로 물기를 꼼꼼하게 닦아준다.
2. 터키 시즈닝 재료를 잘 섞어서 터키의 속살과 껍질 사이에 조심스레 펴 바르고 터키의 겉부분에도 듬뿍듬뿍 골고루 발라준다. 이때 터키의 껍질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 터키가 너무 차가우면 버터가 굳어서 바르기가 힘들다. 그럴 때는 시즈닝 재료를 전자렌지에 10초 정도 데워서 반액체 상태로 만든 후 발라주면 된다.
3.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4등분, 레몬과 오렌지는 껍질채로 4등분을 하고, 나머지 속 채우기 재료와 함께 터키의 몸통에 넣은 후, 다리를 요리용 끈으로 묶는다. 양 날개의 끝부분과 다리의 끝부분은 호일로 감싸서 타지 않게 한다.
4. 350도로 예열한 오븐에 2시간 구운 후 꺼내 터키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녹인 버터 1/2컵을 터키 몸통 전체와 날개, 다리 등에 구석구석 바른다. 로스팅팬에 치킨 브로쓰를 1컵을 부은 후 다시 1시간 15분 정도 더 굽는다.
5. 완성된 터키를 꺼낸 후 로스팅 팬에 남은 터키 육수를 끼얹어 촉촉함이 유지되게 한다.
2. 남은 육수를 활용한 터키 그레이비
▶ 재료
터키 로스팅 후 팬에 남은 터키 육수, 무염 버터 1/2컵, 밀가루 1/2컵, 치킨 브로쓰 2컵, 소금 한 꼬집
▶ 조리 순서
1. 로스팅 팬에 남아 있는 터키 육수를 면포나 거름망 등으로 거른다.
2. 소스팬에 무염 버터를 중약불로 녹인 후, 거품기로 저으면서 밀가루를 넣어 걸쭉한 상태로 만든다.
3. 끓기 시작하면 치킨 브로쓰를 조금씩 추가하며 계속 저어준다.
4. 죽 같은 상태가 되면 걸러 둔 터키 육수를 넣고, 마지막에 소금 한 꼬집으로 간을 맞추어 완성!!!
3. 슬로우 쿠커로 만드는 세상 쉬운 크랜베리 소스
▶ 재료
프레쉬 크랜베리 12oz 2팩, 마멀레이드 잼 13oz 1병, 황설탕 1/3컵, 시나몬 스틱 1개
▶ 조리 순서
1. 설탕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슬로우 쿠커에 넣고 골고루 섞은 뒤 온도를 high로 설정한 후 4시간 동안 조리한다.
2. 4시간 후에 설탕을 넣고, 되직해질 때까지 약 5분~10분 정도 저어준다.
3. 원하는 농도가 되면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4. 콘 치즈 캐서롤
다음은, 한번 맛 보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의 콘 치즈 캐서롤입니다.^^
▶ 재료
Jiffy 브랜드 콘 머핀 믹스 1팩, whole kernel corn 1캔, cream style sweet corn 1캔, 사우어크림 1컵, 무염 버터 1/2컵, 치즈 1컵, 계란 2개, 설탕은 기호에 따라 0~1/2컵
▶ 조리 순서
1. 버터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녹인다.
2. whole kernel corn은 물기를 빼고, cream style sweet corn은 물기를 빼지 않은 채 캔 통째로 나머지 재료들과 골고루 섞는다.
3. 350도로 예열한 오븐에 45분~50분간 굽는다.
*콘 치즈 캐서롤은 식사와 함께 곁들여 먹는 사이드 디쉬로, 빵과 푸딩 중간 정도의 촉촉한 식감으로 완성되었다면 OK!
5. 스윗 포테이토 캐서롤
스윗 포테이토 캐서롤은 원래 미국의 ‘얌’이라는 주황색 고구마로 만들지만, 저는 한국 고구마를 좋아해서 일부러 군고구마로 구워서 만들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그동안 스윗 포테이토 캐서롤 레시피를 여러 가지 시도해보면서 그 레시피들을 참고해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저의 레시피로 정착하기로 했습니다.ㅋㅋㅋ
▶ 재료
고구마 또는 Yam 2 파운드, 버터 1/4컵(녹인 것), 생크림 1/4컵, 계란 2개, 바닐라 익스트랙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황설탕은 기호에 따라 0~1/4컵
• 토핑 재료
밀가루 1/2컵, 차가운 버터 1/2컵, 시나몬 가루 1작은술, 다진 피칸 1컵, 마시멜로 1~2 컵, 황설탕은 기호에 따라 1/4~1/2컵
▶ 조리 순서
1. 고구마는 삶거나 구운 뒤에 으깨서 준비한다. (구운 고구마 추천)
2. 으깬 고구마와 토핑 재료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잘 섞어서 오븐 용기에 옮겨 담는다.
3. 토핑 재료들 중 피칸을 제외하고 밀가루, 버터, 황설탕, 시나몬 가루를 블렌더에 넣고 버터가 가루들과 잘 섞여 부드럽게 될 때까지 갈아준다.
4. 3에 피칸을 섞어 고구마 반죽 위에 가볍게 덮는 느낌으로 뿌린다.
5. 350도로 예열한 오븐에 20분간 굽다가 꺼내 그 위에 마시멜로를 올려주고, 다시 10~15분간 마시멜로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6. 마시멜로가 노릇노릇해지지 않았을 경우는 브로일로 약 2~3분 정도 타지 않도록 그을려준다.
6. 메이플 피칸 파이
땡스기빙에 빠질 수 없는 디저트 피칸파이도 만들어야겠죠. 저는 손님도 안 오는 땡스기빙에 4인가족 음식을 혼자 만들다보니 너무 버거워서 냉장 파이지를 이용했어요.
▶ 재료
버터 1/3컵, 흑설탕 1컵, 소금 1/4 작은술, 메이플 시럽 3/4컵, 계란 3개, 바닐라 익스트랙 1작은술, 피칸 다진 것 1컵, 다지지 않은 피칸 1컵, 밀가루 2큰술, 냉장 파이지
▶ 조리 순서
1. 중간불에 소스팬을 올리고, 버터를 녹이다가 설탕, 소금, 메이플 시럽을 차례대로 넣고, 녹아 들었으면 불에서 내린 후 믹싱볼에 부어 약 5~10분간 식힌다.
2. 계란은 거품기로 잘 풀어준 뒤, 나머지 재료와 1의 재료를 한데 섞어 파이지 위에 붓는다.
3. 350도로 예열한 오븐에 45분~50분간 굽는다. 25분 정도 지났을 때 꺼내서 호일로 파이 크러스트 부분을 살짝 감싸준 후 다시 오븐에 넣어 나머지 20~25분 정도 구워 주어야 파이 크러스트가 타지 않는다.
마지막에 와플이 아부지가 매쉬드 포테이토까지 만들어서 땡스기빙 만찬 음식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도 한 접시 가득 떠 왔는데, 메인 요리인 터키보다 사이드 요리가 더 많네요.^^
여러분도 이 레시피들 활용해서 올해부터는 집에서 가족들과 땡스기빙 분위기 한번 제대로 내보세요. 참, 그리고 하루종일 빡시게 음식 준비한 저는 남은 연휴 기간 동안은 이걸로 떼우기로 와플이 아부지와 ‘3일 노 쿠킹 조약’을 맺었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 정보, 일상생활, 문화 차이, 여행기 등을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이자 <엘리네 미국 유아식> 책의 저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