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땡스기빙!
미국의 큰 명절 중 하나인 땡스기빙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땡스기빙은 남편 직장에서 하는 땡스기빙 파티에 가서 음식 나눠 먹는 걸로 보냈고, 와플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일본에 있었던 관계로 그냥 여행이나 다니고, 작년 땡스기빙 역시 임신 초기였던지라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애틀랜타로 한국 음식 식도락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제제도 태어나고 와플이도 뭘 좀 아는 나이(?)라 땡스기빙 정신을 기리며 명절 분위기를 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보통 미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땡스기빙 때 주로 먹는 음식들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라고 썼지만, 사건의 전말은 제가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올해 땡스기빙에는 터키를 한번구워볼까?”했더니, Yes도 No도 아닌, “크랜베리 소스도 만들 거야?”
라며 터키 굽는 건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답을 하더군요. 얼떨결에 “어?… 어, 만들 거야.” “스터핑(stuffing)도 만들 거야?” “어? 스터핑? 어…엄, 나 만들 줄 모르는데?(라고 했지만, 스터핑은 별로여서 만들고 싶지 않았음)” “괜찮아. 내가 만들면 되니까.”
뭐, 이렇게 해서 얼렁뚱땅 올해는 꼼작없이 집에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걸로 계획이 된 거죠.
그래서 땡스기빙 음식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터키와, 그 위에 올려 먹을 크랜베리 소스, 매쉬드 포테이토, 또 그 위에 올려 먹을 터키 그레이비, 스터핑, 스윗 포테이토 캐서롤, 펌킨 파이, 디너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음식들이 미국의 땡스기빙에 보통의 가정에서 흔히 먹는 명절 음식들이에요. 마치 우리나라 추석 음식이 송편, 갈비, 각종 전, 산적을 먹는 게 당연한 것처럼요.
땡스기빙 당일날 한꺼번에 준비하면 유체이탈을 경험할 것 같아서 전날 크랜베리 소스와 펌킨 파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홈메이드 땡스기빙 음식
먼저 싱싱한 크랜베리는 베이킹 소다를 샤샤삭~ 뿌려서 버물버물한 뒤에 깨끗이 헹궈주고요.
모든 재료를 슬로우 쿠커에 넣고, 전원을 켜고, 신경은 꺼줍니다. 4시간 뒤면 완성되어 있을 거니까요.^^
다음으로 펌킨 파이 만들 차례~ 펌킨 퓨레에 설탕, 소금, 넛맥, 올스파이스, 진저 파우더, 시나몬 가루, 휘핑크림, 계란 넣고 섞어서 냉동 파이지에 부어 오븐에 넣고, 또 신경은 끕니다.
오븐에서 나온 펌킨 파이를 식혀서 냉장실에 하룻밤 모셔놨더니 강도 5의 파이 지진 발생!! 쩍~ 쩍~ 갈라졌네 그려. ㅠ.ㅠ
이제 땡스기빙 날이 되었습니다. 디너롤을 만들기 위해 각종 재료를 제빵기에 넣고, 전원을 켜고, 또 신경은 끕니다. 1차 발효까지 마치고 짠~ 하고 나올 테니까요.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동량으로 나눠서 동글동글 빚어 버터 바르고, 랩 씌워서 냅둡니다. 그럼 2차 발표가 끝나 있겠죠?
2차 발효가 끝난 반죽을 오븐에 넣고, 또 신경을 끕니다. 오븐 타이머가 삐삐~ 울리면 빵이 완성되어 나올 테니까요.
빵이 나오면 잽싸게 버터로 문질문질~ 해서 윤기를 더해줍니다.
땡스기빙의 하이라이트 터키~!
남편 손에 있으니 그닥 커 보이지 않지만, 앙증맞은 치킨만 보다가 터키를 보니 허억~ 했습니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구입했는데도 말이죠. 남편이 터키를 깨끗이 샤워시키는 동안 저는 터키 마사지 재료를 만듭니다.
타임, 세이지, 로즈마리, 파슬리, 버터, 소금, 후추는 터키 마사지 재료고, 양파, 마늘, 사과, 샐러리, 레몬은 터키 뱃속을 채워줄 재료입니다.
보통 터키 뱃속에 바삭바삭한 빵 조각과 향신 재료를 넣어 스터핑을 만드는데 터키 뱃속에서 익혀진 스터핑은 제가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향신 재료만 채우고 스터핑은 남편이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사지 재료 준비 완료~!
뱃속을 채울 재료도 완료~!
남편한테 큼직큼직하게 썰라고 했는데, 양파는 채를 썰어 놓고… 그래도 잘했다고 궁디 팡팡! 그래야 다음에 또 시켜 먹죠.^^
살과 껍질 사이에 손을 넣어서 향신 버터로 골고루 마사지를 해주고, 껍질도 골고루 마사지 해줍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터키가 차가워서 그런지 버터를 바르자마자 금방 굳어 버리더라고요.
전신 마사지가 끝난 터키는 호일을 씌워서 오븐에 넣고 3시간 동안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3시간 뒤에 호일을 벗겨서 1시간 더 구워주면~
짜잔~ 이렇게 노릇노릇한 터키가 되어 나옵니다.
다음은 주황 고구마 얌으로 스윗 포테이토 캐서롤을 만들 차례~
삶은 고구마를 으깨서 계란, 우유, 소금 넣고 섞어 섞어서… 밀가루와 버터, 소금, 설탕, 피칸 넣고 믹서기에 살짝 갈아서 으깬 고구마 위에 뿌리고… 그 위에 마시멜로를 촘촘하게 덮은 다음 오븐에 넣고, 또 신경은 끕니다. 오븐 타이머가 울리면 이렇게 맛난 캐서롤이 완성돼서 나옵니다~
제가 스윗 포테이토 캐서롤과 그레이비를 만드는 동안 남편은 옆에서 매쉬드 포테이토와 스터핑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이 완성한 매쉬드 포테이토~!
마지막으로 버터를 녹인 후 밀가루를 뿌려 루를 만들고, 터키 육수를 부어 그레이비까지 만들고 나면 끝.
이렇게 해서 완성된 미국의 땡스기빙 명절 음식 상차림!(맨 위 사진) 태어나서 미국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든 건 처음인데, 좀 어설픈 것 같지만 그래도 제 스스로는 이만하면 할만큼 했다며 뿌듯했습니다. 올해 한번 해보고 감 잡았으니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지겠죠.
제가 미국 명절 음식을 직접 준비해 보니 명절에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여자들이 바쁜 건 똑같더라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허리 펼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불 앞에서 일해야 하는데, 미국 요리들은 재료 준비해서 오븐에 넣고 나면 좀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차이점은, 한국 음식은 요리하면서 먹어볼 수 있으니 배고플 일이 없는데, 미국 요리는 다 같이 먹기 전까지는 먹어볼 수가 없으니 배 곯으면서 요리를 해야 되더라고요.ㅎㅎㅎ 그럼 모두들 감사한 땡스기빙 보내세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