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은 성인 4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다. ©hidoc.co.kr

위 내시경 후 알게 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미국에 살면 매년 건강검진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수록 건강의 격차가 곧 삶의 격차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의 위암,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40대부터는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반드시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위 내시경 검사 결과,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이라는 진단을 받은 분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름도 생소하고, 무슨 뜻인지 짐작도 안 가는 병명이다. 게다가 이게 위암으로 가는 전 단계라는 설명을 듣고 나면 겁이 덜컥 난다. 더 큰 문제는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나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꼼짝없이 위암에 걸리게 된다는 말인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성인 4명중 1명이 앓는 병
먼저, 위축성 위염은 위 점막에 염증이 생겨 점막이 점점 얇아지는 현상이다. 위 점막이 얇아지면 위산을 충분히 분비할 수 없어 소화불량, 더부룩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장상피화생은 위의 염증으로 인해 위장의 상피세포가 손상된 후 재생될 때 점막 표면이 소장이나 대장의 상피세포처럼 변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위장의 표면은 매끈하지만, 장상피화생 위장은 대장처럼 울퉁불퉁하다.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면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불량, 헛배부름, 미식거림, 구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상피화생. 위장 점막 세포가 재생되면서 울퉁불퉁하게 변한 모습 ©연합뉴스

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대는 41%, 50대는 57%, 60대는 75% 이상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인구 전체로 따지면 성인 4명중 1명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을 앓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성인 4명중 1명이 앓고 있는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분당서울대병원

치료법 없고, 관리만 가능
한국인에게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특히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식습관의 영향이 가장 크다. 그래서 위장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위 건강에 해로운 요소들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1. 헬리코박터균 치료하기
먼저, 위장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잡아야 한다. 찌개 등을 함께 나눠 먹는 식습관 때문에 한국인의 60%가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 위궤양, 위암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내시경 검사 결과 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 약 2주간 치료약을 복용하고 한 달 후에 세균 박멸 여부를 검사한다. 재검사를 할 때는 호흡만으로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요소 호기 검사(Urea breath test)를 실시하면 된다.

2. 맵고 짠 음식, 탄 음식 주의
2020년 미국소화기학회(AGA)에서 발표한 미국 내 인종별·민족별 위암 발병률을 보면, 50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한인들은 49명, 백인은 3.7명으로 한인들의 위암 발병률이 백인보다 13배나 높다. 한인들의 위암 발병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인 위암 환자들을 성별로 나눠보면 인구 10만명당 남성의 경우 70명, 여성은 33.5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은 위암 발병률을 보였다. 이는 남성들의 음주, 흡연 습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술, 담배는 위를 헐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맵고 짠 음식과 함께 의사들이 경고하는 것이 탄 음식이다. 삼겹살, 스테이크, 생선구이 등을 비롯해 훈제 베이컨, 훈제 연어 등에서 검출되는 벤조피렌이라는 1군 발암물질이 위암과 대장암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류나 생선을 요리할 때 타거나 검게 그을린 부분은 반드시 제거하고, 고기를 구울 때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삼겹살과 소주’가 아무리 단짝이라도 이 조합은 술이 담배를 부르고, 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며,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불판에 구운 삼겹살보다는 수육이나 보쌈처럼 삶거나 찌는 요리를 선택해보자.

3. 신선한 과일야채식
위 점막이 얇아져 위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상태라면, 소화에 도움이 되는 식사 습관을 가져야 한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에는 효소가 살아 있어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위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염증을 줄여 위궤양을 완화시키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는 최선의 방법은 하루에 한 끼 정도 샐러드를 먹는 것이다. 야채와 과일 위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저(생강) 드레싱을 뿌리고, 닭고기나 갈비찜, 새우, 작은 정어리(sardines) 등을 얹어 먹으면 맛도 좋고 든든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특히 아침에 과일야채식을 하면 좋은데, 샐러드를 만들기가 부담스럽다면 사과나 바나나, 토마토 등을 간단히 먹거나 주스로 갈아 마시는 방법도 있다. 샐러드만 2~3일 정도 먹다가 김치를 먹어보면 외국인들이 왜 김치를 맵다고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4. 1년에 한 번 위 내시경 검사
건강한 사람의 경우 만 40세 이후부터 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을 하도록 권장하지만,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은 1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 그러면 위암이 발생하더라도 조기발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년에 한 번 위 내시경을 할 경우,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위 절제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 건강의 70%는 식습관, 30%는 운동습관이 좌우한다는 점을 명심하자.