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하루 평균 8.3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1

인류의 진정한 살인자, 의자병(Sitting Disease)
2005년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제임스 레빈 박사는 운동의 효과와 관련해 매우 혁신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인류의 진정한 살인자라고 밝힌 것이다.
우리가 매일 혹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더라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모든 운동의 장점을 상쇄시킬 만큼 파괴적이었다. 이에 대해 17세기 이탈리아 의사 베르나디노 라마치니가 처음 언급한 이후,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2005년 레빈의 연구를 통해서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 앉아서 일하는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의자병(Sitting Disease)’이라고 명명했다. 의자병은 흡연보다 우리 인체에 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포츠와 운동 의과학저널(The Journal of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에 따르면 일주일에 5일 운동하는 활동적인 카우치 포테이토(Active Couch Potato) 역시 의자병과 관련된 위험에 직면한다고 말한다.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 ‘앉기-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이 의자병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레빈은 칼로리를 거의 소모하지 않은 채 일상적으로 오래 앉아 있는 행동을 ‘앉아 있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우리 신체가 1분에 몸무게 1kg당 3.5ml의 산소를 태우는 속도로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을 1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라고 하고, 모든 활동의 강도를 MET 값으로 표시했다.
0.9 MET: 수면
1 MET: 가만히 앉아 있기
1.3 MET: TV 시청하기
2.3 MET: 쇼핑하기
3.6 MET: 느리게 걷기
4.0 MET: 여유롭게 자전거 타기
5.8 MET: 성관계
7.7 MET: 조깅
… …
23 MET: 전력질주
레빈은 1.5 MET 이하의 모든 활동이 앉아 있는 활동에 해당한다고 정의했다.

일상생활의 활동과 MET값 ©whyiexercise.com
시니어들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활동과 MET값 ©whyiexercise.com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앉아 있는 습관은 우리 몸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1시간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2퍼센트 증가하며, 하루에 앉아 있는 총시간이 8시간을 넘으면 사망률이 8퍼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앉아서 지내는 생활방식은 낮은 수준의 신체활동, 심장병, 고혈압, 당뇨, 비만, 암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주요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한 시간 늘어날 때마다 텔로미어(telomere, DNA를 보호하는 염색체 단말 부위) 길이가 짧아질 가능성이 7퍼센트씩 높아졌다. 텔로미어의 단축은 수명의 단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리고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은 노화의 신호다. 체내에 염증이 많을수록 신체는 더 빠른 속도로 노화한다.
또한 염증은 체내 지방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저장된 지방이 체중 감소에 더욱 저항하게 만든다. 이는 칼로리를 줄이는 방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굶을 때조차 혈류 내 지방이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져 혈당도 함께 상승했다. 따라서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대신 신체활동 수준을 높이고 염증을 줄이는 식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결과는 앉아 있는 생활습관이 알츠하이머의 전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앉아 있는 습관은 기억과 관련된 두뇌 영역을 위축시킨다. UCLA 대학교 연구원들은 45세~75세 참가자 35명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수준과 앉아서 지내는 시간을 확인하고 MRI로 그들의 두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새로운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두뇌 영역인 내측 측두엽(MTL, Medial Temporal Lobe)이 얇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중년 및 노년기에 나타나는 인지퇴행 및 치매의 전조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천만명이 알츠하이머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중 약 13%가 신체활동 부족의 결과로 추정된다. 따라서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을 25% 줄이면, 전 세계에서 약 1백만 건의 알츠하이머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더 오래 앉아 있을수록 더 뚱뚱해지고, 더 빨리 늙고, 더 빨리 치매에 걸리고, 더 빨리 죽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건강 악화, 자존감 상실, 학업 및 사회 성취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어나서 움직여라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특수하게 제작된 속옷을 입히고 1년 동안 2천 5백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과체중인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는 성향이 강했던 반면, 마른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하루에 2시간 이상 서 있거나 이리저리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하는 동안 피실험자들은 체육관에 한번도 가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주 움직이는 습관은 하루에 약 350 칼로리의 차이를 가져왔으며, 연간 14~18kg의 체중 감소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열량이었다.
신체활동에서 이익을 얻으려면 한계점을 넘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매일 60~75분 동안 운동을 하는 것이다. 노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10시간 동안 앉아서 생활하면서 일상적인 운동을 40분도 하지 않는 이들의 건강 상태가 그들보다 8년은 더 나이든 사람의 상태와 같았다.
따라서 자신이 움직임이 적은 편에 속한다면, 의도적인 운동을 포함하여 일상의 모든 신체활동 수준을 서서히 높여갈 필요가 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앉아 있는 시간 확인하기
일주일 동안 자신이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하루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지 확인해보자. 하루 8시간 이상이라면 당장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2단계: 4주 계획 세우기
4주 동안 앉아 있는 습관을 20% 줄이기 위한 유연한 계획을 세운다. 어떤 날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중단하지 말고 계속해 나가야 한다.
3단계: 1일 실천 전략 세우기

– 가능하다면 서 있자.

– 1시간 이상 앉아 있지 말자.

– 휴식 시간을 자주 갖고, 휴식 시간에 계속 움직이자.

영국에서는 2천만 명 이상이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신체적 비활동 상태로 추정된다.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대인의 42%는 운동할 시간이 없고, 56%는 시간이 있지만 너무 지쳐 있다고 대답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평소에 하는 일을 서서 하려고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