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난 호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이 된 몇 가지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하여 특히 자녀 교육에 관한 질문들을 던져 보았다.
최근 발표된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 안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이 많게는 50%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이 장래의 직업을 인공지능에 빼앗기고 실업자가 될지, 아니면 인공지능 덕분에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지 좀 더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출현시킨 산업발달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인공지능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두뇌가 해오던 역할을 대체, 확장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세기에 들어서야 가능해졌지만, 두뇌가 아닌 팔, 다리의 역할을 대체, 확장하는 기술은 훨씬 더 오래되었다. 그래서 인공지능도 인간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기술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실제로 인류 역사의 이정표에서 빠질 수 없는 여러 도구(tools)들은 인간의 팔을, 그리고 여러 교통수단은 인간의 다리를 대체, 확장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기술과 신체를 대체하는 기술이 결합되면 로봇이 된다. 그리고 지난 호에서 소개한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간의 두뇌와 다리 역할을 결합한 기술의 예이다.
인간을 대체, 확장하는 기술
인류 탄생 이후 지금까지 인간은 여러 가지 도구들을 개발하고 가축이나 물레방아 같은 자연의 힘을 이용해 왔다. 그런데 18세기까지 완만하게 진행된 기술의 발전이 1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인간이 동력을 장악하게 된 중요한 발명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필요한 동력을 얻기 위해 인간이나 동물의 근력, 풍차나 물레방아 같은 자연의 힘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인간이나 동물의 근력은 지금 기준으로 볼 때 터무니 없이 약했고, 풍차나 물레방아는 날씨 변화에 따라 편차가 컸으며, 또한 지역적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제한은 석탄이 발견되어 증기기관에 적용되고, 와트의 발명으로 증기기관의 효율이 개선되면서 점차 극복되었다.
1차 산업혁명 :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과 광산업, 제조업 및 철도의 발달
근대 제조업의 효시가 된 제니의 방적기는 단순한 도구 수준에서 벗어나서 기계라고 불릴 만큼 한 사람의 손이 아닌 열, 아니 나중에는 백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역할을 했다. 사람 손을 대신하는 기계와 근력을 대체한 증기기관에 힘입어 여러 가지 산업이 성장을 시작했다.
와트의 증기기관은 처음에는 광산과 주물업에 주로 쓰이기 시작했는데, 점차로 직물업, 철도 등 다른 산업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1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었다. 공장 등에서 여러 가지 기계적 자동 장치들이 고안되고 사용되었다. 초기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조잡한 장치들이었지만 점차로 수학과 공학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이고 정밀한 기계들이 도입되었다.
2차 산업혁명 :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작
미국에서 19세기 말에 시작된 대량생산은 생산 과정 설계라는 인간의 생각을 생산 프로세스에 침투시켜서 만든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 이 시기에 석유의 발견으로 에너지의 원천이 다양화되었고, 에너지의 사용도 내연기관의 발명, 전기의 보급으로 효율화, 다양화되었다. 나아가 자동차의 발명과 대중화는 사람의 다리를 아주 초보적인 운송 역할이나 스포츠 및 건강을 위한 운동에 필요한 정도의 기관으로 축소시켜 놓았다.
또한 이 시기에 이미 3차 산업혁명, 즉 정보혁명의 초석이 놓였는데, 바로 전신 및 전화의 발명, 축음기와 영화의 발명으로 정보가 문자와 종이의 한계를 넘어, 소리와 영상으로 저장되고 공유되게 되었다. 이 시기 이전까지는 인간의 생각이 책, 예술품, 건축물 등 고전적 도구에 정지된 형태로 투영되어 사용되고 공유되었다면, 이 시기에는 인간의 생각이 더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고 공유되었다.
3차 산업혁명 또는 정보혁명 : 디지털과 정보의 시대
3차 산업혁명도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다른 분야도 컴퓨터(여러 가지 휴대기기 포함)와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보 산업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큰 발전을 이루며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닦았다.
이전까지는 많은 정보가 종이에, 필름에, LP(아날로그 레코드) 등에 저장되어 보급되고 공유되었지만, 이시기부터는 정보가 디지털화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형태의 정보와 디지털 형태의 정보는 컴퓨터에 의한 처리 용이성과 효용성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그리고 많은 개인들이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제는 심지어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도 인터넷에 접속되면서 생산되는 데이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사람들이 휴대폰을 인간 두뇌의 보조 기억장치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이 드물던 20년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화번호 열 개 정도는 외우고 있었지만, 지금은 심지어 가족들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우리는 우리의 두뇌가 하던 일의 일부를 휴대폰에 위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 당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나 공장의 자동화 장치는 어떤 정보가 기억되거나 프로그램으로 주어지면 정보를 그대로 되살리거나, 또는 프로그램대로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다시 말해서 위임된 업무는 정확하게 수행했지만 스스로 학습할 능력은 없었다. 따라서 끊임없이 배우는 인간의 두뇌와는 아직도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오늘날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의 초석이 된 근대 산업화 과정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산업혁명, 특히 1, 2차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의 성장과 기술의 발전을 가져 왔지만 여러 가지 환경문제와 아동 노동 및 심화되는 빈부의 격차 등 인류 사회에 큰 사회문제 를 불러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독재 하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 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린 반면, 권력과 결탁한 여러 재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부의 집중 현상을 놓고 보자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그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극소수의 계층에게 부의 집중이 심화되고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승자독식 시장 체제를 이끈 인터넷, 디지털 혁명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다음 호에서는 인간을 대신하거나 확장해 온 기술의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것이 인류 사회에 가져올 영향과 변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당장 5년 후, 10년 후 미래의 변화를 가능한 한 넓고 깊고 정확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에서 부분적인 관점의 한계가 있더라도 현재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해보는 것이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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