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인생 바이블이라고 말한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책 <사업을 한다는 것> ©KOREAN LIFE

사업은 곧 영업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했는데 거절당했다면, 당신은 몇 번까지 다시 고백을 해보겠는가? 1번, 2번, 3번 ……? 아니면 받아줄 때까지? 아, 어쩌면 거절당할까 두려워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사업의 성패는 영업에 달렸다고 하는데, 많은 사업가들은 세일즈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사업이 생각처럼 성장하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기 시작한다. 물론, 문제는 세일즈다. 이것을 영업, 홍보, 마케팅, 혹은 그 무엇이라 부르든 결론은 고객에게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을 잘하고 싶은 사람은 영업에서도 달인이 되어야 한다.

스포츠 패션 브랜드 후부(Fubu)의 CEO 데이먼드 존은 단돈 40달러로 시작한 패션 사업을 60억 달러짜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이다. 그는 ‘올해의 뉴욕 기업가 상’을 비롯해 광고 및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35개 이상의 상을 받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마케터이자 세일즈맨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한 투자은행의 소식지를 고객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도보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고위직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돈은 좋은 하인일 수도 있고, 최악의 주인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부모님은 늘 “메인 잡(main job)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가르치셨다. 덕분에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사무실 안이 아니라 저 바깥쪽에 있다고 믿었다. 바깥에서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그에게 ‘뭔가를 직접 팔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업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다. 훌륭한 사업계획서, 아이디어, 장부는 대부분 자기만족에 그친다. 고객부터 만족시켜야 돈을 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업, 혹은 세일즈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세일즈 역량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거절당하는 것’이며, 따라서 가장 부담스럽고 하고 싶지 않은 일 중 하나가 ‘세일즈’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세일즈맨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고객이 몇 번이나 거절하면 그 고객을 포기하고 물러날지 한번 생각해보라. 미국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다트넬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고객이 한 번 거절하면 그 고객을 바로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무려 54%였다. 두 번 거절하면 25%가 포기하고, 세 번까지 권유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15%였다. 결국 세 번만 거절을 당하면 약 90%의 세일즈맨들이 그 고객을 포기해 버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세 번을 거절 당해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그들에게는 어떤 남다른 마인드가 있었던 것일까?

포기하지 않는 투지
성공한 사람들은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지옥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그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에서 맥도날드를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로 키운 레이 크록(Ray Kroc)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성공을 이루고 맥도날드가 번창하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타고난 소질도, 교육도 아니다. 바로 투지다. 밀어붙여라. 세상의 어떤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재능으로는 안 된다.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에 널렸다. 천재성도 소용없다. 이름값을 못하는 천재들이 수두룩하다. 교육으로도 안 된다. 세상은 고학력의 낙오자들로 가득하다. 끈기와 투지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저런 투지와 끈기가 있는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지와 끈기가 남다른 영업왕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영화를 보며 세일즈 근육을 차근차근 단련해 나가는 수밖에. 희망적인 것은 영업왕들도 처음엔 모두 세일즈의 애송이들이었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배우고 나아졌다는 사실이다. 52세에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레이 크록은 이렇게 말한다.
“푸르름을 간직하는 한, 당신은 성장한다.”
당신의 나이가 52세보다 많든 적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겠다는 마음과 정신의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면, 오늘이 당신의 새로운 미래의 첫 날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롤 모델이 되어줄 케이스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하자.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하라
한 사람이 한국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이 되는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당신의 첫 번째 고객은 당신이 모르는, 사회의 저명한 고위층 인사여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 주변에는 사회의 저명한 고위층 인사라고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누구를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어차피 아는 사람이 없으니 TV에서 본 유명한 기업 회장을 첫 번째 고객으로 정하고 그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그 회장님에게 직접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기왕이면 정성을 담아 손편지를 써서 회장님 사무실 주소로 보냈다. 1주가 지나고 2주가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마도 회장님의 비서들이 그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회장님에게 직접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회장님이 출근하셨을 만한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더니 비서가 말하기를, 회장님이 회의 중이시라고 했다. 오후에 다시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출장 중이시라고 했다. 사흘 동안 계속 전화를 해봤지만 언제나 같은 대답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그는 회장님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브리핑 준비를 갖추고 회장님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으로 찾아갔는데, 건물 입구에서 경비원이 막아섰다. 회장님과 미리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일찍 회장님이 출근하는 시간을 노려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회장님의 차가 건물 앞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회장님의 차가 도착하자마자 건물 안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수행원들이 달려나와 회장님을 경호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 나 같은 사람이 회장님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구나…’ 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럼, 퇴근길에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어렵사리 회장님의 자택 주소를 알아내 그 앞에서 회장님이 퇴근하시기를 기다렸다. 저녁이 되자 회장님의 차가 집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주차장 셔터가 열리더니 차가 그대로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셔터가 닫혀 버리는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마지막으로 인터폰을 눌러보았지만, 도우미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줄리는 만무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대문 앞 계단에 앉아 있던 그는, ‘결국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구나…’ 하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골목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런데 작은 성처럼 담장으로 둘러싸인 회장님의 집에 설치된 CCTV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의 뇌리를 스치며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담장을 타고 가까스로 기어올라 그 담장을 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집안에서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뛰어나오고, 곧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그는 도둑으로 현장에서 붙잡혔고 수갑이 채워진 채 드디어 회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그를 본 회장님은 왜 우리집 담장을 넘었느냐고 물었고, 그는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회장님이 서재에서 자신의 명함을 한 장 가져오더니 내일 아침 자신의 사무실로 오라고 하고는 그를 풀어주었다.

다음 날, 약속 시간에 맞춰 회장님의 사무실로 찾아간 그는 회장님으로부터 종이 한 장을 건네 받았다. 거기에는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네 같은 사람은 처음 보네. 내가 지인들에게 이미 전화를 해뒀으니 찾아가 보게. 그리고 자네 소원대로 내가 자네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주겠네.”
이것은 한국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의 실제 사례다. 그런데 이런 건 이제 구식이라고? 요즘에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까?

절실함에서 나온 투지
핸드폰의 배경을 꾸미는 사진, 음악, 동영상, 스티커 등의 아이템을 거래하는 플랫폼 OGQ를 창업한 신철호 대표는 중국 진출을 위해 26살의 젊은 중국인 직원을 한 명 고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직원이 흥분하며 얘기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이메일을 알아냈어요. 이분에게 우리가 투자를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이메일을 어떻게 알아냈냐고 물어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았다고 했다. 손정의 회장이 어차피 이메일을 직접 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신 대표는 그 직원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손정의 회장뿐만 아니라, 중국 굴지의 IT 기업 회장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직접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 한국 소프트뱅크 문규학 대표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손정의 회장이 OGQ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OGQ는 정말로 소프트뱅크와 투자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 후 신철호 대표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하기 위해 메일을 보내고, 보내고, 또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결국 그는 뉴욕에 있는 텀블러(Tumblr)의 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본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때는 겨울이었다. 회사 건물로 들어가니 흑인 여성 경비원이 막아섰다. 그래서 용건을 말했더니, 그녀가 담당자에게 연락해둘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건물 1층에서 기리겠다고 하니, 건물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나가 기다리기 시작했다. 뉴욕의 혹독한 추위 속에 건물 밖에서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나갔다.
그러자 그런 신철호 대표의 모습이 불쌍했는지, 그 경비원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니? 뭐하러 왔니? 누구 만나러 왔니? 그렇게 30분 정도 얘기를 나누던 경비원이 그에게 말했다. “내가 CTO인 조슈아와 친한데, 한번 연결해줄까?” 그리고 10분도 되지 않아 조슈아가 내려왔다. 그리고 신 대표는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텀블러 회장과 만나 2시간 정도 미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텀블러 회장은 OGQ에게 텀블러의 아시아 시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어 신 대표는 셔터스탁(Shutterstock)의 회장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건물 30층에서 기다리는데, 누군가 오더니 직원들이 일하는 데 불편하니 1층으로 내려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1층으로 내려가면 회장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신 대표는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잠시 후 그 사람이 다시 와서 1층으로 내려가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얼마 후 그 사람이 다시 한번 내려가라고 얘기했지만 신 대표는 회장님을 만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고집했다.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셔터스탁의 부사장이었다. 부사장은 결국 두 손을 들고 실무자를 한 명 데리고 와 셋이서 미팅을 하게 되었고, OGQ는 셔터스탁과 제휴를 맺을 수 있었다. 신 대표가 보인 절실함에 마음이 움직여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 것이었다.

먼저 고객을 도우라
종이컵이 미국의 경제 발전에 큰 몫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 레이 크록은 종이컵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주로 유리컵을 사용하던 식당이나 가게들은 종이컵에 추가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러면 크록은 그 가게 앞에서 손님들의 패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제안했다.
“사장님, 들어보세요. 소다수 코너의 매출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의자를 차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음료를 파는 거예요. 손님들이 음료만 사가지고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카운터에 포장음료 코너를 따로 마련하면 매출이 늘어날 겁니다. 일단 컵과 뚜껑을 200~300개 드릴게요. 이 정도면 사장님 매장에서 한 달 동안 시험해볼 수 있을 겁니다. 컵은 공짜로 드릴게요. 따로 비용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품인 ‘종이컵’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고객을 도우면 자신의 사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월그린(Walgreen)을 비롯한 큰 고객들과의 계약을 따냈다. 그리고 이런 고객 중심의 철학이 맥도날드를 창업하는 과정에서 겪은 모든 지옥 같은 경험들과 법정 소송들을 이겨 나가는 원칙이 되어주었다. 시간이 된다면 그의 책 <사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의 영화 를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삶을 다룬 영화 ©The Sun


정경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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