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속설일 뿐 노년에도 중년일 때만큼 충분한 잠이 필요하다. 그저 필요한 만큼 잠을 잘 수가 없을 뿐이다.
노년에 접어든 이들이 고통스럽게 깨닫게 되는 사실은 나이를 먹을수록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아 잠을 제대로 자기가 점점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나이 든 어른들이 흔히 먹는 몇몇 처방약들과 여러 가지 질병들이 결합되어 밤에 자주 깨고, 화장실에 자주 간다. 그래서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대규모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 노인들이 잠을 덜 자고 있지만, 실제로는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8시간 이상 밤에 잠을 푹 잘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수면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대에 접어들면서 깊은 수면의 양과 질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깊은 수면 뇌파가 약해지고 횟수도 줄어든다. 4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들어서면 깊은 잠의 60~70%가 사라지고, 70대에 들어설 무렵에는 깊은 잠의 80~90%가 사라진다. 그 이유는 우리 뇌에서 깊은 수면 뇌파를 생성하는 전두엽 영역이 가장 일찍, 그리고 가장 심하게 위축되고 퇴화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깊은 잠을 자고 싶어도 깊은 잠을 생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밤에 잠을 잘 때,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사람들 대다수는 자신이 잠을 얼마나 푹 잤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는 많은 노인들이 말년으로 갈수록 자신의 깊은 잠의 양과 질이 얼마나 망가지는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즉 노인들이 수면의 악화와 건강의 악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의사를 찾아가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치료법을 찾으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잠 문제로 도움을 청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 그 결과 의사들은 노인이 걱정하는 건강 문제 외에 그들의 잠 문제까지 살펴보려는 동기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노화와 관련된 신체적, 정신적 질환들 중에는 수면 장애와 관련된 것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면제를 처방 받을 생각부터 하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대신에 먼저 수면 의학 쪽으로 학위를 지난 의사가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비약물적 조치들을 먼저 따르기를 권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밤에 자주 깨는 문제
나이가 들면서 잠이 달라졌다는 징표는 밤에 더 자주 깨는 것이다. 여기에는 약물과 질병의 상호작용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약해진 방광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밤에 화장실을 더 자주 들락거린다. 늦은 저녁 시간과 밤에 마시는 음료를 줄이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잠이 토막나기 때문에 노인들은 누워 있는 시간 중 잠을 자는 시간의 비율인 수면 효율(sleep efficiency)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잠자리에 8시간 동안 들어가 있으면서 8시간 내내 잠을 잤다면 수면 효율이 100%가 된다. 그 8시간 중 겨우 4시간만 잠을 잤다면 수면 효율은 50%가 된다.
십대 청소년일 때는 수면 효율이 약 95%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면 전문의들은 수면 효율이 90% 이상이면 잠을 잘 자는 것으로 본다. 80대에 들어서면 수면 효율은 70~80% 아래로 떨어지곤 한다. 그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8시간 동안 누워 있는데 매일 1시간 내지 1시간 반 동안 잠들지 못하고 뒤척뒤척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는 점을 깨달으면 아마도 생각이 바뀔 것이다.
수면 효율이 낮은 문제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노인 수만 명을 조사한 연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체질량 지수, 성별, 인종, 흡연 기록, 운동 횟수, 의료기록 같은 요인들을 감안했을 떄, 노인의 수면 효율이 낮을수록 사망 위험이 더 높았고, 신체 건강이 더 나빴고,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고, 기력이 더 떨어졌고, 잘 잊어먹는 등 인지 기능도 더 떨어졌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수면이 만성적으로 교란되면 신체적 질병, 정신 건강의 불안정, 각성도 저하, 기억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노인이 낮에 이런 증상들을 보이면 식구들이 무턱대고 ‘치매’라는 진단을 내리곤 한다는 것이다. 나쁜 수면이 원인일 가능성도 그에 못지않게 높다는 점을 모르는 채 말이다.
그리고 노인이 밤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와도 직접 연관되어 있다. 바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질 위험성이다. 우리는 밤에 깨어날 때 종종 비몽사몽 간에 비틀거리곤 한다. 이렇게 몽롱한 상태에 있는데, 주변이 어둡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침대에 계속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머리에 있던 피가 중력을 받아서 다리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그래서 발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 조금 어지러움을 느끼고 몸이 비틀거리게 된다.
노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면 혈압을 조절하는 능력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인들이 밤에 화장실에 가다가 휘청거리고, 넘어지고, 뼈가 부러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그리고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면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노인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자연 수면을 유도하는 방법
자연 수면은 우리의 면역계를 증진하고 감염을 막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그런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수면제는 자연 수면을 유도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면제로 유도된 잠은 자연 수면이 제공하는 면역 회복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면제를 먹는 이들은 다양한 감염에 시달리며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약 5배나 높다. 또한 수면제의 종류에 따라 암에 걸릴 가능성이 30~60%나 된다. 그렇다면 수면제를 먹는 대신 수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기본적인 지침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난다.
2. 매일 3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며 운동을 한다. 운동의 빈도가 늘어나면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깊은 수면 뇌파도 강해진다. 단, 운동은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끝내야 한다.
3. 카페인, 술, 담배를 피한다.
4. 밤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
5. 수면에 방해가 되는 약을 피한다. 심장약, 혈압약, 천식, 알레르기약 등은 수면 패턴을 교란할 수 있다. 따라서 복용 시간을 낮이나 이른 저녁으로 바꿔도 되는지 알아본다.
6. 낮잠은 좋지만, 늦은 오후 낮잠은 피한다. 오후 늦게 낮잠을 자면 밤에 잠들기가 어려울 수 있다.
7. 잠들기 전에 독서 등으로 긴장을 푸는 잠자리 습관을 만든다.
8. 잠들기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더 쉽게 잠들 수 있다.
9. 침실은 어둡게 하고, 온도는 선선하게 하며, TV나 스마트폰 등을 치운다.
10. 정신이 말똥말똥하다면 일어나서 졸음이 올 때까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한다. 단, 스마트폰의 청색광은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종이책을 읽는 것이 좋다.
이런 방법을 통해 매일 밤 일찍 잠이 들고 건강하게 푹 잘 수 있다는 심리적 자신감을 회복하면 깊은 잠을 자는 시간도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