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교육 [상담 칼럼] 명절 우울증 극복하기

[상담 칼럼] 명절 우울증 극복하기

0
[상담 칼럼] 명절 우울증 극복하기
명절 우울증 ©Brunch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Holiday Blues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접어드는 12월과 연말의 분위기는, 라디오에서는 연달아 흘러나오는 캐럴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한층 들뜨게 한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고자 하는 크리스마스가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지나치게 상업화되었다는 비판과 자성에도 불구하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는 우리의 마음을 묘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부풀게 한다.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은 선물 준비, 가족모임, 송년회 등 여러 모임과 행사들로 분주해서 연말에는 상담기관들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명절의 앞뒤로는 더 심해진 우울증, 불안증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위기상담을 원하는 내담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긴장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일명 Holiday Blues, 즉 명절과 휴일 동안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증 등의 정신적 문제에 더 시달리게 되는 현상 때문이다. 기쁨으로 들뜬 명절의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외로움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명절
상담소를 찾은 L군은 어떻게 하면 크리스마스에 가족모임을 피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오랫만에 친구들과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 보면, 잘나가는 오랜 친구나 친척들의 성공담을 들어야 하고, 상대적으로 초라한 자신의 이야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배우자감이 없냐는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듣고, 빠듯한 재정에 선물을 챙겨야 할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뾰족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그는 차라리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연말을 혼자 보낸다 해도 딱히 더 좋은 것도 아니다.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추억은 연말이면 더 새록새록 떠오른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명절에는 자신의 불행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로움과 자괴감이 더 깊어지는 때가 바로 명절이다.

명절 우울증의 증상과 원인
UC Davis의 정신과 및 행동과학부의 Robert Bales 교수는 명절 우울증의 증상은 슬픔, 무기력감, 급격한 식욕감퇴 혹은 지나친 과식, 불면증, 수면과다, 불안감, 에너지 저하, 자신감 저하, 집중력 저하, 성욕 저하와 같은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을 수반한다고 말한다. 또한 명절 동안 깨진 생활리듬이 Holiday Blues의 몇 가지 원인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수면시간의 변화로 인해 피곤하고 기분이 저하될 수 있다. 수면시간의 변화 외에도 갑작스러운 과식, 과음, 과로, 수면부족, 운동부족 등이 피로로 이어지고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코올은 우울증을 더 악화시킨다. 선물 쇼핑과 손님맞이, 연말모임, 각종 행사로 분주하게 지내다 보면 그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조용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쉬는 시간이나 하나님과 보내는 묵상의 시간도 당연히 적어지기 마련이고 이것 또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주는 원인이 된다.

지나친 기대가 가져오는 실망
무엇보다도 명절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이다. 행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오히려 실망감을 초래한다. 내가 그 동안 무엇을 성취했어야 했고 얼마나 성공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자연스레 패배감도 깊어진다. 더 성공하지 못하고, 더 많이 성취하지 못하고, 더 아름답지 못하고, 더 똑똑하지 못한 자신이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욱 작아져 보이는 것이다.

지나친 기대감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실망감도 깊어지게 한다. ‘완벽한’ 배우자, 아이들, 부모에 대한 기대감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가족들의 약점과 문제들을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내게 자랑거리가 되어야 할 가족이 더 초라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내 가족, 우리 부모, 내 사위, 내 배우자가 유독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은 내 자신이나 내 가족이 그렇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비현실적인 기대가 내 자신이나 내 가족을 초라해 보이게 만들 뿐이다.

예수님을 향한 우리의 기대
어찌 보면 우리의 기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분은 이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기대를 완벽하게 채워주어야 할 왕이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나시고 가축들의 밥통을 침대 삼아 누우셨다. 가까이 해봐야 별 도움도 되지 않을, ‘비선실세’와는 거리가 먼 목자들의 경배를 받으셨다. 인간적으로 보면 예수님의 삶은 너무 초라하게 시작되었고, 가장 치욕스럽고 비참한 모습으로 마치셨다.

그런데 그렇게 초라해 보였던 예수님이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를 살리신다. 인류 구원의 엄청난 능력이, 가장 초라한 말구유에서 시작되었고 가장 비참해 보이는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축제의 이유는 감사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나를 과시하고 내 자신을 만족시키는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실망감과 패배감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이 시즌에,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가장 위대한 일을 이루신 그 분에게 우리의 눈을 돌린다면, 우리의 패배감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로 우리의 이런 연약함을 위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셨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러 오셨다.

이 연말, 우리 기쁨의 근원은 나의 성취가 아니다. 이 축제의 이유는 내 자랑이 아니다. 축제의 이유는 감사이다. 우리가 아닌 그분이 주인공이다.

칼럼에 대한 회신은 [email protected] 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