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미술관의 꽃꽂이 축제
해마다 3월 중순이면 NC 미술관은 온통 생화로 가득찬다. 이는 NC 미술관 기금을 마련하는 연례 행사인데, 딱 4일간만 진행하기 때문에 이때는 정말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 행사는 3/21(목)-3/24(일)에 진행된다.
이 행사가 준비되는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우선 미술관에서는 50명 이상의 꽃꽂이 전문가들에게 서관 미술관에 있는 그림들을 한 점씩 무작위로 배당해준다. 꽃꽂이 전문가들은 꽃꽂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 가든 클럽에 소속된 사람, 취미로 꽃꽂이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그림을 배당받은 꽃꽂이 전문가들은 그 그림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영감으로 그림을 꽃꽂이로 표현해낸다. 어떤 꽃꽂이는 1,000송이 이상의 꽃으로 한 그림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꽃꽂이 전문가들은 꽃뿐만이 아니라 그 작품에 어울리는 꽃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식품을 구하기 위해 몇 달씩 고민하고 발품을 판다. 작년에 만난 한 꽃꽂이 전문가는 잉카 문명에 대한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할 모든 꽃을 멕시코에서 직수입하기도 했다.
행사 전날이 되면 서관 미술관은 문을 닫고 하루 종일 꽃꽂이 전문가들이 자신이 맡은 그림 옆에서 꽃꽂이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예술을 표현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을 자아낸다. 이 행사 동안에는 꽃꽂이 데모, 워크샵 등 다양한 볼 거리도 많다.
생화를 미술관에 들여오려면
꽃술과 꽃가루는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에게는 최악이다. 따라서 생화가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화를 미술관 안에 들여올 수 있을까?
먼저 생화의 꽃술과 꽃가루는 모두 없애야 한다. 그리고 집에서 기른 꽃이나 들에서 자란 꽃은 미술관에 들여올 수 없다.
행사가 진행되는 4일동안 꽃꽂이 전문가들은 매일 물을 주고 시든 꽃을 갈아주며 자신의 작품을 정성스럽게 보살핀다. 나와 같은 봉사자들은 각 작품에 쓰인 꽃 이름을 외우고 이 작품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생각하느라 바쁘다.
위에 소개한 꽃꽂이 작품은 작년에 전시된 것 중 하나로 미술관장과 방문객들의 투표로 최고의 꽃꽂이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림 작품은 메리 고다드(Mary E. Goddard)의 초상화이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이탈리아 플로렌스를 여행하는 동안 미국인 화가 프랭크 드베넥이 그린 것이다.
그녀가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와 허리선에 있는 양손의 장갑,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쥐어진 부채가 꽃꽂이 작품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옹기 항아리 꽃병은 빨간 드레스를 나타내고, 옹기 항아리를 가로지르며 곡선으로 늘어진 빨간 장미와 빨간 백합은 드레스의 주름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위쪽의 빨간 글로디오스 꽃은 그녀의 상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가운데에 있는 여러 다년생 잎들과 꽃은 메리 장갑과 부채를 멋지게 표현해주고 있다.
그림과 꽃꽂이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이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NORTH CAROLINA MUSEUM OF ART
2110 Blue Ridge Road, Raleigh, NC 27607
T. 919-839-NCMA
한국어 안내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