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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탈진에서 벗어나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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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탈진에서 벗어나기 2편
햇빛을 쬐며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Ghostbed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mail protected]

마음 살피기
지난 호에 이어서 탈진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탈진을 예방하고 침체에서 회복하는 일은 마치 성인병 같은 신체적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탈진을 예방하는 첫 번째 단계는 내가 탈진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나의 정서적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당뇨가 있다면 혈당이 오르고 내리는 상태를 자주 체크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혈압이 높다면 혈압을 자주 재고 필요한 경우 약을 먹으며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탈진하기 쉬운 환경에 있거나, 에너지가 쉽게 소진되는 성향이라면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나를 잘 돌보며 탈진을 예방하는 첫 걸음이다.

완벽주의 내려놓기
탈진을 예방하는 두 번째 방법은 건강한 생각을 갖는 것이다. 탈진이 오기 쉬운 유형 중 하나는 일을 정말 잘하고 싶은 사람이다. 뭐든 열심히 하고 또한 완벽하게 하고 싶다. 실수하면 큰 일이 날 것만 같다. 이런 심리적 성향은 개인이 능력을 펼치며 큰 일을 성취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번아웃에 노출되기도 쉽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단기적으로는 일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완벽에 대한 집착이 압박감으로 작용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을 지치게 한다.
세상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롬 3:10).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서로를 돕고 용서하고 보듬고 살아가라는 의미에서 우리를 그렇게 디자인하신 것이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너그러운 눈으로 봐주고 용서하고 보듬을 때, 우리는 힘든 일도 생각보다 더 오래 더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완벽주의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생각이 ‘내가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고, 내가 해야 마음이 놓인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이런 사람에게는 일이 쌓인다. 다른 사람과 일을 나누지 못하면서, 내게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거절도 못한다.
일을 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가 해야 할 최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머지 일은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일을 나 혼자 힘들게 많이 하기보다는, 지혜롭게 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기
마지막으로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 한마디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즐겁게 살고, 잠을 푹 자는 것은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치유한다. 꾸준한 운동이 건강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마음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몸을 보살펴야 한다는 사실은 자주 잊는다.
탈진에 동반되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은 정서적 증상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적 상태를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은 의외로 신체적 상태를 바꾸는 것이다. 웃을 일이 없어도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주면 의외로 기분이 나아진다. 몸의 작은 변화가 감정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우울증에서 회복한 방법을 소개한 사람이 햇빛을 쬐면서 요거트를 먹었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밝은 햇빛 아래서 요거트를 먹으며 장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무너진 몸의 균형을 찾기 시작한 것이 기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전형적인 탈진의 증상을 경험하며 차라리 죽기를 구한 엘리야 선지자에게 하나님이 취하신 첫 번째 조치는 푹 재우고 먹이신 것이다 (왕상 19장). 나는 지금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지 점검하는 것은 일을 잘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진정한 쉼
특히 탈진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원리는 쉼에 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도 천지창조 후 쉬셨다. 쉴 필요가 없는 분이 쉼의 필요성을 몸소 보여주셨다.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과 닮은 형상으로 만드셨는데 이상하게 하나님과 다르게 잠을 자도록 디자인하셨다. 그에 더해 우리에게 “7일째 안식하라”고 명령 하셨다.
무엇보다 우리는 마음을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음의 쉼은 내려놓음이다. 존 파이퍼 목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병이 있다고 말한다.
“잠은 우리가 하나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daily reminder’입니다. 하루에 한 번, 하나님은 우리를 아픈 환자들처럼 침대로 보내십니다. 우리의 병은 바로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고, 우리의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나님은 우리를 하루에 한 번씩 무기력한 모래주머니로 만드십니다.”
잠을 자는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순간이 우리를 병에서 회복시킨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주관하심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분의 손에 나를 맡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