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성장과 상장
크든 작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업을 더욱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미국이나 한국 같은 민주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는 것의 가장 일반적인 척도는 바로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한인들이 큰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사업을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려는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한인들의 주인 의식
미국에서 한인들이 많이 하는 비즈니스를 꼽아보자면, 세탁소, 음식점, 식품점, 뷰티 서플라이, 잡화점, 네일 살롱 등 소규모 자영업이 주종을 이룬다. 이는 이민 초기에 소자본으로 최대한 빨리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만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유럽에서 이민 온 아일랜드인, 이탈리아인, 유태인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초기 이민자들이 이 길을 걸었고, 우리 한인들 역시 한 발자국 뒤에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인들의 미국 이민은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으로 시작되었지만, 형제 초청이나 취업, 유학 등을 통해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따라서 본격적인 의미에서 한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이제 50년이 된 셈이다.
1970년대~1980년대에 이민을 와서 자영업을 시작했던 한인 1세들은 이미 대부분 은퇴를 했고, 그들이 운영하던 비즈니스는 인도나 중동 지역 이민자들에게 매각되는 추세다. 한인들이 걸어온 길을 이제 그들이 걷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인 2세들이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아 대를 이어 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해가 1776년이니 미국 독립의 역사는 약 250년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한인 이민 역사가 50년이라면, 이것은 미국 역사 250년 중 1/5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한인들은 이제 더 이상 초기 이민자가 아니라, 미국 현대사 50년을 함께 만들어 온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새 동네로 이사 가서 50년 동안 자손들 낳고 살았다면 당연히 그 동네 사람이 아니겠는가?
한인 유니콘 기업들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수는 약 6,000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792년에 시작되었고, 나스닥(NASDAQ)은 1971년에 개장했으니 나스닥은 한인들의 이민 역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인 2세 인구가 1세들을 추월하고 있다. 퓨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인구는 약 200만 명이며, 미국에서 태어난 2세의 비율이 41%로 집계됐다. 어릴 때 이민 온 1.5세까지 합하면 이미 한인 1세 인구를 따라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한인 2세들의 가구당 중간 연소득(8만 8100달러)이 1세들(6만 8000달러)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전체 아시안 인구의 중간 연소득(8만 5800달러)보다 2300달러 더 많았다. 퓨 리서치센터는 이에 대해 한인 2세들의 본격적인 경제 활동 참여가 시작되었으며, 영어 구사가 완벽한 한인 2세들이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한인들이 사업에 있어서도 미국 주류 사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사업의 최종 목적지가 증권거래소 상장이라면 이제 더 큰 꿈을 바라볼 때이다. 최근 한인들이 설립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 가운데 폭풍 성장을 이루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에 등극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채팅앱 sendbird(기업가치 약 1조 2000억원), 체중관리앱 NOOM(4조 1300억원), AI 맞춤형 모바일 광고 플랫폼 MOLOCO(1조 7500억원), 각종 정책 및 법률 데이터 서비스 FiscalNote(1조 5300억원) 등이 유니콘으로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5년 후엔 기업가치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한인 사회에 없었던 놀라운 성공이다.
그리고 새로운 유니콘으로 성장 가능한 K-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각종 대회와 행사들도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후배 창업자들을 돕는 선배 창업자들의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한인 창업자들과 유니콘, 데카콘 기업들이 탄생하기를 뜨겁게 응원한다.
이준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