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말 안 듣는 두 남자

남자들은 왜? 아내 말을 안 듣는 건가요? 자존심 때문인가요?

며칠 전에 일본인 친구 아유가 저희 집에 놀러 왔어요. 그녀의 집에 있는 커피 테이블 상판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고정하는 나사가 헐거워지고 아이들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새 커피 테이블을 갖고 싶어서 남편한테 커피 테이블을 바꾸자고 했대요.

그랬더니 그집 남편이 단호하게 “놉!” 그러면 나사라도 좀 조여 달라고 부탁하고 나사를 조이는 남편 옆에서 아유가 “너무 꽉 조이지 마. 유리가 깨질 수도 있으니까.” 했더니 남편이 보란 듯이 더 꽉꽉 조이면서 “이 정도로 유리가 깨지지는 않아.”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빠지직~!!! 아내 말을 듣지 않은 남편은 결국 아내가 원하는 새 커피 테이블을 사줘야만 했다는 해피 엔딩 스토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내 말 안 듣는 남자, 저희 집에도 하나 있어요. 자기가 뭔가 하려는데 제가 옆에서 한마디 이상 거들면 그냥 손 놓고 “니가 해!”하고 나가버리는 남자… 그래서 그냥 뭐 하겠다 하면 저는 눈 감고 “안 보인다… 안 보인다…” 하며 주문을 겁니다.

남편의 롹캔디 만들기 도전!!!

롹캔디 만들기

그러던 어느 일요일 오후, 남편이 갑자기 저한테 Rock candy를 만들 줄 아냐고 묻더라고요. “만들 줄도 모르고, 그게 뭔지도 모릅니다만?!?!!?!” 그랬더니 자기가 만들어 보겠다네요? 레시피를 검색하더니 주방에서 뭔가 열심히 하더라고요.

레시피를 살펴보니 재료도 더 없이 간단. 설탕과 물, 식용색소만 있으면 되고, 막대기에 롹캔디가 점점 자라나서 커지는 거라 아이들 관찰 실험 놀이로도 좋아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급관심이 생겨 주방으로 가서 남편을 좀 도와주고 싶었죠. 설탕을 계량해주고 나니, 그 이후부터 마무리까지 남편이 다 하겠다기에 저는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레시피 말도 안 듣는 남자

그런데 화장실 잠시 다녀온 사이에 모든 작업 완료!!! “뜨아악~!” 이게 왜 놀랄 일이냐면요, 설탕 알갱이가 안 보일 때까지 뜨거운 물에 녹이고 잘 식혀서 플라스틱 컵에 부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화장실 다녀온 시간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는 것은 저 두 가지 중 한 가지의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는 뜻!

첫째는 아주아주 뜨거운 설탕물을 플라스틱 컵에 부었다는 것. 그렇다면 환경호르몬 때문에 건강에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

둘째, 뜨겁지 않은 설탕물을 부었다면 설탕 알갱이가 충분히 녹지 않았을 것이므로, 레시피에 충실하지 않아 이 롹캔디는 실패, 따라서 엄청난 양의 설탕만 낭비.

문제 파악을 위해 컵을 만져봤더니 컵이 미지근하더군요. 설탕 알갱이가 충분히 녹지 않았을 물 온도이므로 이 롹캔디는 실패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왜냐하면 레시피에서 몇 번이나 강조했던 것이 설탕 알갱이가 보이지 않고 뜨거운 물이 투명해질 때까지 잘 저어야 한다고 했는데, 육안으로 설탕 알갱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물이 희뿌연 상태였거든요. 설탕이 완전히 녹지 않았다는 거죠. 그때부터 잔소리 장전, 발사~!!!

“이걸 레시피대로 했어야지! 레시피에는 설탕 알갱이가 안 보일 때까지 저어야 한다고 했는데 물이 이렇게 뜨겁지 않고 맑지 않다는 건 설탕이 제대로 안 녹았다는 말이니까 이건 실패한 거나 다름 없어. 당신이 얼마나 많은 설탕을 낭비한 건지 알기나 해? 만들 때 레시피대로 똑같이 잘 만들어야 성공하지!”

일단 지켜 보자고~

보통 때라면 제 잔소리에 ‘그럼 니가 하든가!’ 하면서 나가 버렸을텐데 이미 모든 작업이 끝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남편도 좀 당황한 기색이…ㅋㅋㅋ 기가 죽은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뭐 일단 되는지 안 되는지 지켜보자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다시 잔소리 발사!!!

“이미 레시피가 실패했는데 롹캔디가 만들어질 리가 없잖아. 롹캔디는 절대 안 생길거야. 내가 장담해, 레시피에서도 설탕이 투명해질 때까지 섞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대로 안 하면 롹캔디가 안 만 들어진다고 했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자기가 출장가 있는 2주 동안 버리지 말고 손대지 말고 가만히 놔둬 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은 출장을 떠났죠. 전 이번 일을 계기로 남편이 요리할 때 레시피에 좀 충실하고 아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길 바라면서, 솔직히 은근 실패하기를 바랐습니다. ㅎㅎㅎㅎㅎ

설탕 결정이 맺히기 시작

어랏? 캔디가…

그런데 한 3일쯤 지났을까요? 어어? 막대기에 뭐가 생겼다!!! 어? 절대 안 생길 거라고 내가 호언장담했는데… 이거 생기면 곤란한데… 파란 막대기에도 뭔가가 생겼다!!! 사탕이 이렇게 맺히기 시작하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맺히거든요. 이게 실패를 해야 제 예상 시나리오대로 가는 건데… 어째 이번엔 제가 틀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앗, 이러면 곤란한데…

그리고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을 땐… 결국 롹캔디가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성공이 아니고 절반의 성공이었어요.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크고 두껍게 자랐어야 하거든요. 역시나 레시피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의 실수죠.

절반의 성공

이번 일을 계기로 남편이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기를 바래봅니다만… 그런데 미국 옛말이 아니고 한국 옛말이라 씨도 안 먹힐 것 같군요. 게다가 아내 말을 안 들어도 사탕은 만들어졌잖아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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