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난 호에서는 생산 과정에서의 자동화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기술인 3D 프린팅으로 생산되는 물건들은 대개가 소량으로 생산되어 같은 장소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물류, 배송, 판매 과정을 거치지 않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이 과정을 거쳐 소비된다.

물류, 유통, 소매업계는 로봇이 일찌감치 도입된 제조업보다 자동화가 늦게 시작되었지만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여러 가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과 여러 벤처 기업들이 앞서가고 월마트, 타겟, 베스트 바이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들은 서서히 따라가는 모양새다.

물류창고(Warehouse) 자동화
물류창고는 생산품이 생산 공장에서부터 최종적으로 소비될 때까지 여러 가지 과정에서 저장, 분류 및 검색 목적으로 운용되는 창고를 일컫는다. 전형적인 물류창고는 상품 입고-저장-분류-상품 출고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자동화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사람이 지게차, 컨베이어 시스템 등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선반에 상품을 저장하거나 꺼내는 작업을 했고, 아주 조그만 물류창고를 제외하고는 컴퓨터로 입출고 장부를 정리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바코드를 사용해서 상품의 실제 재고와 장부와의 불일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기존의 작업형태를 바꾸려는 시도가 인공지능으로 인지기능을 갖춘 로봇이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2012년 아마존은 로봇기술 벤처 기업인 Kiva를 약 8억불에 인수해서 사람이 조작하던 지게차를 대체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로봇이 선반 구조물 밑으로 완전히 들어가서 선반 구조물을 통째로 운반하기 때문에 복도에 지게차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상품들을 저장할 수 있다. 지게차를 대체한 이 로봇들은 인지기능이 있어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3,000 파운드까지 적재할 수 있는 아마존의 Kiva © LA Times

아마존은 이외에도 분류작업에 필요한 25파운드 가량의 플라스틱 상자를 들고 내리는 일도 로봇으로 대체했다. 아마존은 현재 10만대가 훨씬 넘는 로봇을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물류창고의 플라스틱 상자를 들고 내리는 로봇 © NY Times

하지만 고객이 주문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가져다 한 상자에 포장하는 일 등은 아직도 사람이 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Kiva를 인수한 이후 많은 수의 직원들을 고용했다. 이 점을 들어 아마존은 물류창고의 자동화가 직원들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여러 벤처 기업들과 아마존이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지금 현재 사람이 하고 있는 일마저도 로봇으로 대체할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벤처기업 Symbotic은 완전 자동화된 물류창고를 통째로 판매하고 있다. 시스템당 5천만불부터 시작하는데 월마트와 코카콜라 등이 이 시스템을 구매했다. Symbotic 외에도 여러 벤처 기업들이 물류창고 자동화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자동화되지 않은 물류창고에서는 저임금, 고된 육체노동,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날씨 등으로 직원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인력관리가 가장 큰 과제였다. 반면, 자동화된 물류창고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운영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유통 수단의 변화 – 드론(drone)의 상용화
2016년 피자업체 도미노가 군용 로봇 제작 벤처 Marathon Targets와 손잡고 뉴질랜드에서 피자 배달 로봇의 시험운용을 시작했다. 지난 자율운행 자동차 편에서 우버가 무인 트럭으로 대량의 물류배달 시험운행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었다. 이 피자 배달 로봇은 현저히 적은 양의 물품을 짧은 거리에 배달한다.

도미노의 피자 배달 로봇 © Marathon Targets

같은 해에 아마존은 영국 정부와 손잡고 Prime Air라는 이름으로 드론을 이용한 무인 배송 시험운용을 시작했다. 배송 물품의 무게는 최대 5파운드, 배송거리는 30분 이내로 제한되었다. 그 이후 아마존은 시험운용 지역을 호주와 르완다 등으로 계속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의 Prime Air 배송 드론 © Amazon

계산대의 혁명 – 오프라인 소매점
온라인 소매는 아마존 등을 통해 우리가 이미 충분히 접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는 오프라인 소매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동화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겠다.

5백만 명에 가까운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의 소매점들은 전체 판매 과정을 자동화하기가 생산 공장이나 물류창고보다 훨씬 어렵지만,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부분적, 제한적으로 자동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친숙한 자판기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월마트 같은 대규모 소매점에서도 무인 계산대가 계속 늘어 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소매점의 자동화는 유통판매업계 자동화의 대표주자인 아마존이 올 초에 개점한 Amazon Go에서 그 특징을 엿볼 수 있다. Amazon Go에는 유인, 무인을 막론하고 계산대 자체가 아예 없다. 아마존 계정을 가진 고객이 Amazon Go에 들어와서 시리얼 같은 제품을 몇 개 가방에 넣고 상점을 떠나면 상점에 있는 카메라가 이 활동과 품목을 인식해서 합산된 금액을 자동으로 고객의 계정에서 결제하고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낸다. Amazon은 앞서 2017년 6월에 약 140억불을 주고 Whole Food Market을 인수해 오프라인 소매업에도 발을 들여 놓았었다.

주문을 받고 서빙하는 매장 로봇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로봇도 개발되어 운용 중에 있다. 2010년 일본의 소프트뱅크 텔레콤은 프랑스의 로봇 제조회사 Aldebaran와 손잡고 Pepper라는 인간 모습을 한 로봇을 개발했다.

네스카페에서 일하는 Pepper © Nippon News

이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로봇은 현재 140개의 소프트뱅크 휴대전화 판매점에 도입되어 있고, 201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와 팔로 알토에 있는 b8ta 매장에 도입되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회사 Nestle도 일본에 있는 1,000개의 Nescafe 자사 매장에 Pepper를 도입하였다. 올 3월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피자헛 매장에도 설치되어 손님들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 이 로봇은 교육용, 혹은 오락용으로 아마존에서 2만불에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고 있다.

2016년 중국에서는 서버 로봇이 등장해 음식을 테이블로 날라주는 등 인간 서버를 대신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점차 상용화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유통 및 소매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동화 현황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전문직으로 눈을 돌려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어떻게 전문직종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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